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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Hall Series

[아카렌지] 다가오는 타란텔라 【2】 2 Years latter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얍. 유키무라네 들어갔다며?” “에… 후지 선배.” 하릴 없이 교정 벤치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가 마주친 사람은 후지 슈스케였다. 한쪽 어깨에 멘 가방은 물론 품안에도 종이가 한 가득이었다. 키리하라는 그가 안고 있는 오선지 더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게 다 뭐에요?” “나 작곡과여서.” 정말 힘들다니까~ 후지가 능청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오선지 뭉치를 추슬렀다. “넌 강의 기다려?” “아뇨. 집에 갈까 싶어서.” “연습실 빌리지 그랬어? 아니면 집에서 연습?” “별로 연습할 기분 아니라 이러고 있는 검다…….” 키리하라가 툴툴대는 말투로 대꾸했다. 사나운 기세가 없는 키리하라는 구불구불한 머리를 흰 이마에 드리운 앳된.. 더보기
[아카렌지] 다가오는 타란텔라 【1】 2 Years latter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진짜로 도전장이잖아?” 야나기는 유키무라가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는 표정을 외면했다. ‘진짜 도전장’인 그것을 건네주고 있는 사람이 제 자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그의 죄라면, 저 어린 망나니 키리하라 아카야의 선생이었던 과거와 어째선지 대학 입학 후에도 들러붙는 매력일까. 모를 일이었다. “일단 전해주긴 했다.” “응. 야나기 너, 상당히 약하구나 걔한테.” 여기서 말하는 ‘걔’는 당연히 키리하라를 일컬었고, 그걸 못 알아들을 리가 없는 야나기는 침묵으로 답을 대신했다. 흰 봉투에는 한자로 도전장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고, 유키무라는 ‘상당히 동양적인데?’ 하며 웃었다. 와서 장갑이라도 던지지, 재밌을 텐.. 더보기
[아카렌지] 다가오는 타란텔라 【Intro】 2 Years latter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그래서 말인데, 유키무라.” “응?” 어쩌면 좋을까? 곰곰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기울인 채 고민하던 유키무라는 눈을 들었다. 야나기가 평소와 같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봤다. 피아노 보면대에 놓인 악보를 정리하는 손가락은 곧고 단정했다. 한 손에는 펜을 든 채 자신을 바라보는 유키무라에게 야나기가 말했다. “추천, 받나.” “…야나기 렌지의 추천이라니 기대할게.” 어떤 인재인지 궁금해지는데? 그렇게 말하며 유키무라는 정말로 흥미 어린 표정을 지었다. 유키무라, 시시도, 야규 세 사람과 플루트 주자인 선배. 이렇게 네 사람으로 구성된 목관악 콰르텟 앙상블은 해가 바뀌면서 새로운 바람을 맞이했다. 그들보다 선배인 플루트 주.. 더보기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Outro】[完] 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남색 머리카락에, 콧대에 걸친 안경, 키도 큰데다, 옷 스타일도 어른 같다. 표정 없이 서 있으면 차갑고 냉정해 보이는 저 남자는 사실 내 앞에서 늘 부끄러운 소리만 한다.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이냐고! 여러 번 외쳐도 듣는 둥 마는 둥. “달다.” “달지.” 크림이 왕창 올라간 커피를 먹은 소감은 으으으음 달아. 맛은 있지만 뭔가 내 입맛엔 미묘. 조심히 먹었는데도 묻은 것 같은 느낌에 혀로 입가를 핥고 고개를 돌리자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눈과 마주쳤다. 저 녀석, 나보다 훨씬 커서 항상 저렇게 내려다본단 말이야. “뭐. 뭐. 왜.” “예뻐서.” “너 그런 말 하지 말랬지.” 순간 정강이를 걷어찰 뻔 했다. .. 더보기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6】 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딱 한 번 찾아왔던 학교의 문을 통과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이 나라는 요리는 그렇게 못 생겼으면서 건물은 다 예술이네. 무카히가 홀로 혀를 내둘렀다. 오시타리는 맨날 놀고먹는 백수처럼 굴더니, 오늘은 레슨이 겹친다며 만약 먼저 도착하게 되면 어딘가 앉아 있으라고 했다. 자리 잡고 문자만 해주면 튀어나가겠다고. 이제 막 도착한 교정에 서서 오가는 학생들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재밌었다. 하나같이 무언가를 들고 있었는데, 큼지막한 악기 케이스에 더해 가방을 하나 더 멘 학생을 보았을 땐 저도 모르게 도와주고 싶어 움찔거렸다. 언어의 장벽이 입을 막았지만. 무카히 그 자신만큼이나 말라 보이는 남학생은 익숙하.. 더보기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5】 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독일은 참…….” “응?” “음식 갖고 장난을 안 치는 구나.” 일본 국적 밴드의 보컬 겸 키보디스트 무카히 가쿠토는 감자튀김을 포크로 찍으며 중얼거렸다. 손에 맥주를 쥐고 의자 등받이에 편히 기대 있던 오시타리는 이미 포기한 자의 여유 있는 미소만 지었다. “허례허식이 없어. 정직하네.” 심플이즈베스트라고 생각하지 뭐! 그렇게 말하며 감자튀김을 밀어 넣고 맥주를 들이키는 모습을 쭈욱 쳐다보며 오시타리는 제 맥주를 들이켰다. “뭐야 왜 자꾸 쳐다봐.” “먹는 것도 이뻐서.” “지랄…….” 미간을 좁히며 무카히가 물었다. “너 근데 이렇게 맨날 나랑 놀아도 돼? 나야 타지에서 좋은데…….” “니랑 놀 시간도 없.. 더보기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4】 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파가니니?” 앙상블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흘러나오는 고음의 선율. 연주자의 감정이 실린 탓일까. 어딘가 날카로우면서 애잔한 음이 귀를 부드럽게 채웠다. “아… 오오토리가.” 연주에 집중하고 있지 않았는지 오시타리는 인기척에 활을 멈췄다. 연습을 방해한 건가요? 오오토리의 말에 오시타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의자에 걸터앉았다. 좀처럼 볼 수 없는 힘이 없는 모습. 요 근래에 이상하게 자주 보게 된다 생각하며 오오토리는 물었다. “…싸우셨어요?” 그렇게 묻는 오오토리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고백에, 다툼에, 하루도 빠짐없이 표정이 극과 극을 오간다. 그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도대체 .. 더보기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3】 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고요한 교정.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클래식의 선율만이 떠도는. 웅장한 문화재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대학교 교정에는 현재, 유럽에서는 드물게도 동양인의 이목구비를 가진 남자가 단정한 걸음걸이로 뜻 모를 우아한 문양이 새겨진 도보를 걷고 있었다. 보편적인 체구가 작은 동양인에 속하지 않는 우월한 키에, 은발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순식간에 호감을 갖게 하는 첫인상의 순한 눈동자. 성격을 짐작하게 해주듯 유하고 바른 몸가짐으로, 베를린 음악대학교 기악과 바이올린 전공 학생인 오오토리 쵸타로는 지나가다가 ‘안녕, 오오토리!’ 하고 인사하는 학교 학생들에게 화답해주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쇼팽을 좋아하는 제 취향을 .. 더보기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2】 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 활짝 피어서 화려하게 춤추자. 자존심은(Pride)는 벗어 던지고 근사한 정원이 딸린 저택. 프랑스 국경 교외지역에 위치한 한가로운 마을의 한 저택은, 오늘만큼은 화려한 불을 이곳저곳에 켜고, 듣는 이의 심장을 연신 박동하게 하는 앰프로부터의 소리가 연신 흐르는 파티의 장으로 변모해 있었다. - 긍지 높게 마음을 불태워라. 거짓된 색으로는 진짜가 될 수 없으니 정원의 각각 조도가 다른 조명 아래에 따스한 여름 햇살을 받으며 곳곳에 앉아 다정스럽게 연인간의 대화를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에게 반가움을 표하며 비주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고,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 저택 안, 클럽으로 디자인.. 더보기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1】 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리! 오… 타리…! 오! 시! 타! 리!!!!!” 누가 날 이래 불러쌌노. 한참 벤치에 앉아, 양 손에 쥔 잡지를 뚫어져라 읽고 있던 오시타리 유시가 고개를 들었다. ‘불이라도 났드나?’ 평소의 그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얼굴에, 여태까지 그를 불렀던 시시도가 강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허탈한 한숨이 아니라, ‘나 지금 짜증났음, 그것도 너 때문에’ 라는 것을 단적으로 표출할 정도로 강한 한숨. 늘어진 그의 갈색 머리카락이 순간 위로 치켜 올라갔을 세기였다. 뭔 일 났냐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안경 너머의 멍청한 눈동자에 시시도는 허리에 양 손을 짚었다. “내가 지금 너 몇 번 부른 줄 아.. 더보기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Intro】 Interview 언더그라운드 5인조 남성 밴드, Loving Sky 이번 달 프랑스에 입국한 밴드 ‘Loving Sky’의 무카히 가쿠토 씨를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릴게요. - 밴드 Loving Sky에서 키보드와 서브 보컬을 맡고 있는 무카히 가쿠토입니다. 안녕하세요! 잘 모르시는 분들께 밴드 소개를 해주신다면? - 일본에서 활동 중인 ‘Loving sky’ 입니다. 일렉, 베이스, 메인보컬, 드럼, 키보드의 다섯 명으로 구성된 5인 밴드로, 크게 묶자면 대체적으로는 일렉트로니카를 가미한 밴드 음악 색채라고 생각합니다. 일렉트로니카라 해도, 흔히들 생각하는 일렉이나, 메탈의 정통파 밴드보다는 훨씬 순하고, 다양한 시도를 한 음악의 비중이 높아서 뭐라 정의할 수는 없겠네요.(웃.. 더보기
[야규니오] 그만의 파스티초 下 [完] Te Amar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언뜻 서리가 어린 듯 서늘해 보이는 눈매. 그리고 그와는 대비되게 어느 정도 심중에서 기인한 상냥함과 온화함으로 감싼 눈매. 니오는 유키무라에게서 눈을 돌렸다. 연습실이 몰려 있는 건물의 1층으로 내려오자, 중앙 홀에 드문드문 악기를 든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천장에 매달린 섬세한 샹들리에. 계단이며 나무 조각품이며 뭐 하나 고급스러움이 풍기지 않는 게 없다. 그 모든 것들을 감흥 없다는 눈빛으로, 그러나 하나하나 골똘히 바라보며 니오는 장난치듯 어깨를 으쓱했다. “유키무라다…….” “유키무라?! 야나기랑 시시도도 있잖아!” “야규 옆에 있는 사람 누구야? 처음 보는데?”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뜨문뜨문 아는 이름이 섞여 나온다. .. 더보기
[야규니오] 그만의 파스티초 上 Te Amar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야규. 소리가 많이 바뀐 것 같네?” “……그렇습니까.” 악기는 그대로입니다만 같은 소리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어리숙한 사람이 아니다, 야규 히로시란 사람은. “애인이라도 생겼어?” “아니요. 그렇지는.” 무덤덤하게 대답하고, 악기를 정돈한다. 밤이면 여름향기가 물씬 풍기는 완연한 초여름의 베를린. 타지에서 맞는 두 번째 여름. 악기 연주가 끝난 연습실 안은 잔잔한 침묵으로 물들었다. “벌써 여름이네.” 자신의 오보에를 닦으며, 유키무라는 창밖을 내다봤다. 사방이 고요해지고 나자, 닫힌 창문 틈으로, 문틈으로, 곳곳에서 온갖 선율이 스며들어온다. 음악으로 감싸인 곳, 어딜 가나 악기를 들고 뛰어다니는 학생들이 보이는 음대 안이기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