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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왕 엘퀴네스

[DMD] 제 15장 [카노스x엘뤼엔] 너란 남자 下 “밤이 깊었습니다. 엘뤼엔님.” “신경 쓰지 마라.” 지옥의 신이 다녀가고 나서는, 일사천리인 그의 성격답게 일이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구금된 마족의 처우를 결정지었고,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 현황에 대해 당장 보고서를 올릴 것을 지시한 엘뤼엔은 이내 이 사건에 얽힌 사제들 탓에, 신계 입성 후 처음으로 다른 신들을 보게 되었다. 뭐, 그들과 보게 된 이유는 언쟁 때문이었지만. 화기애애한 친목이라든가 앞으로의 신계 생활을 염려한 양보라든가 그러한 것 따위가 엘뤼엔에게 고려 대상이 될 리가 없었다. 자신들의 피해를 들먹이는 신들을 단칼에 즉답으로 되돌려 보낸 엘뤼엔은 슬금슬금, 혹은 열이 뻗친 채의 신들이 전부 나가고 나서야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아침부터 짜증으로 가득차 돌아다녔더니 이젠 머리가 .. 더보기
누구도 머물지 않는 집에서 Thinking of You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저 아이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아요. 때때로 우리도 낯선 얼굴로 봐요.” . . . 산은 험했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지역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길이라고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곳곳의 돌부리와 나무뿌리를 디딤돌 삼아가며 끝이 없어 보이는 숲 속을 헤매고 있자니 다 포기하고 내려가고 싶어질 정도였다. 젠장. 다시 한 번 오게 된다면 길 정리 좀 해야겠네. 눈앞에 보이는 무성한 나뭇잎을 아예 나뭇가지 채로 꺾어 내팽개치며 남자가 뒷목을 긁었다. 괜히 뭔가가 물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어봐야 산벌레겠지만. 도시의 벌레보다야 독성은 강할 테지, 그러나 그에겐 상관없는 일이다. 남자는 잠시 멈춰 서서 이미 묶여있던 자신의.. 더보기
[DMD] 제 15장 [카노스x엘뤼엔] 너란 남자 上 Such a man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너란 놈은 정말……. 눈을 몇 번 깜박이자 신계 특유의 이상하리만치 환한 아침 햇살이 창을 통과해 선명히 방 안 모습을 보여준다. 엘뤼엔 그의 취향을 반영한 방 안은 매우 담백한 디자인 그 자체였다. 중앙을 기점으로 바닥을 포근하게 덮은 양탄자, 그리고 침대. 평소라면 그 외에 어떠한 것도 없었겠지만, 오늘은 다르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여기가 엘뤼엔 방 맞아? 라고 물을 정도로 난장판. 이라고 하면 될까. 양탄자 위에 한가득 널린 것은 그림과 숫자가 그려진 온갖 카드들, 기괴한 모양새의 인형들. 한가득 제멋대로 어질러진 방 안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그러나 힘이 들어간 손을 들어 제 옆에 퍼져 있는 사람을 사심을 담아 내리친.. 더보기
미아를 찾습니다 下 Looking for “Beautiful Boy”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정령계. 인간들의 세상, 신의 영역, 마족의 세계와 더불어 차원을 구성하고 있는 차원의 하나. 전 차원의 정령들의 본가(本家)이자 신의 계급에 가까운 정령왕의 영역. 정령이 아닌 그 어떤 존재도 발을 들일 수 없으며 설령 신이라 해도 감히 활개 칠 수 없는, 일종의 불가침의 영역이다. 휘하의 정령들을 제외하면 고작해야 네 명이 거주하고 있는 정령계는, 평소의 느긋함과 평화로움은 온데간데없이 그야말로 한적함 따위는 산산조각 난 채 들썩이고 있었다. “아니, 됐어. 응. 바로 연락할 게.” 어두운 표정으로 감응(엘이 보았다면 ‘전화통화!’ 라고 했을 마법)을 마친 트로웰이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저를 쳐.. 더보기
미아를 찾습니다 上 Looking for “Beautiful Boy”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IFRIT 그러니까 난 별로라고. 처음 봤을 때도 계집애 같던 게 어째 갈수록 이상한 성격까지 맞물려서 점점 더 제멋대로라니까. 이 때다 싶으면 씨익 웃으면서 협박하질 않나, 뭐, 딱히 내가 전에 상단에서 엘뤼엔 문장 받은 거 숨기고 나랑 대화한 것 때문에 이런 소리 하는 건 아니고. 그것 말고도 어쨌든 너랑 마주치면 피곤하다고. 볼 때마다 싸우게 되는데 겁을 상실했는지 어쨌는지 너 말이야 갈수록 떽떽 댄다고. 너 말이야, 너. 엘퀴네스 이 멍충아. 내가 항상 말하지 않았냐? 지금의 널 보면 역대 엘퀴네스들이 혈압 올라서 넘어갈 지도 모른다고. 뭐, 엘뤼엔이야 너한테 콩깍지가 씌어서 아무래도 상관없고.. 더보기
[DMD] 제 14장 [카노스x엘뤼엔] 옥루 下 한겨울. 1월. 옆구리 시린 이들이 온기를 찾아와 그냥저냥 매상을 올려주는 평범한 평일 저녁. “얜 어디 가서 안 와….” 여전히 직원과 손님이지만, 나는 여태와 같이 바지런히 그를 챙겼다. 일주일 만에 와서 바에 앉은 그가 삼십 분이 되도록 돌아오질 않음에, 나는 결국 그를 찾아 나섰다. 뻔히 바에 앉은 녀석이 잠깐 한눈 판 사이 사라졌다. 어디선가 갑자기 동행이 생겨 테이블로 이동했나? 나는 가늘게 뜬 눈으로 내부를 훑어 봤다. 깊숙이 있는 테이블은 장식용 관목이나 각도로 잘 안 보여 정확하진 않지만, 적어도 일단 안엔 없는 것 같았다. 잠깐 나갔나…? 엄연히 그도 성인이고, 사정에 따라 돌아다닐 수도 있는 거 안다. 하지만 파악되지 않는 그의 소재가 나는 신경 쓰였다. 그렇다 해도 ‘손님 안 보여서.. 더보기
[DMD] 제 14장 [카노스x엘뤼엔] 옥루 上 I'm into you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네가 우는 모습이 예뻤던 나는 미친놈인 걸까. 하지만 나는, 아직도 울던 너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울음이 사랑스럽다고 느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우는 네가 안타까웠지만, 다신 눈물 흘리게 하고 싶지 않지만, 버림받은 널 보고 나는 참을 수 없이 기뻤었다. 내게도 기회가 오는가, 싶어서. ⁂ “가서 좀 말려 봐, 취한 것 같아.” 동료 형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똑같은 안색, 멀쩡해 보이는 모습. 아, 이런 진짜 취했네. 그는 클럽의 낮은 조명 아래에서 우아한 자세 그대로 새 술병에 손 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연신 힐끔대는 사람들. 좀 아는 사람들은 별 신경 안 쓰거나 ‘저런, 상태가 영 아닌데?’ 하지만 새.. 더보기
[DMD] 제 13장 [라피스x엘] 꽃과 나비 下 “엘∼ 왔구나!” 문 열자마자 튀어나오는 형체를 받아 안으며 엘은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를 맡았다. “트로웰, 여기서 뭐 해?” 검은 머리칼에 늘씬한 소년의 몸으로 해사하게 웃는 이는 라피스의 대부 트로웰. “라피가 엘 오면 밥 챙겨 먹이라고 앉혀 놨어-!” 생긋 웃으며 엘의 손을 잡아끈 트로웰은 식탁에 그를 데려다 놨다. 물수건으로 손을 문지르며 엘이 물었다. “라피는 어딨는데?” “나도 모르겠는데? 어디론가 가버렸어. 늦지 않게 들어올 거야.” 그게 뭐야. 진짜 찾지도 않은 거야? “엘은 잘 놀고 왔어?” 한 술 더 떠 트로웰이 하는 말에 엘은 침울한 얼굴을 했다.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왔어.” 사실 뻥이고 우울하게 웅크리고 있다가 결국 갈 곳 없어서 돌아온 거지만, 엘은 사족을 붙이지는 않았다.. 더보기
[DMD] 제 13장 [라피스x엘] 꽃과 나비 上 Merry me, El ?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솔트레테 제국력 118년. 물의 나라로 유명한 제국은 오십 년만에 내려온 신탁에 술렁였다. 물의 나라지만 너무 강한 물의 기운을 완화하기 위해 불의 용족으로서 제국을 다스리게 한 주신의 뜻에 따라 화룡족을 모시고 있는 국가 솔트레테. 그 나라엔 온 제국민으로부터 사랑 받고 찬양 받는 왕자, 푸른 머리칼의 엘퀴네스가 있었다. 그 아름다움에 홀리고, 향기에 취하며, 마음씨에 반한다는 그는 비단 솔트레테 뿐이 아닌 대륙의 인사였다. 그 엘퀴네스의 궁은 지금, 굉장한 마이너스 기운에 휩싸여 있었다. “왕자님… 우리들의 여신이…….” “어흑. 여신님이 가시면 누굴 보고 살라고…….” 눈물을 쏟는 이들은 궁의 시종과 병사들. 그들은 .. 더보기
[DMD] 제 12장 [데르온x아스] 못난이 200살 Come on, Honey !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주군! 이거 서류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도화지가 아니란 말입니다!” 벌써 15분 째인 실랑이. 마계 공작 중 하나이자 현재 마왕인 아스모델의 심복인 데르오느빌은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혹은 주름살이 는다거나. 물론 한창 나이인 마족이 그렇게 된다는 건 아니고, 말하자면 체감하길 이대로 폭삭 늙어버릴 것 같다, 라고나 할까. 그런 데르온에게 수명의 위협을 주는 이는 바로 그의 주군이자, 정령왕을 대부로 두고 있고, 마신이 내린 왕으로서 무시 못 할 권력을 휘두르는 존재, 아스모델이었다. 겉보기엔 그저 한없이 예쁘신 마왕 전하께서는 숨넘어갈 듯한 데르온에게 그 달콤한 미소 한 번 건네고는 또다시 서.. 더보기
[DMD] 제 11장 [엘뤼엔x엘] 부자유친 下 “아… 망했어, 망했어, 너 시험 잘 봤냐? 아 왜 답이 3번이냐고.” 주변에서 애들이 좋아하거나 절망하거나 어쩌든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엎드렸다. “엘~ 왜 그래? 시험 못 봤어?” “아니… 졸려…….” 졸립기도 졸립지만, 그보단 온통 그에 대한 생각으로 어지러웠다. 방금 본 과목이 쉬웠는지 어려웠는지도 생각이 안 났다. 3교시 간의 시험을 어떻게 봤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문득 정신 차리니까 오늘 시험이 끝나 있었다. 안 돼, 첫 날 시험부터 이러면 어떡해! 늦게 오는 담임 탓에 종례를 늦게 마치고 집으로 갔다. 현관문 도어락을 열려다 드는 생각에 손을 물렸다. 설마, 이 시간에 집에 있진 않겠지? 혹시 그렇다면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벌컥 강하게 연 집 안에서 정적이 흘러 나왔다. .. 더보기
[DMD] 제 11장 [엘뤼엔x엘] 부자유친 上 Be happy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미안, 오늘은 학원 때문에 안 되겠다.” 곤란한 듯 미소 지으며 부드럽게 말하는 친구 녀석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냐, 내일 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하교시간. 닷새 전만 해도 나도 저렇게 웃으며 돌아다녔는데. 왜 이렇게 시간은 빨리 가는 걸까. “아…….” 아직 다섯 시 밖에 안 됐다. 쓸데없이 왜 오늘 같은 날 단축은 하고 난리야. 개학식에도 안 하는 걸. 벌써부터 집에 들어가고 싶진 않지만 딱히 갈 데가 없다. PC방? 아니, 게임 안 한다. 노래방 혼자 가긴 그렇고 오락실도…. 카페도 가기 그렇고… 나는 다시 발길을 돌려 학교 건물로 들어갔다. 도서실에서 잡지나 읽고 가자. 그렇게 마음 먹고 대충 아무거나 꺼내 그.. 더보기
[당신의 꿈은 평안합니까?] [당신의 꿈은 평안합니까?]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 설정은 엘 탄생 이후 현역이었던 정령왕들의 꿈 얘기. 인간은 물론, 정령이 사는 곳이라 해도, 신이 사는 곳이라 해도, 일단 밤은 옵니다. 밤. 이 얼마나 달콤한 단어인지요. 한낮의 활발함도 좋지만, 어딘가 어른스러운 고요함이 내리앉는 그 시간대. 잠 못 이루는 인간도, 자지 않는 정령도, 휴식을 취하는 신도, 모두가 으레 살아온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풀어진 시간입니다. 쉿. 오늘은 당신과 함께. 특별히 '누군가' 의 꿈을 엿보려 합니다. 당신만 괜찮다면, 함께 보는 건 어떠신지? Case 1 현역) [트로웰] 어린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반짝이는 눈동자의 매력적인 정령왕. 분위기를 환기 시키는 어른스.. 더보기
《새해가 밝았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 본문의 전대 이프리트 환생 신체의 이름은 순진한 오리님, Rme님, 지하♡님, 소레아님께서 참여해 공동으로 제작 했습니다 ! * 초반은 소녀풍 모놀로그로 갑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엘이랍니다. 이래 뵈도 남성체구요(별 다섯 개!), 태어난 지 오백년도 안 된 따끈따끈한 물의 정령왕이에요♡ “응? 엘은 정령왕이니까 체온이 없잖아?” “캬악! 트로웰!” 옆에서 생글생글 웃는 이 살인미소의 요녀석은 땅의 정령왕인 트로웰이에요! “그치마안- 엘은 이프리트가 아니잖아.” 제발 사소한 건 넘어가주지 않겠니, 트로웰!? 음… 하지만 어떤 면으론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 하니까……. “그만하십시오, 트로웰. 엘이 진짜 심각하게 궁리하지 .. 더보기
《내일은 크리스마스 !》 I wanna wish you a Merry Christmas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 어른팀: 엘뤼엔, 트로웰, 카노스, 미네르바(페르데스), 시벨리우스 아이팀: 엘, 아스모델, 이프리트 옛날 옛적, 푸른 머리와 푸른 눈을 가진 엘이라는 소년이 공기 좋고 물 맑은 청정자연에서 아빠와 유니콘, 얼마 전 데려온 아이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엘~ 놀자, 얼른 나와~” 집 밖에서 들려오는 옆집 형, 트로웰의 목소리에 엘은 크게 답하곤 스토리상 동생인 아스모델의 손에 장갑을 끼워 주었습니다. “아빠! 나 놀다가 올 게!” 문을 여니 보이는 건 새하얀 반짝임. 때는 바야흐로 은빛 머리의 산타 여왕이 나타난다는 겨울. 12월 25일이라는 날짜를 목전에 두고 한적한 전원은 아이들.. 더보기
[DMD] 제 10장 [트로웰x엘] 흑기사 下 “엘~ 내 소원 들어줘야 하는 거 기억하고 있지?” 사대 정령왕 배 제 1회 시식대회가 웃음과 난동으로 마무리되고 그 후 며칠간은 계속되는 벌칙 이행으로 여러 모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결국 나 대신 이프리트의 벌칙을 받아 수행해준 트로웰은 생글생글 웃으며 가감 없이 이프리트에게 ‘제일 예쁘고 멋있고 강하고 아름다운 불의 정령왕님’ 이라 불러 이프리트에게 ‘역시 이상한 놈’ 소리를 들었다. 나? 난 차곡차곡 누적되어 있던 벌칙 수행하느라 바빴고. 정말 누가 시킨 건지(그 대부분이 이프리트이긴 하지만) 손끝이 절로 덜덜 떨리게 부끄러운 짓들이라 정신적 데미지가 꽤 강했다. 이프리트, 이 사악한 자식! 그렇게 할 일을 모두 끝마친 나는 내 영역에서 잊자, 잊어 버리자를 중얼거리며 굴러다니고 있었다... 더보기
[DMD] 제 10장 [트로웰x엘] 흑기사 上 Creamy Gam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어느 무료한 날, 때는 과거에서 돌아와 노엘을 만나기 전 어느 한가한 날. 우리는 에바스 에덴에 모여 앉아 ‘사대 정령왕 배 제 1회 시식대회(?)’를 개최했다.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먹기대회랄까. 아, 먹기대회라고 미친 듯이 먹는 그런 게 아니라 랜덤으로 선택한 상자에서 나온 음식을 먹는 거다. 상자 안에 있는 것들은 우리가 아크아돈을 다니며 맛집이라 불리는 곳들에서 사온 거지만 우리에겐 거북한 지뢰일 뿐이었다. “으으… 아자!” 상자를 열며 긴장한 이프리트의 얼굴이 환해졌다. 잘하면 그나마 무난한 게 나오기도 하는데, 이프리트처럼 액체인 경우 말이다. “이건 먹을 수 있지, 흥.” 벌컥벌컥 마셔버리는 이프리트. 참고로 못 .. 더보기
[DMD] 제 9장 [라피스x엘] 너에게 쓰는 편지 下 “춥다…….” 추워, 춥다고. 덜덜 떠는 엘이 라피스를 바람 앞에 세우고 뒤에 섰다. “야 너…….” 그런다고 그리 따뜻해지지도 않겠건만 숨는 엘을 라피스는 결국 그냥 두었다. 차라리 혼자 총대 매는 게 낫지, 라피스는 싱글싱글 웃으며 서 있는 형에게 인사를 건넸다. “뭐야?” “어머니께서 너희 점심 사주고 들여보내라고 날 내쫓았거든.” 어머니, 이딴 거(눈앞의 형)는 필요 없는데요. “대접 받은 걸로 칠 테니까 그냥 꺼져.” “나온 김에 제수씨 보고 가려고.” 큭. 순간 라피스의 눈에 불이 일자 메테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라피스가 거친 기운을 뿜어내고, 메테가 큭큭 웃어대는 소리가 들리자 궁금증이 인 엘이 고개를 내민다. “여어 제수씨∼”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메테가 엘의 손을 콱 잡아 앞으로 끌어냈.. 더보기
[DMD] 제 9장 [라피스x엘] 너에게 쓰는 편지 上 Wish Right Now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내일모레가 수학여행인 거 알지? 시간 까먹지 마라, 다들.” 고 2씩이나 돼서 수학여행지가 경주라니… 흥. 처음에는 다 기겁하던 반의 녀석들은 그 아메바와 같은 뇌수준으로 흥분해 있는 상태였다. “술 마시자고? 난 별론데.” 옆에 모여 있는 녀석들 중 유난히 귀에 와 닿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눈이 닿은 곳엔 계집애처럼 긴 머리칼에, 얼굴 가득 난감하다는 기색을 담은 녀석이 있었다. 뭐더라 쟤 이름이… 아 그래, 엘. 2학년 올라와 아직 한 달이 채 못 된 터라 이 반에서 이름을 알고 지내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러나 저 바람 불면 날아가게 생긴 녀석은 첫날부터 유난히 귀에 박히는 목소리에 일부러 이름을 .. 더보기
[DMD] 제 8 장 [아스모델x엘] 반항기 下 트로웰은 지혜로운 친구다. 이번에도 그의 조언이 맞아 떨어졌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정신을 이탈하게 만드는 이유라 엘은 사실이 아니길 혼자 바랄 뿐. “아스모델…….” 엘은 아스에게 스륵 고개를 올렸다. 자신이 말해놓고 놀란 아스가 뒤로 물러난다. 그래. 원인이 있긴 있군. “네가 지금 뭐라고 한 건지 알아!!!” 이판사판. 자신의 말에서 현실도피 하려는 듯 큰 소리를 내는 엘의 모습에 아스는 같이 소리쳤다. “왜 못 알아들은 척 해? 엘 좋아한다고. 가족으로 보는 게 아니라 애인으로 본다고!” “그러니까 그게 말이 되냐고!” “어디가 어떻게 말이 안 되는데!” 아스는 엘을 벽 쪽으로 밀고 낮게 으르렁거렸다. 자신의 앞에서 음영을 드리우고 있는 아스를 엘은 툭 밀쳤다. 전에, 갑자기 성장해 커져버린 아스가.. 더보기
[DMD] 제 8 장 [아스모델x엘] 반항기 上 Love Troubl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부루퉁. 불만스럽다는 감정을 여지없이 드러낸 채 볼을 퉁퉁 불리고 앉아있는 아스모델의 모습에 라피스는 목소리를 줄일 생각은 전혀 안 한 채 말했다. “쟨 또 왜 저래?” 심드렁하게 지나가다 물어보는 것처럼 툭 내뱉은 라피스의 말에 조용히 숨 죽이고 아스를 지켜보고 있던 이사나와 알리사, 데르온이 기겁한다. “라피스님!” 이리 오라며 손짓 하는 이사나의 행동에 라피스는 인상을 일그러트렸다. 마치 왜 오라가라야, 라고 하는 듯한 삐딱한 모습에 이사나는 소곤소곤 설명했다. “아스 사춘기에요, 날카롭다니까요.” 그 말에 라피스는 흥 코웃음 쳤다. “성장도 끝난 게 사춘기는 무슨.” “아니에요. 데르온 말도 안 듣고, 어젠 엘한테 ‘어.. 더보기
[DMD] 제 7장 [카노스x엘뤼엔] 웃어주세요 下 엉성한 모습의 신전은 현존하는 최고령 신이자 정신연령에선 최하, 잔머리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카노스의 것이었다. 자신의 신전 방들 중 하나에 틀어박힌 카노스는 서류를 대충 보며 훌쩍였다. “엘뤼에엔…….” 그때의 충격적인 광경은 카노스의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리플레이 되어 그의 심장을 괴롭혔다. 가만히 이틀 정도 생각해 본 결과 카노스는 그를 안 이래 한 번도 엘뤼엔이 웃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작은 미소조차, 아니. 비웃음조차도. 자신을 볼 때의 엘뤼엔의 표정은 귀찮음이 가득하거나, 냉담하거나, 짜증을 내거나, 덤덤하거나……. 카노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저기서 들은 상대를 웃게 하는 방법들이 전혀 통하질 않았으니(상대를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다)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했.. 더보기
[DMD] 제 7장 [카노스x엘뤼엔] 웃어주세요 上 Smile, smile please !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신계에서 제일 유명한 신(말 그대로 유명했다), 신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신(그를 말릴 자 세 손가락에 꼽히니), 검은 머리의 마족의 아버지 카노스는 며칠간의 마계 나들이를 접고 신계로 돌아와 있었다. 유쾌하게 길거리를 활보하는 그를 먼발치서라도 본 신계의 여타 정상적이고 평범한 이들은 행여나 그가 자신을 부를까 왔던 길을 전부 뒤돌아 가기 바빴다. 한 편 간만에 마왕 녀석을 골려주고 유쾌 지수가 업 되어 있던 카노스는 그런 다른 신들은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보고 기겁을 하는 드래곤의 신의 어깨를 다정히 토닥여주고 그가 도착한 곳은 카노스 자신과 함께, 멀리 해.. 더보기
[DMD] 제 6장 [라피스x엘] 어느 날, 어느 밤 下 인간에서 정령이 된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나는 몸이 잠을 잘 필요가 없게 되었는데도 항상 해가 지고 나면 잠을 자는 게 습관화 되어 있었다. 라피스의 이상행동에 뒤이은 헛소리로 나는 급격한 피로감을 느끼고 침대에 누운 뒤 바로 잠들었다. 몽롱한 정신이 잠시 고개를 든다. 뭔가가 몸에 닿는 느낌에 몸을 뒤척이자 나를 귀찮게 하던 것이 떨어져나간 듯 촉감이 멀어졌다. “정말이지… 엘…” 누군가가 부르는 듯한 소리에 나도 모르게 배시시 미소가 그려진다. ‘엘’. 잠결에도 마음 한 켠이 따듯해지는 느낌. 곧 확실치 않은 정신으로 누군가가 한숨을 쉬는 소리와 부드러운 온기가 손을 잡아오 는걸 느꼈다. 작게 웃으며 그걸 꽉 잡는다. 누굴까, 날 이렇게 따듯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눈을 뜨기엔 짓누르는 잠이 너무.. 더보기
[DMD] 제 6장 [라피스x엘] 어느 날, 어느 밤 上 One Day Night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후아아아…….” 공기 맑은 마을 특유의 초록 냄새가 향긋한 저녁나절, 나는 한껏 기지개를 피고 있었다. 정령 주제에 피로를 푸냐고 묻는다면야… “음, 습관이니까?” 그래. 이렇게 대답할 거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아까 이사나의 행동을 빌려오자면 저절로 몸이 떨리게 추웠다)에 창문을 활짝 열고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면서도 전혀 ‘춥다’고는 못 느끼고 있으니 정령인 게 맞구나… 새삼 새롭다. 평소라면 혹시라도 이사나가 감기라도 걸릴까 창문 따위 절대 열 리가 없지만 지금 이 방엔 이사나가 없었다. 덧붙이자면 이사나와는 오늘 각방이었다. “너 거기서 뭐 하냐?” 저, 갈아 마셔야 할 빨강 도마뱀 때문에. “머리 풀어헤치고 뭐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