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短篇]/테니스의 왕자 썸네일형 리스트형 [토리시시] 31일과 30일 下 Someone love you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도서관 들락거리던 어느 날, 문득 두리번거렸더니 녀석이 있었던 것과 같았다. 그 녀석이 온몸으로 좋아한다고 외치고 있던 걸 발견한 건. 어디까지나 발견이었다. 이미 그곳에 있는 순둥이를, 그 순둥이의 전력으로 외치는 ‘좋아해요’를 단지 어느 순간 발견한 것뿐이다. ⁂ “뭐 드시고 싶으세요?” “……음.” 반짝반짝 쳐다보는 오오토리의 눈을 시시도는 제대로 마주보지 못했다. 그래. 이것도 어제까지와 같다. 오오토리 쵸타로가 한결같이 저돌적인 것처럼, 시시도 료는 한결같이 낯간지러움에 약했다. “규동이나 먹자.” “네!” 대형견과 붙어 다닌 지 어언 한 달여. 하루에 한 번 이상 문자 오가고, 한 번 이상 만나고, 한 번 이.. 더보기 [켄히카] 여름바람 Wind of summer storm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푸른 것이 우수수 흔들렸다. 잎에 맺혀있었을 빗방울이 속눈썹으로 날아와 맺혔다. 파도타기 하듯 여기서 저기로 온 잎이 푸스스 흔들린다. “선배, 읍.” 으, 하는 낮은 신음소리가 목을 울렸다. 켄야는 단비라도 만난 것처럼 연신 그의 숨과 입술을 삼킨다. 풍경이 있다면 정신없이 흔들릴 바람. 바람 밖에, 수풀 밖에, 그밖에 없는 곳에서 켄야는, 제 손 안에 쥐어지는 손목을 강하게 잡은 채로 풀지 않았다. 연일 높게 달라붙던 공기 중의 물기가 온몸에 달라붙어 괴롭혔다. 하필 여행 떠나는 때에 비 소식이 이어질 것은 뭐냐고 투덜대던 켄야는 솟아오르는 불쾌감을 주체할 수 없는지 평소보다 시끄럽게 굴러다니다 별안간 조용해.. 더보기 [켄히카] 불어라 봄바람 Spring has Com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저거저거 대체 얼마를 파는 거야?지금 손에 쥔 지폐만 봐도 두툼한데 나도 경찰 접고 저거나 할까?아니아니 아니지.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다시 집중하자.자자 심호흡 심호흡. 점심시간을 이용한 반짝 장사는 1분 만에 완판.무덤덤하게 간이 테이블을 접는 어린 남자 뒤로 우수수 멀어지는 양복쟁이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분홍색 아이스크림이 쥐여있었다.근엄한 금융권 종사자인 햄스터 샐러리맨들이 모퉁이를 돌아 멀어지고, 가판을 접은 남자는 트렁크에 짐을 실었다.막힘이라고는 없는 깔끔한 일처리였다. “거기 잘생긴 형님.” 트렁크 문을 닫은 남자가 가볍게 손을 털었다.햇볕이 강한 날이라 그런지 남자의 피어스 가득한 귀가 더욱 화.. 더보기 [켄히카] 네가 좋아 Love Mor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내린 곳은 창밖으로 들판만 보이기를 여러 번 반복한 어느 역이다. 열차 문이 열리고 걸음을 내딛은 순간 보인 건 느릿느릿 걸어가는 고양이 한 마리. 그리로 시선을 한 번 던진 자이젠은 이내 배낭을 고쳐 멨다. 시골의 한산한 기차역. 개찰구 옆에 선 역무원은 눈이 마주 닿자 사람 좋게 웃었다. 막 옆을 지나치다 부딪친 늙은 여인은 즉각 사과를 했다. 역사 주변은 인적 없는 2차선 도로를 빼면 멀리 주택이 드문드문 보일뿐. 가만히 선 채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올려다본 자이젠의 옆으로 트럭 한 대가 지나갔다. 그는 철길 옆으로 난 야트막한 풀밭을 걸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산과 들과 철길 밖에 없었다. 내린 역에서도 얼추 멀어진 뙤약볕이 .. 더보기 [오시가쿠] 여름 초입 下 Otium sine dignitat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뭐, 볼 건 없네.” “뭘 기대했는데?” “큰 성?” 시답잖은 말을 주고받으며 출구를 나왔다. 해가 뉘엿뉘엿해지는 시간이었다. 손에는 컵 아이스크림을 들고 입에는 스푼을 물고 녀석이 말했다. “오코노미야키 먹자.” “그러든가.” “오사카 성 근처 맛집 다 찾아봤거든.” “뭐 밀가루 다를 게 있다고…….” “음식에 대한 모욕이야!” 어디 밀가루 다른 거 있나 보자. 마지막 남은 젤리를 낼름 입에 넣고 던진 컵이 쓰레기통 안으로 쏙 들어갔다. 이러니저러니 떠들어도 걷는 걸 멈추진 않았기에,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어디 양껏 먹어봐라.” “못 먹을 줄 알아?” 줄줄이 이어지는 주문에, 맥주에, 얼씨구. 불판에 반.. 더보기 [오시가쿠] 여름 초입 上 Otium sine dignitat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할 일도 없고 날씨도 좋고 늦게까지 영화도 봤겠다 간만에 잠 좀 자려고 했는데.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지나치게 예민한 감각이 쉴 생각을 안 한다. “…야아.” 두어 톤은 더 가라앉은 목소리로 부르자 소음의 주범이 쪼르르 다가왔다. 아침부터 할 게 뭐가 있다고 새벽 같이 일어나 돌아다니는지 대체 알 수가 없다. 저 쥐방울만큼 작은 머리통은 남의 집에 와서도 제 집처럼 돌아다니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 시간이 몇 시… 큼.” 평소보다 느슨하게 풀린 채 잤더니 그새 목이 가라앉았다. 나오려는 기침을 가다듬느라 말을 멈추자 녀석이 앞에서 답했다. “7시.” “아 그냐…. 일도 없는데 와 아침부터 싸부작.. 더보기 [켄히카] 순간의 커피 Sugar Lips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우엑, 커피가 뭐 이리 쓴 기고. 설탕 없나?” “케잌하고 설탕을 우예 먹는다꼬. 원래 단 음식엔 쓴 거 먹는 겁니더.” “색깔은 지 머리색만치 까맨기.” “나잇살 먹고 음식투정이고.” “뭐! 이긴 취향이데이!” “먹기 싫음 내놓으시든가예.” 평범한 이층집. 곳곳에 사람 사는 기척이 남아있는 아늑한 집 안. 향긋한 커피내음이 풍기는 식탁에, 두 선후배는 마주 앉아 있다. 아기자기한 모양새의 케이크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머그잔을 쥔 채 늘 그랬듯 티격태격 하고 있다. 자이젠이 금방이라도 케이크를 가져갈 것이라 생각했는지 켄야는 포크를 들고 우물거리며 접시를 왼손으로 가렸다. 그 모습을 맞은편에서 고스란히 보고 있는 자이젠의 .. 더보기 [키리니오] 不明 Try to kiss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날 봐요.” 목을 울리며 웃는 목소리가 다가왔다. 너는 언제나 불쑥 얼굴을 들이민다. 오늘도 웃고 있는 네 얼굴은 쾌활함 외에 어떤 낯도 없다. 처음과 같다. 나는 괘씸함과 자존심을 끌어올려 냉소적으로 웃는다. 처음과 같이, 나는 눈곱만한 호기와 반절의 포장, 그리고 허세로 여유로운 팔짱을 낀다. “남의 집 앞이라고.” 가로등이 세 채 건너로 하나씩 있는 멀쩡한 주택가. 어두컴컴한 남의 집 앞, 골목에 세워진 차와 차 사이로 나를 잡아당긴 너는 어린애처럼 웃고 있다. “뭐 어때요.” 너 역시 처음과 같다. 아무 고민 없고,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고, 격 없이 달라붙는다. 관계를 여기까지 끌고 온 건 나일까, 너일까. “눈 감아.. 더보기 [오시가쿠] 아르바이트 【2】 Love is the source of Strength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갓치형!” “응?” 평화로운 주택가. 지붕이 시원한 푸른 색인 집 안. 무카히는 제 방에 드러누워서 만화책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반쯤 열려 있는 방문 너머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난다 싶더니 방문이 곧 활짝 열렸다. 골격이 여린 무카히 가문 특유의 유전적인 신체 그대로인 가쿠토의 남동생. 동시에 아버지를 닮았는지 평범한 또래 애들만큼의 체격인 히코토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갓치형. 이거 인라인 형이 꺼내 놨… 어? 뭐야?” 무카히 가문 특유의 진한 적포도주색 머리카락. 여자아이답게 긴 머리인 누나나, 칼 같이 잘라놓은 형의 단발머리와는 다른, 끝의 삐침이 있는 샤프컷. 짜식. 누구 동생인지.. 더보기 [토리시시] 31일과 30일 上 Someone love you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해저 동굴의 유골에 대한 기사와 고화질의 사진을 꼼꼼히 보고, 광고가 수록된 뒤의 몇 장을 넘긴다. 36분 지났다. 잡지는 다 읽어버렸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뭘 할까. 바로 이전에 들었던 수업이라도 복습할까. 그를 살필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잡은 자리는 햇빛이 머리에 닿는 위치다. 덕분에 정수리 부분이 따끈따끈한 게, 손 대보지 않아도 알겠다. 소리 나지 않게 일어서면서 지나치는 시선인 것처럼 위장해 슥 쳐다본 그는, 여전히 펼친 책에 몰입해 있는 채였다. 그의 주변엔 포스트잇 두어 개가 붙어 있는 노트 한 권, 헝겊 필통, 샤프, 형광펜, 읽고 있는 서적과, 참고 자료인 듯 펼쳐져 있는 책 한 권이 모양을 유지하고.. 더보기 나와 함께 춤을 We want You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어느새 도입된 전자기기의 보급 물결에 한 걸음 밀려난 물건이다. 그것은 동그랗고 컸다. 딱 CD 한 장 크기의 그것은 휴대성에서 워크맨에 자리를 내준 채 소수의 마니아들만 챙기는 아이템이 되었다. 눈앞에 있는 그것은 검은색 바탕에 노란 포인트 라인을 가지고 있었다. “그…….” 뭔가 발언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던 사에키는 왁자지껄 저들끼리 떠들며 분위기 잡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에 몇 번 입술만 움칠거리다가 관두고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약 n분 뒤에 닥칠 자신의 미래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롯가쿠 제일의 미남이라는 소년은 결국 마른세수를 하며 착잡한 눈빛을 드러냈다. “이거 말고…….” 다시 한 번 기합을 넣고 의견을 제의.. 더보기 Rine 〃 Gakuto. M 《September, 26》 사람이 끊일 일이 없는 역 근처 카페에 앉아서 나는 창가를 내다볼 거야. 1층에서 받아서 가지고 올라온 2층은 온통 소파와 테이블과 사람들뿐이지. 향긋한 커피 내음과 달달한 크림 냄새. 그리고 온갖 사람 냄새와 눅눅한 공간에 달라붙은 냄새도 함께 나는 곳이야. 공간은 넓지만 일하는 직원은 최소화되어 있으니 가끔 더러운 테이블도 눈에 띄겠지. 나는 창가에 자리 잡은 의자 두 개짜리 둥근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을 거야. 내가 주문한 것은 늘 그랬듯 진하게 부탁한 아메리카노일 거야. 마음이 내키면 월넛 와플도 함께 쟁반에 받아 테이블에 올려놓았겠지. 그 카페는 샌드위치가 별로라서 말이야. 굳이 먹는다면 와플이야. 와플만 달라고 차분하게 말했을 테지만 기분이 별로라면 생크림에 딸기까지 올려서 먹겠지. 시각은 아마.. 더보기 [오시가쿠] 15살의 수줍음 Do you like ?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숨기려고 했어. 정말로. 끝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으려고. 너를 좋아하는 건 전적으로 내 문제니까, 너한테 폐 끼칠 수는 없다고 생각하니까. 너에게 말한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을 테니까. 나, 사귄다거나 그런 건 전혀. 싫으니까. 정말로 숨기려고 했어. 그저 좋아하고, 때때로 마주치는 눈에 설레는 걸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받아넘기고, 너와 퍽 자연스럽게 대화하고는 홀로 되새기고. 정말로 나는. 그랬는데. ……-그거면 됐는데. . . . “아으 닭살 돋아. 미치겠다.” 처음으로 본 로맨스 소설에 처음으로 책 보고 소름 끼친 날. 여러모로 잊히지 않을 날이다. 도저히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어서 나는 책을 덮어 숨기듯 껴안고 .. 더보기 [오시가쿠] 변해가는 모든 것 중에서 With You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커플은 사회악이야.” “뭐꼬.” 내 말을 받은 건 이 부실에 유일하게 같이 있던 녀석이다. 턱을 괸 채 종이에 손장난을 하고 있는 동안, 녀석이 픽 웃었다. “어리긴.” 의미 없이 끼적이는 펜은 연신 혼자 중얼대듯 종이를 채우고 있다. 심심해, 놀자고, 나쁜놈, “커플은 좋은 거제. 왜냐면 내도 언젠간 커플이 될 테니까. 당연히 축복해줘야지.” “뭐래.” 너야말로. 내가 말을 받았다. 부원이 백 단위인 테니스 코트의, 그 중 여덟만 안방처럼 쓸 수 있는 부실 안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그야 오늘은 부활동이 없는 날이니까. “캐서, 시시도는.” 천연덕스럽게, 알면서 묻지 마. 안 그래도 횡횡한 기분에 눈을 흘기려니 녀석이 짐짓 웃음을 .. 더보기 [켄히카] 소리, 속삭임 In the Feeling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때때로 당신이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연습을 하다가, 길을 걷다가, 몇 마디 주고받다가, 혹은 그저 보고 있다가도. 당신의 감정은, 때때로 내가 따라가지 못할 만큼 열정적이고, 짚어내지 못할 정도로 다양해서. ⁂ “니 또 뭘 맹하니 있노.” 아…. 언제 왔는지 그늘이 진다. 낯설게 느껴지는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코트에 있었는데……? “어이고.” 라켓을 내 옆에 놓고 그가 미간을 좁혔다. 햇볕에 따스하게 물든 피부색. 인상 좋은 얼굴로 짓는 츳츳 팔짱끼는 표정. “야 임마.” 손이 다가온다. 햇볕에 낙낙히 익은 따뜻한 손끝이 이마에 닿고. 그를 물끄러미 올려다본다. …오시타리 선배, 구나. 조금 뒤늦게.. 더보기 [켄히카] 빙빙 돌아 한마음 Rain Cloud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저녁식사를 팥죽으로 때운 후였다. 열여덟 살. 센터시험이 끝나고 사흘간 단팥죽만 먹었다. 센터시험이 끝난 직후 결혼기념일을 맞아 며칠간 여행을 간 부모님과, 부부동반 모임으로 조카까지 데리고 여행 간 형 내외. 아무도 없는 고요한 집 거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나는 음악 감상 중이었다. 벨이 울리기 전까지는. “…….” 센터시험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나타난 그 사람을 나는 어제 본 사람인양 단박에 알았다. “야아, 히카루.” 거의 3년 만에 보는 당신이란 사람을. 정말로 한 눈에. “하루만 재워주잖겠나. 내사 갈 데가 없구마.” 한숨을 쉬며 거의 열린 현관문에서 돌아서며 나는 무심하게 말한다. 애써 무심한 척 속내를 어떻게든.. 더보기 [아카렌지] 당신을 본 노을 Do I know him ?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온 세상이 너무나 밝다. 막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태양빛은 느릿느릿하게, 그러나 종종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지, 싶게 서서히 잠기고 있었다. 으레 한창 볕이 따가운 정오쯤의 한낮이 가장 밝다고 인식하고 있겠지만, 야나기 렌지에게 있어서 가장 밝은 때는 단연 지금이다. “푸에취!” “분타, 역시 머리에 물 뿌리고 다니지 말라니까.” “막 연습 끝났을 땐 저절로 생수를 붓게 된다고.” 투닥투닥 항상 그랬듯, 항상 그런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이 옷을 꿰입는다. 일반 부원들은 이미 우르르 몰려서 하교한 시각. 오늘 뒷정리를 담당하는 몇 만이 남아 있는 시간이었다. 곧 있을 대회 때문에 레귤러들만 따로 연습 후에 남아 브리핑을.. 더보기 [오시가쿠] 아르바이트 【1】 Love is the source of Strength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야, 점심 먹으러 안 가? 뭘 그렇게 멍을 때리고 있어?”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얼굴. 안경까지 끼고서 샤프를 손에 쥔 채 멍하니 허공을 보는 모습이 뭇 여학생들의 가슴을 들었다 놓는다. 오늘도 여전히 상판 하나는 잘 생겼네, 하고 툴툴대면서 시시도는 정신이 이탈한 상태인 친구를 불렀다. “야?” 그의 친구. 효테이 학원 고등부의 인기남 중 하나인 오시타리 유시의 어딘가 핀트가 다른 면모라든가, 쓸데없이 진지해진다거나 하는 괴짜적인 면엔 그럭저럭 면역이 생겼건만 가끔씩 이렇게 정신을 놓고 있으면 짜증이 솟는다. 귀찮다고. 네가 애냐, 밥시간도 모르고 넋 놓고 있게. 같은 반인 죄로 가장 휘둘리.. 더보기 [오시가쿠] 빗물 아래 온기 I will Always love you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이게 끝이야. 다시는 보지 말자.」 심장이 멈추는 것만 같다, 라고 생각했다. 심장뿐일까. 숨을 쉬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릿하게 자각하고 나서야, 조그맣게 입을 열고, 말을 하려다가 공기를 들이킨다. 상대의 기세만큼이나 차가운 공기가 숨통을, 폐부를 파고든다. 수많은 만남과 수많은 이별을 거쳐 왔지만, 오늘처럼 차가운 날에 이런 이별을 겪은 적은 없었다. 아니, 그걸 떠나서 이렇게 일상적이지 못하고, 그저 한 순간의 열병으로 치부하지 못하는 이별은 그의 인생에서 처음이다. 전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던 일이기도 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물의 얼어붙은 허공으로, 그의 숨결을 따라 약한 입김이 번지고. 그는 가만..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