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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長篇]/너의 곁에서

너의 곁에서 《5》

Say you love m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킨짱은 대체 언제 오는 긴데~”

 

코하루가 제 몫의 음료수를 쥐고 한 마디 했다.

개막 3일 전. 킨타로가 합류하기로 한 기한이었다. 토너먼트 추첨을 위해 시라이시와 켄지로는 릿카이대 부속으로 갔고, 감독님은 숙소에 뻗으셨고, 우린 준결선급 경기가 열릴 경기장 밖에 있는 야외테이블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 오는 버스는 다 여기서 멈추니까.”

 

오면 금방 보일 끼다. 탄산이 가득한 사과맛 음료를 꿀꺽 삼켰다.

그래도 그늘이 겹쳐서 태양에 홀랑 노출되지 않은 게 다행인가. 더워.

 

저 민머리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유지가 고개를 튼 채 중얼거렸다. 큰 체구에, 이목구비하며그러게.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테츠.”

 

, 형님.”

 

드물게도 긴이 입을 열었다. 낮고, 울리는 목소리가 부른 이름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민머리가 이쪽을 보고는 다가오는데형님?

 

, 긴상 동생이가?”

 

유지가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떨궜다. 가까이 다가오니 더 크다.

, 긴상만 한데. 긴이 고개를 작게 주억거렸고, 민머리는 친구인 듯한 남색 머리와 다가와선 꾸벅 인사했다.

 

긴 형의 동생인 이시다 테츠라고 합니다. 편히 불러주십시오.”

 

성격도 비슷하네.”

 

예의 바른 게. 말은 이쪽이 더 많은 것 같지만. 서글서글한 인상의 믿기지 않는 동생은 이내 옆에 서 있는 제 친구를 찔렀다. 둘이 같은 테니스백을 매고 있는 걸 보니 같은 부서. 혹은 둘 다 레귤러인 걸까.

 

왜 나까지이부 신지.”

 

남색 머리의 성격은 우리 2학년하고 비슷한 모양.

그 생각을 한 게 나뿐만이 아닌지 코하루와 유지도 일제히 자이젠을 쳐다봤다.

 

…….”

 

금방 캔이 와그작하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무심한 표정의 자이젠은 손에 쥐고 있던 캔을 무심하게 구긴 채, 모두의 시선을 받으면서 무표정하게 구겨버린 캔을 앞으로 밀 뿐, 별 말이 없었다.

 

하하. 신지가 성격이 과묵해서요.”

 

, 괜찮아~ 두 사람은 어느 학교? 둘 다 테니스 쳐?”

 

, 후도미네 중학교 레귤러입니다.”

 

언제 들어도 코하루의 표준어는 오글거려. 소름이 돋을 것 같이 밝은 목소리로 물은 질문에 예상 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후도미네?

 

- 전국 출전 학교잖아. 대단하네~”

 

다 필요 없고 선배, 그냥 사투리 좀 써주실래예.”

 

소름 돋습니더. 자이젠이 태클을 걸고, 코하루는 역시 난 사투리가 더 잘 어울리지?’ 하고 독자적인 해석을 하고, 긴도 치토세도 평화롭고, 유지는 맞장구치고, 나는 옆에 있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내쳐지고, 이시다와 이부는 멍한 눈으로 쳐다본다.

 

“2학년?”

 

물어본 건 이부 신지. 아마 자이젠을 가리키고 묻는 듯 했다.

나는 쌩하니 내쳐진 손을 허공에 띄우고 다시 틈을 노리며 대답해주었다.

 

자이젠 히카루라고, 2학년이데이.”

 

결국 손도 못 대보고 아쉬움에 혀를 찼다. . 더워서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서늘하네.

이부도, 이시다도 그 말에 흥미가 당겼는지 자이젠을 쳐다봤다.

같은 연배의 레귤러라- 좋은 상대지.

 

심심하믄 한 판 쳐보든가.”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음료수를 마저 털어 넣고 자이젠을 보며 말하자, 녀석이 까만 눈을 들어 두 사람을 보고는 답했다.

 

전력 노출인데예, 선배.”

 

우리가 언제 그런 기 신경쓰드나.”

 

코하루와 유지가 우리는 개-그 테니스!’ 하고 끼어들고, 긴상은 제 동생과 몇 마디 주고받았다. 자이젠은 늘 그렇듯, 별 거 아니라는 듯 덤덤히 말을 이었다.

 

저쪽이.”

 

…….”

 

, 뭐지 이 뜬금없는 한파는.

진짜 직구 하나는 끝장나게 타고났구나 하하 이 녀석.

 

시텐호지라고. 강호니 뭐니 결국은 도전자들이면서. 맘에 안 들어. 저긴 선후배가 없나. 뭐냐고 저런 자신만만한 말은…….”

 

평온한 표정으로 이부가 중얼중얼 거린다. 표정은 여유로운데 내뱉는 말이 죄다…….

 

신지그만해. 죄송합니다.”

 

한두 번이 아닌 듯, 이시다가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사과했다.

아니 뭐.

 

미안타. 담아두지 말그래이.”

 

조금 힘을 넣어 자이젠 녀석의 어깨를 두들기며어라.

 

시라이시?”

 

일명 방정맞은 내 벨소리 덕에 분위기는 금방 와해.

액정에 뜬 발신인은 시라이시였다.

코하루와 유지가 견제를 허물고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치토세 녀석이 뜬금없이 애들한테 말을 거는 사이, 수신 버튼을 누르자.

 

[, 켄짱?]

 

뭐꼬.”

 

[쌔임 전화를 안 받으셔서. 어딘데?]

 

킨짱 데리러 나왔데이. 쌤은 주무시고 계실 기고. 토너 배정 끝났노?”

 

[아이, 아직이데이. 잘 찾아왔다고 연락 한 번 한 기다.]

 

, 끝나믄 바로 돌아올 거제?”

 

[도쿄도 아이고 카나가와에 뭐 아는 기 있다고. 이따 보재이.]

 

어야.”

 

전화를 끝내니 후도미네의 두 녀석이 버스가 왔다며 인사하고 후다닥 뛰어간다.

경기장 구경차 왔던 건가.

 

선배.”

 

?”

 

녀석이 심드렁하게 손을 들었다. 흰 손이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킨짱?!”

 

맞다. 버스 왔지.

새빨간 머리에 익숙한 호피무늬가 빠른 속도로 게이트로 사라졌다.

저 들짐승, 겁나 빠르네!!!

불러 세우긴커녕 벌써 경기장으로 사라져서 보이지도 않는다.

음료수 캔이니 포장지니 쓰레기를 대충 모아 옆에 있는 휴지통에 넣고 우리도 일어섰다.

 

동년배 많아서 좋제?”

 

나란히 걸으며 물었다. 내년이면 이 녀석하고, 킨타로 외에는 전부 고등학생.

부에 동기가 많아 운영에 지장은 없을 거다. 전국에도 동년배 라이벌은 있을 거고(2학년에서 날리는 이라면 대표적으로 릿카이의 키리하라라든가. 방금 그 첫 출장을 이뤄낸 애들도 2학년이랬지).

 

녀석은 알 바냐는 듯 대답 없이 걸음을 옮겼다.

 

내년엔 내 없으니 새 파트너랑 하려나. 아님 아예 단식으로 전향?”

 

어느 쪽을 해도 잘 하겠지만. 물론 오더야 감독님 맘이지만 그래도 기본 성향이라든가, 복식의 경우 페어를 최우선으로 배려해 편성하니까. 나 같은 경우는 보통 복식으로 뛰지. 녀석과. 아니면 긴상을 보조하기 위해.

 

선배 졸업하면…….”

 

?

뚱하게 있던 녀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어딘가 급하면서, 느릿한 목소리였다.

자그마해서 귀를 기울여야 할.

말을 끊고 녀석이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봤다.

 

의아해하는 나를 응시하다가 머뭇머뭇 시선을 내린 녀석이 고개를 숙인다.

 

복식 안 할 겁니더.”

 

머뭇거리면서도 곧게 손을 뻗어 내 소매를 잡는다.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피한 채로, 녀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 아이면 안 돼요.”

 

또렷하고, 작은 목소리로.

언제 그랬냐는 듯 소매를 놓고 빠르게 돌아서서 긴상과 치토세를 지나쳐 자리를 피해 버린다.

 

 

 

 

 

 

…………………?

 

 

 

 

 

 

, 있다 있어, 킨타로다!”

 

정말이네. 시즈오카부터 달려서 온 거냐!?”

 

, 코하루. FILA 모자!”

 

켄야가 말하던 녀석이 아닐까?”

 

어 그래. 엄청 뻔뻔한 신경에

 

흐응. 너희들 오사카 대표?”

 

유아독존

 

일부러 먼 곳에서 당하러 온 거야?”

 

그리고 무지 노려본다는.”

 

“Bye Bye.”

 

. 미국에서 왔다는. 킨타로, 저 녀석이야. 관동의 강한

 

로마거기 서, 로마!!”

 

킨타로, 기대된다.”

 

, 치토세저 녀석 모자로 세 번째 눈을 감추는 건가? 손가락에서 독소도 내뿜지 않는데?”

 

무슨 소리야?”

 

, 없잖아!!”

 

 

 

 

 

 

히카루.

 

? 선배? 갑자기 와 붙잡고…….”

 

내도…….

 

모기소리도 아니고 뭘 그리 작게 말…….”

 

니 아이면 안 된데이.

 

 

.

.

.

 

[니 아이면 안 된다의 의미가 서로 다를 뿐이제.]

 

초 치지 마래이.”

 

[니는 가 아니믄 안 된단 기고, 가는 니 아이믄 복식 못 하겠단 기고.]

 

와 심술이고, 임마.”

 

[커플 반대. 어서 간지런 기운을 풍기고 지랄이고. 으으.]

 

인상 쓰고 질린 얼굴을 하고 있을 유시 녀석이 연상 됐다.

. 그러거나 말거나.

 

[허이고. 내일 경기 하것나.]

 

혀를 끌끌 찬다. 근데 뭐라고 유시?

 

[아주 딴 세상으로 갔네, 갔어.]

 

 

 

 

 

# 5,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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