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가쿠 썸네일형 리스트형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Outro】[完] 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남색 머리카락에, 콧대에 걸친 안경, 키도 큰데다, 옷 스타일도 어른 같다. 표정 없이 서 있으면 차갑고 냉정해 보이는 저 남자는 사실 내 앞에서 늘 부끄러운 소리만 한다.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이냐고! 여러 번 외쳐도 듣는 둥 마는 둥. “달다.” “달지.” 크림이 왕창 올라간 커피를 먹은 소감은 으으으음 달아. 맛은 있지만 뭔가 내 입맛엔 미묘. 조심히 먹었는데도 묻은 것 같은 느낌에 혀로 입가를 핥고 고개를 돌리자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눈과 마주쳤다. 저 녀석, 나보다 훨씬 커서 항상 저렇게 내려다본단 말이야. “뭐. 뭐. 왜.” “예뻐서.” “너 그런 말 하지 말랬지.” 순간 정강이를 걷어찰 뻔 했다. .. 더보기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6】 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딱 한 번 찾아왔던 학교의 문을 통과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이 나라는 요리는 그렇게 못 생겼으면서 건물은 다 예술이네. 무카히가 홀로 혀를 내둘렀다. 오시타리는 맨날 놀고먹는 백수처럼 굴더니, 오늘은 레슨이 겹친다며 만약 먼저 도착하게 되면 어딘가 앉아 있으라고 했다. 자리 잡고 문자만 해주면 튀어나가겠다고. 이제 막 도착한 교정에 서서 오가는 학생들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재밌었다. 하나같이 무언가를 들고 있었는데, 큼지막한 악기 케이스에 더해 가방을 하나 더 멘 학생을 보았을 땐 저도 모르게 도와주고 싶어 움찔거렸다. 언어의 장벽이 입을 막았지만. 무카히 그 자신만큼이나 말라 보이는 남학생은 익숙하.. 더보기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5】 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독일은 참…….” “응?” “음식 갖고 장난을 안 치는 구나.” 일본 국적 밴드의 보컬 겸 키보디스트 무카히 가쿠토는 감자튀김을 포크로 찍으며 중얼거렸다. 손에 맥주를 쥐고 의자 등받이에 편히 기대 있던 오시타리는 이미 포기한 자의 여유 있는 미소만 지었다. “허례허식이 없어. 정직하네.” 심플이즈베스트라고 생각하지 뭐! 그렇게 말하며 감자튀김을 밀어 넣고 맥주를 들이키는 모습을 쭈욱 쳐다보며 오시타리는 제 맥주를 들이켰다. “뭐야 왜 자꾸 쳐다봐.” “먹는 것도 이뻐서.” “지랄…….” 미간을 좁히며 무카히가 물었다. “너 근데 이렇게 맨날 나랑 놀아도 돼? 나야 타지에서 좋은데…….” “니랑 놀 시간도 없.. 더보기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4】 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파가니니?” 앙상블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흘러나오는 고음의 선율. 연주자의 감정이 실린 탓일까. 어딘가 날카로우면서 애잔한 음이 귀를 부드럽게 채웠다. “아… 오오토리가.” 연주에 집중하고 있지 않았는지 오시타리는 인기척에 활을 멈췄다. 연습을 방해한 건가요? 오오토리의 말에 오시타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의자에 걸터앉았다. 좀처럼 볼 수 없는 힘이 없는 모습. 요 근래에 이상하게 자주 보게 된다 생각하며 오오토리는 물었다. “…싸우셨어요?” 그렇게 묻는 오오토리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고백에, 다툼에, 하루도 빠짐없이 표정이 극과 극을 오간다. 그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도대체 .. 더보기 [오시가쿠] 여름 초입 下 Otium sine dignitat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뭐, 볼 건 없네.” “뭘 기대했는데?” “큰 성?” 시답잖은 말을 주고받으며 출구를 나왔다. 해가 뉘엿뉘엿해지는 시간이었다. 손에는 컵 아이스크림을 들고 입에는 스푼을 물고 녀석이 말했다. “오코노미야키 먹자.” “그러든가.” “오사카 성 근처 맛집 다 찾아봤거든.” “뭐 밀가루 다를 게 있다고…….” “음식에 대한 모욕이야!” 어디 밀가루 다른 거 있나 보자. 마지막 남은 젤리를 낼름 입에 넣고 던진 컵이 쓰레기통 안으로 쏙 들어갔다. 이러니저러니 떠들어도 걷는 걸 멈추진 않았기에,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어디 양껏 먹어봐라.” “못 먹을 줄 알아?” 줄줄이 이어지는 주문에, 맥주에, 얼씨구. 불판에 반.. 더보기 [오시가쿠] 여름 초입 上 Otium sine dignitat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할 일도 없고 날씨도 좋고 늦게까지 영화도 봤겠다 간만에 잠 좀 자려고 했는데.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지나치게 예민한 감각이 쉴 생각을 안 한다. “…야아.” 두어 톤은 더 가라앉은 목소리로 부르자 소음의 주범이 쪼르르 다가왔다. 아침부터 할 게 뭐가 있다고 새벽 같이 일어나 돌아다니는지 대체 알 수가 없다. 저 쥐방울만큼 작은 머리통은 남의 집에 와서도 제 집처럼 돌아다니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 시간이 몇 시… 큼.” 평소보다 느슨하게 풀린 채 잤더니 그새 목이 가라앉았다. 나오려는 기침을 가다듬느라 말을 멈추자 녀석이 앞에서 답했다. “7시.” “아 그냐…. 일도 없는데 와 아침부터 싸부작.. 더보기 [오시가쿠] 아르바이트 【2】 Love is the source of Strength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갓치형!” “응?” 평화로운 주택가. 지붕이 시원한 푸른 색인 집 안. 무카히는 제 방에 드러누워서 만화책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반쯤 열려 있는 방문 너머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난다 싶더니 방문이 곧 활짝 열렸다. 골격이 여린 무카히 가문 특유의 유전적인 신체 그대로인 가쿠토의 남동생. 동시에 아버지를 닮았는지 평범한 또래 애들만큼의 체격인 히코토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갓치형. 이거 인라인 형이 꺼내 놨… 어? 뭐야?” 무카히 가문 특유의 진한 적포도주색 머리카락. 여자아이답게 긴 머리인 누나나, 칼 같이 잘라놓은 형의 단발머리와는 다른, 끝의 삐침이 있는 샤프컷. 짜식. 누구 동생인지.. 더보기 [오시가쿠] 15살의 수줍음 Do you like ?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숨기려고 했어. 정말로. 끝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으려고. 너를 좋아하는 건 전적으로 내 문제니까, 너한테 폐 끼칠 수는 없다고 생각하니까. 너에게 말한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을 테니까. 나, 사귄다거나 그런 건 전혀. 싫으니까. 정말로 숨기려고 했어. 그저 좋아하고, 때때로 마주치는 눈에 설레는 걸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받아넘기고, 너와 퍽 자연스럽게 대화하고는 홀로 되새기고. 정말로 나는. 그랬는데. ……-그거면 됐는데. . . . “아으 닭살 돋아. 미치겠다.” 처음으로 본 로맨스 소설에 처음으로 책 보고 소름 끼친 날. 여러모로 잊히지 않을 날이다. 도저히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어서 나는 책을 덮어 숨기듯 껴안고 .. 더보기 [오시가쿠] 변해가는 모든 것 중에서 With You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커플은 사회악이야.” “뭐꼬.” 내 말을 받은 건 이 부실에 유일하게 같이 있던 녀석이다. 턱을 괸 채 종이에 손장난을 하고 있는 동안, 녀석이 픽 웃었다. “어리긴.” 의미 없이 끼적이는 펜은 연신 혼자 중얼대듯 종이를 채우고 있다. 심심해, 놀자고, 나쁜놈, “커플은 좋은 거제. 왜냐면 내도 언젠간 커플이 될 테니까. 당연히 축복해줘야지.” “뭐래.” 너야말로. 내가 말을 받았다. 부원이 백 단위인 테니스 코트의, 그 중 여덟만 안방처럼 쓸 수 있는 부실 안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그야 오늘은 부활동이 없는 날이니까. “캐서, 시시도는.” 천연덕스럽게, 알면서 묻지 마. 안 그래도 횡횡한 기분에 눈을 흘기려니 녀석이 짐짓 웃음을 .. 더보기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3】 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고요한 교정.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클래식의 선율만이 떠도는. 웅장한 문화재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대학교 교정에는 현재, 유럽에서는 드물게도 동양인의 이목구비를 가진 남자가 단정한 걸음걸이로 뜻 모를 우아한 문양이 새겨진 도보를 걷고 있었다. 보편적인 체구가 작은 동양인에 속하지 않는 우월한 키에, 은발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순식간에 호감을 갖게 하는 첫인상의 순한 눈동자. 성격을 짐작하게 해주듯 유하고 바른 몸가짐으로, 베를린 음악대학교 기악과 바이올린 전공 학생인 오오토리 쵸타로는 지나가다가 ‘안녕, 오오토리!’ 하고 인사하는 학교 학생들에게 화답해주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쇼팽을 좋아하는 제 취향을 .. 더보기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2】 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 활짝 피어서 화려하게 춤추자. 자존심은(Pride)는 벗어 던지고 근사한 정원이 딸린 저택. 프랑스 국경 교외지역에 위치한 한가로운 마을의 한 저택은, 오늘만큼은 화려한 불을 이곳저곳에 켜고, 듣는 이의 심장을 연신 박동하게 하는 앰프로부터의 소리가 연신 흐르는 파티의 장으로 변모해 있었다. - 긍지 높게 마음을 불태워라. 거짓된 색으로는 진짜가 될 수 없으니 정원의 각각 조도가 다른 조명 아래에 따스한 여름 햇살을 받으며 곳곳에 앉아 다정스럽게 연인간의 대화를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에게 반가움을 표하며 비주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고,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 저택 안, 클럽으로 디자인.. 더보기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1】 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리! 오… 타리…! 오! 시! 타! 리!!!!!” 누가 날 이래 불러쌌노. 한참 벤치에 앉아, 양 손에 쥔 잡지를 뚫어져라 읽고 있던 오시타리 유시가 고개를 들었다. ‘불이라도 났드나?’ 평소의 그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얼굴에, 여태까지 그를 불렀던 시시도가 강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허탈한 한숨이 아니라, ‘나 지금 짜증났음, 그것도 너 때문에’ 라는 것을 단적으로 표출할 정도로 강한 한숨. 늘어진 그의 갈색 머리카락이 순간 위로 치켜 올라갔을 세기였다. 뭔 일 났냐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안경 너머의 멍청한 눈동자에 시시도는 허리에 양 손을 짚었다. “내가 지금 너 몇 번 부른 줄 아.. 더보기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Intro】 Interview 언더그라운드 5인조 남성 밴드, Loving Sky 이번 달 프랑스에 입국한 밴드 ‘Loving Sky’의 무카히 가쿠토 씨를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릴게요. - 밴드 Loving Sky에서 키보드와 서브 보컬을 맡고 있는 무카히 가쿠토입니다. 안녕하세요! 잘 모르시는 분들께 밴드 소개를 해주신다면? - 일본에서 활동 중인 ‘Loving sky’ 입니다. 일렉, 베이스, 메인보컬, 드럼, 키보드의 다섯 명으로 구성된 5인 밴드로, 크게 묶자면 대체적으로는 일렉트로니카를 가미한 밴드 음악 색채라고 생각합니다. 일렉트로니카라 해도, 흔히들 생각하는 일렉이나, 메탈의 정통파 밴드보다는 훨씬 순하고, 다양한 시도를 한 음악의 비중이 높아서 뭐라 정의할 수는 없겠네요.(웃.. 더보기 [오시가쿠] 아르바이트 【1】 Love is the source of Strength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야, 점심 먹으러 안 가? 뭘 그렇게 멍을 때리고 있어?”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얼굴. 안경까지 끼고서 샤프를 손에 쥔 채 멍하니 허공을 보는 모습이 뭇 여학생들의 가슴을 들었다 놓는다. 오늘도 여전히 상판 하나는 잘 생겼네, 하고 툴툴대면서 시시도는 정신이 이탈한 상태인 친구를 불렀다. “야?” 그의 친구. 효테이 학원 고등부의 인기남 중 하나인 오시타리 유시의 어딘가 핀트가 다른 면모라든가, 쓸데없이 진지해진다거나 하는 괴짜적인 면엔 그럭저럭 면역이 생겼건만 가끔씩 이렇게 정신을 놓고 있으면 짜증이 솟는다. 귀찮다고. 네가 애냐, 밥시간도 모르고 넋 놓고 있게. 같은 반인 죄로 가장 휘둘리.. 더보기 [오시가쿠] 빗물 아래 온기 I will Always love you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이게 끝이야. 다시는 보지 말자.」 심장이 멈추는 것만 같다, 라고 생각했다. 심장뿐일까. 숨을 쉬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릿하게 자각하고 나서야, 조그맣게 입을 열고, 말을 하려다가 공기를 들이킨다. 상대의 기세만큼이나 차가운 공기가 숨통을, 폐부를 파고든다. 수많은 만남과 수많은 이별을 거쳐 왔지만, 오늘처럼 차가운 날에 이런 이별을 겪은 적은 없었다. 아니, 그걸 떠나서 이렇게 일상적이지 못하고, 그저 한 순간의 열병으로 치부하지 못하는 이별은 그의 인생에서 처음이다. 전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던 일이기도 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물의 얼어붙은 허공으로, 그의 숨결을 따라 약한 입김이 번지고. 그는 가만..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