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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短篇]/테니스의 왕자

[오시가쿠] 아르바이트 【2】

Love is the source of Strength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갓치형!”

 

?”

 

평화로운 주택가. 지붕이 시원한 푸른 색인 집 안.

무카히는 제 방에 드러누워서 만화책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반쯤 열려 있는 방문 너머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난다 싶더니 방문이 곧 활짝 열렸다.

골격이 여린 무카히 가문 특유의 유전적인 신체 그대로인 가쿠토의 남동생. 동시에 아버지를 닮았는지 평범한 또래 애들만큼의 체격인 히코토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갓치형. 이거 인라인 형이 꺼내 놨? 뭐야?”

 

무카히 가문 특유의 진한 적포도주색 머리카락.

여자아이답게 긴 머리인 누나나, 칼 같이 잘라놓은 형의 단발머리와는 다른, 끝의 삐침이 있는 샤프컷.

짜식. 누구 동생인지 귀엽게 생겼네.

동생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제 모습에 대한 생각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은 채 혼자 그렇게 평하며 무카히 가쿠토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 그거 딸기 냄새 나.”

 

아 이거. 누나가 샘플 바르고 남았다고 발라줬어.”

 

질문을 상기하고 대답하며 볼을 긁으려다가 얼굴에 바른 딸기 요거트 팩이 떠올라 멈춘다. 그는 제 앞에 앉는 동생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뭐 물어보려고 들어온 거야?”

 

, 저 인라인 형이 꺼내놓은 거냐고. 신발장 정리하고 있었거든.”

 

참 착한 녀석이야. 그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은 채 가쿠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아리 때문에.”

 

이번에 호수 가?”

 

. 주말에 연습하러. 너도 갈래?”

 

. 나 심심해.”

 

그래.”

 

인근 공립학교에 다니는 가쿠토의 동아리 활동은 인라인 스케이트 동아리.

일반 학생들 사이에선 멋있다, 한 번 해보고 싶긴 한데, 정도로 생각되는, 발군의 운동신경이 요구되는 동아리에서도 가쿠토는 에이스로 활동 중이었다.

 

이번 주말 연습 때문에 꺼내서 신발장 위에 올려놓고 까먹고 있던 인라인을 상기하며 가쿠토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저도 가겠다는 히코토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었다.

히코토는 가쿠토의 앞에 주저앉아 다리를 쭉 뻗었다.

 

형 내일 저녁도 아르바이트?”

 

금요일이잖아.”

 

아르바이트 힘들잖아.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면서.”

 

히코토가 고개를 갸웃 움직였다. 무카히 집안은, 그저 평범하고 평범한 중산층 집안이다.

멀쩡하게 제대로 된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어머니는 꼬박꼬박 다달이 월급을 가져오고 있고, 할아버지 대부터 물려받은 조명과 전기 설비 상점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어쨌든 자영업이라 돈이 부족한 집은 아니다.

 

대학생인 누나가 자기 용돈을 직접 버는 정도라면 그저 그렇구나 하겠지만, 무카히는 유독 일 욕심이 많았다.

 

그래도 뭔가, 집에서 빈둥거리거나 하면 엄청 시간 버리는 느낌이야. 차라리 그 시간에 나가서 돈이라도 버는 게 더 좋다고.”

 

그렇게 벌어서 쓰는 데도 없잖아.”

 

죄다 저축하니까 그렇지. 그래도 인라인 용품 다 내가 샀다.”

 

나름 돈 드는 여가생활 비용을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충당하고 있는 근면성실 청소년이 웃으며 브이자를 그렸다.

방바닥에 엎드려 누워서 뒹굴대던 모양 그대로, 싱글싱글 웃는 형의 옆에 앉은 히코토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듯 연신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니까 왜?”

 

말했잖아. 바보야.”

 

구구절절- 까지는 아니어도 나름대로 설명 해줬건만 뒤돌아서선 그러니까 왜?’ 라니. 했던 말을 또 해줄 정도로 착한 성격은 아닌 가쿠토가 동생 녀석을 향해 혀를 내밀었다.

 

귀찮아.”

 

아 뭐야- 근데, 형 그거 이제 씻어야 하지 않아?”

 

히코토가 말했다.

가쿠토는 어깨를 으쓱했다.

 

몇 분?”

 

지금 15분쯤?”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난 가쿠토가 화장실로 사라졌다.

그 사이 히코토는 형이 드러누워 있던 자리를 차지하고 본인이 드러누웠다.

아 따뜻해.

딱 바닥이 따끈한 부분이다. 눕자니 순식간에 기분이 나른해졌다. 이렇게 따뜻한 곳에 누워있었으면서 잠들지 않은 형이 놀랍게 생각될 정도로 몸이 늘어졌다.

 

. 비켜.”

 

순식간에 얼굴을 씻어내고 제 방으로 돌아온 가쿠토가 히코토를 발로 밀었다.

반질반질 더욱 하얘진 형을 올려다보며 히코토가 싫은데, 하고 한 번 굴렀다.

 

뭘 뒹굴거리는 거야. 이 게으른 바보야.”

 

내가 뭐만 하면 바보래.

히코토가 입을 삐죽이든 말든, 가쿠토는 일어난 김에 책상 의자를 빼어 앉았다.

 

갓치~ 힛치~”

 

방문 너머로 누나의 목소리가 크게 들어왔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곧 가쿠토의 방 문이 벌컥 열렸다.

 

있지! 영화 보러 가자!”

 

?”

 

으응?”

 

난데없이 들이닥친 누나의 눈이 초롱초롱했다.

가쿠토와 히코토가 동시에 되물었다. 에이토는 상쾌한 얼굴이었다.

 

영화. 갈 거지?”

 

갑자기 뭘.”

 

에이토가 들어 보인 건 봄 분위기가 물씬 나는 영화의 포스터였다.

 

새학기를 주제로 한 영화라는데 소소하고 일상적이라나 봐! 보고 싶어!”

 

로맨스 아니야?”

 

아니래!”

 

가쿠토와 히코토가 눈을 마주쳤다. 에이토는 에이잇! 하며 한 마디 더 꺼냈다.

 

콜라 쿠폰도 있어, !”

 

좋아, 갈까?”

 

가쿠토가 바로 일어섰다. 히코토가 형 너무 노골적이야말을 흐렸다.

그러나 누나와 형은 전혀 개의치 않고 척척 대화하고 있었다.

 

, 그럼 얼른 옷 입고 나와!”

 

에이토는 바람 같이 사라졌다. 옆의 본인 방으로 들어간 모양새다. 가쿠토가 티를 꺼내 걸치는 것에 히코토는 느릿느릿 따뜻한 바닥과 이별했다.

 

 

 

 

갈릭하고 어니언이 뭐가 달라?”

 

팝콘을 사려 줄을 선 채 가쿠토가 물었다.

히코토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했다가, 웃음이 어린 얼굴로 제 형을 바라봤다.

 

, 바보지?”

 

모처럼 제 형에게 바보라 말할 수 있는 기회다. 히코토가 함빡 웃었다.

가쿠토는 눈가를 찌푸렸다.

 

갈릭이나 어니언이나 둘 다 양파…… .”

 

뒤늦게 생각의 오류를 찾아낸 가쿠토가 말을 멈췄다.

히코토를 밉지 않게 흘기며 툭 친다.

 

헷갈릴 수도 있지. , 그만 안 웃어?”

 

그치만 바보 같잖아. 아하하, , 푸흡.”

 

가쿠토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표정은 짐짓 무심을 가장한 채 히코토의 등을 퍽퍽 친다.

 

, 웃지 마. 웃지 말라고.”

 

싫은데~”

 

겨우겨우 콜라와 팝콘을 받아 사람들 사이를 벗어난 둘이 이미 표를 끊고 비치되어 있는 소파에 앉은 에이토에게 향했다.

 

……?”

 

그 사람이다.

어깨 근처의 남색 머리칼. 늘씬한 키.

옆모습 역시 더없이 차갑고 잘 생긴 그, 사투리 소년.

 

눈이 마주친 것도 아니고, 아는 사이도 아니지만 어쩐지 반가운 기분이 드는, 기억에 남은 이다.

울긋불긋 색색깔의 조명이 화려한 영화관의 1층에서, 가쿠토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낯익은 머리카락과 회색 와이셔츠에 도드라지는 날개뼈.

그는 조용한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섰다.

그만 바라보던 시선을 조금 확대하자, 주변에서 삼사오오 모여 있는 여자들의 눈이 한가득 그를 향해 있다는 게 보인다.

 

역시 눈에 띄는 사람이다. 저 소년은.

단지 그에게 시선이 닿았던 사람은, 여자고 남자고 잠시간 그를 쳐다보는 가운데 정작 그 자신은 태연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가쿠토는 탄식했다.

 

겉모습은 진짜 시크한데 말이야…….”

 

?”

 

, 아니.”

 

히코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혼잣말에 물었다.

 

가야할 목적지가 분명히 정해졌는지, 소년이 성큼성큼 걸었다.

저 방향이면, 2관부터 6관이 위치한 통로다.

다른 영화네.

가쿠토는 잠시간 시무룩해졌다.

 

갓치, 가자.”

 

누이가 일어섰다.

 

.”

 

점점이 멀어지는 뒷모습.

등 돌려 가는 모습이 뭔가 관계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말하며 헤어지는 것 같다.

실제로도 아무 관계없지만.

한 번 호감 가면 밑도 끝도 없이 호감을 표시하는 성격은 저 혼자 들뜨고 실망하고 배려하고는 했다.

 

시작하겠어, 가자니까.”

 

에이토의 재촉에 결국 눈을 떼고 이쪽으로 고개를 돌린 가쿠토가 웃었다.

 

가자!”

 

 

 

 

 

 

# 2,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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