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ant You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어느새 도입된 전자기기의 보급 물결에 한 걸음 밀려난 물건이다.
그것은 동그랗고 컸다.
딱 CD 한 장 크기의 그것은 휴대성에서 워크맨에 자리를 내준 채 소수의 마니아들만 챙기는 아이템이 되었다.
눈앞에 있는 그것은 검은색 바탕에 노란 포인트 라인을 가지고 있었다.
“그…….”
뭔가 발언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던 사에키는 왁자지껄 저들끼리 떠들며 분위기 잡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에 몇 번 입술만 움칠거리다가 관두고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약 n분 뒤에 닥칠 자신의 미래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롯가쿠 제일의 미남이라는 소년은 결국 마른세수를 하며 착잡한 눈빛을 드러냈다.
“이거 말고…….”
다시 한 번 기합을 넣고 의견을 제의하려던 그는 또다시 때맞춰 웃음보가 터진 시끄러운 판국에 또다시 입을 다물었다.
사에키의 옆에 있던 아오이가 말했다.
“성공하면 여자친구 생길 거예요!”
주먹까지 불끈 쥐고 특유의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파이팅을 외치는데,
글쎄……. 사에키의 표정은 밝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오이의 응원에 힘없이 웃는 모습이 어쨌든 간, 이 녀석들이 자기에게 결국 그 꼴을 시키고야 말 것임을 눈치 챈 모양 그대로였다.
“대체 넌 왜 CDP를 소지하고 다니는 거고…….”
상황을 여기까지 쉽게도 몰아올 수 있었던 제 1 주축, 이츠키를 지목하며 사에키가 중얼거렸다. 그래, ‘워크맨 갖고 있는 사람?’ 이라는 말에 모두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은 화색의 모양에서 ‘나, CD 플레이어 있는데’ 하고 손을 든 이츠키 마레히코의 순한 얼굴이 첫 번째 반석이고.
“넌 왜 하필이면 동요 CD가 있었던 거고…….”
그러나 이런 류에 어울리지 않는 팝송만 가득한 이츠키의 CD에 실망한 아이들 틈에서 사물함을 우다다다 뒤져서 해맑게도 ‘동요 CD’를 자랑스럽게 내보인 아오이의 밝은 얼굴이 두 번째 반석이고.
“다 네가 져서 그런 거잖아?”
날씨가 급격히 쌀쌀해진 오늘인지라, 오늘 하루만 부실에서 보드 게임을 하자고 말이 나온 이 롯가쿠 녀석들과 친구여서 오늘 이 자리에 있고 하필 벌칙을 건 게임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과거의 자신이 세 번째 반석이어서.
“그래… 그렇지. 그래.”
얼굴을 쓸어내리는 지금의 자신이 있다.
오늘따라 대체 주사위는 누가 자석이라도 매달아놨냐며, 사실 이거 짜고 친 판 아니냐며, 어떻게 3연속으로 지는 게 자기일 수 있냐며, 근데 왜 너희는 마치 준비한 것처럼 벌칙 판을 내놓는 거냐며, 사에키는 수많은 반발을 숨겼다.
“자자. 소리도 최대로 높였고 트랙도 준비 끝. 재생 버튼만 누르면 돼. 사에 얼른.”
쿠로바네가 손을 휘휘 저어 사에키를 한가운데로 몰았다.
아오이를 비롯해, 옹기종기 모여 있던 이들이 둥글게 물러선다.
이럴 때도 단합 잘 하지 말아줄래……. 지금 이 자리에는 그의 동기들뿐만 아니라 언제든 함께 노는 롯가쿠의 어린이들과 할배까지 함께 있었다.
아이들이 또랑또랑한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사에키는 정말 난감한 얼굴로 내키지 않는 다는 듯 주춤주춤 그들이 비워준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손 올리고.”
망할.
상큼하게 욕을 궁시렁거리며 사에키는 두 손을 들었다.
그래도 해야 할 건 해야지, 라는 정신에 두 손바닥은 얌전히 머리 위에 안착해서 세워졌다.
남자아이들이 키득키득 웃기 시작하고, 여자아이들은 ‘우와아!’ 하고 눈을 빛냈다.
그의 동기들은 더없이 사악한 웃음을(사에키의 눈으로 보았을 때) 짓고 대기하고 있었다.
“시작한다?”
“사에 힘 내!”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애기 곰.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 곰은 날씬해.
애기 곰은 너무 귀여워.
으쓱으쓱 잘 한다.
“푸헤헤헤헤!”
“멋있다 사에키!”
한동안 두 손을 머리에 대고 손과 허리를 쫑긋쫑긋 움직이고 난 사에키는 이윽고 영혼이 한 숨 나간 표정으로 손을 내리고 거의 참다시피 했던 숨을 털어냈다.
주변에서 시끌벅적하게 좋다고 외치지만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와 ‘멋있었어 사에!’ 하고 외치는 여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다가와 킥킥 웃는 키사라즈에게 슬쩍 눈을 째리고서 슬그머니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가 흥을 돋는 효시였는지 계속해서 돌아가는 CD에 맞춰 뛰어든 아이들이 이츠키와 아마네를 붙들고 막춤을 추며 노래를 따라하고 있었다.
쿠로바네와 아오이도 신나서 끼어드는 것까지 바라본 사에키는 지친 모양새로 타이어 위에 걸터앉았다.
내가 다시는 아오이 녀석하고 내기 하나 봐라.
섣불리 소매를 걷어붙인 지난 순간의 자신을 탓한 그는 편안히 앉아 어둠이 내리고 있는 놀이터의 롯가쿠 친구들을 쳐다봤다.
보라색과 하늘색이 예쁘게 섞이는 저녁 하늘 아래. 바다 내음 선선한 달콤한 공기.
구김살이라고는 전혀 없는 해맑은 웃음 소리. 큰 녀석이든 작은 녀석이든 서로서로 매달려 놀고 있는 놀이터.
늦봄 한 철의 롯가쿠는 오늘도 신나고 평화롭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그래도 역시 아오이랑은 함부로 내기 게임 하지 말아야겠어.”
즐거운 거랑은 별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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