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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長篇]/T University

《세이슌 Intro》 세이슌 학생회 막내, 에치젠 료마

세이슌 대학교 (학장: 류자키 스미레)

 

부지를 십자 표시로 네 구역으로 나누었을 때 중앙 영역에 위치한 대학교.

가장 오래된 대학교지만 지금의 대학교 논문과 학술활동은 조금 침체기. 현 학생회 임원들을 맞아들이면서 활발해졌다. 선후배 할 것 없이 분위기가 비교적 자유롭다.

이형마법과 원소마법이 강세를 보인다.

총학생회장은 이형마법학부 4학년 데즈카 쿠니미츠. 부총학생회장은 이형마법학부 4학년 오오이시 슈이치로.

학생회 구성원은 현재 9명이다.

(세부 임원: 총무 학술활동위원회 대표 이형마법학부 4학년 이누이 사다하루

서기 학생복지위원회 대표 이형마법학부 4학년 카와무라 타카시

졸업준비위원회 대표 원소마법학부 4학년 후지 슈스케

축제수행위원회 대표 이형마법학부 4학년 키쿠마루 에이지

교지편집위원회 대표 이형마법학부 3학년 카이도 카오루

총동아리연합회 대표 원소마법학부 3학년 모모시로 타케시

사회봉사위원회 대표 원소마법학부 2학년 에치젠 료마)

 

 

 

Enjoy one's Youth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꼬맹아! 어디 갔다 와?”

 

심부름이요.”

 

아 좀. 어깨 무거워요. 털레털레 학생회실이 있는 건물로 들어서기 무섭게 키쿠마루에게 붙들린 에치젠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키쿠마루는 비킬 생각은 전혀 안 한 채 오히려 체중을 실었다.

 

후지랑 이누이가 너 기다리고 있던데~ 뭐 죄지은 거 있어?”

 

혹시 키리하라라는 녀석이랑 또 싸운 거야? 키쿠마루의 말에 에치젠이 반사적으로 움찔했다. 내가 최근에 싸운 적이 있던가? 없는 것 같은데. 근데 왜?

어제 싸웠나?

 

그러게 싸움질 좀 적당히 하고 다녀~ 토야마 킨타로인가 그 녀석이랑도 볼 때마다 난리란 난리는 다 치고~”

 

그건 그 녀석이 걸어오는 거구요.”

 

어쨌든 키리하라한텐 너도 시비 건다는 거잖아.”

 

. 됐거든요. 에치젠은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체중을 싣는 선배를 옆으로 밀어냈다. 키쿠마루는 별다른 저항 없이 금세 떨어져서는 고민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럼 왜 부르는 걸까? 후지가 평소보다 더 생글생글 웃고 있던데.”

 

후지 선배가요?

에치젠의 미간이 약하게 찌푸려진다. 늘 방실방실 웃고 있는 선배가 평소보다 더웃고 있을 때는 장난기가 걸렸거나, 심심하거나, 놀려주려고 할 때라든가, 그럴 때 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연합경연에서 1위를 하든 인기투표에서 1위를 하든 온갖 좋은 상황에 처해도 웃고 있고, 시험 점수가 낮아도 웬 미친놈이 뛰어들어도 웃고 있는 사람이라 티가 안 나지만 그래도 의사표현은 확실하게 해주는 사람이라, 저 사람이 지금 좋아서 저러는 건지 한 놈 죽일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정도는 파악 할 수 있다.

 

특히 눈치 빠르기로는 키쿠마루가 제일.

기분이 찜찜해져서 에치젠은 재빠르게 심부름 완료만 알리고 나가야겠다 다짐하며 위원회실의 문을 열었다.

 

? 에치젠, 일찍 다녀왔네?”

 

제법 마음을 굳게 먹고 문을 연 보람도 없이, 위원회실은 평화로웠다.

하긴 평화롭지 않으면 어쩌게. 갑자기 여기가 용의 뱃속으로 변해 있거나 할 리가 없잖아.

가끔가다 마왕의 영역으로 변하긴 하지만.

 

심부름 끝. 저 이제 가도 되죠?”

 

위원회 임원도 아닌데 왜 심부름 시켜요, 특별수당 주시던가.

에치젠이 투덜거리며 좀 전의 키쿠마루처럼 헤드락을 걸어오려 하는 모모시로를 피해 문간을 지나치려 발을 떼었을 때였다.

 

모모, 잡아.”

 

? ? , !?”

 

한 걸음 내딛기도 전에 팔이 잡혔다. 한 쪽 팔은 모모시로가, 다른 팔은 얼떨결에 옆에 있던 키쿠마루가 붙들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지금 매우 귀찮아 질 거라고 내 감이 말하고 있어-!

기민한 야생의 감으로 벗어나려고 팔에 힘을 주지만 강화계열도 아닌 주제에 힘은 장사인 모모시로의 팔이 끝까지 에치젠을 잡았다.

 

아 좀 놔요!!!”

 

급박해진 마음에 소리를 지르고, 모모시로가 ? 그렇지만 후지 선배가 잡으라고 했는데하고 중얼거리고, 키쿠마루가 ~ 후지, 무슨 일인데?’ 하고 묻는다.

일의 주범인 후지는 저를 노려보는 에치젠을 보며 흐음~ 하고 가볍게 웃었다.

 

잽싸네, 에치젠?”

 

왜 잡아 놓는 데요.”

 

이내 숨도 쉬지 않고 빠르게 먼저 선수를 친다.

 

심부름 안 해요. 저 사실 임원도 아닌데 도와주는 거잖아요. 이건 엄연히 무보수 노동이라고요. 특히 히가는 안 가요. 밥 사줘도 안 가요. 저 바빠요.”

 

두다다다 내뱉는 말에 키쿠마루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꼬맹이 너, 낮잠 자는 거 외에 하는 거 없잖아?”

 

하는 게 없어도 심부름보단 나요. 그 시간에 술을 먹든, 싸움을 하든, 공부를 하든.”

 

후지는 여유로웠다.

제 것도 아닌 집무용 책상에 기대듯 서서 미소 짓는 모습이 평소처럼 곱다.

 

.’

 

저렇게 쉽게쉽게 웃고 있고, 키도 작은 주제에 세이슌 마법사 서열 2위란 말이지.

마법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마법실력. 다른 대학교 교수들도 알아준다는 인간이 왜 하필 이 학교에 있냐고. 왜 또 저렇게 꿍꿍이 있는 얼굴로 웃고 있냐고.

 

그렇지. 에치젠이 남는 시간에 술을 먹든, 싸움을 하든, 공부를 하든 그건 에치젠 맘이지.”

 

나긋나긋 동조해주는 것에 에치젠은 소름이 돋으려는 걸 느꼈다.

또 뭘 뒤집어씌우려고!

 

위원회 임원도 아닌데 위원회 일 하는 거 귀찮고 싫다고?”

 

…….”

 

보통 후배라면 내심 귀찮고 싫어도 선배, 그것도 중앙운영위원회 소속의 대선배 앞에서 대놓고 말할 리는 없지만 에치젠은 찜찜해하면서도 제 성격대로 대답했다. 후지는 빙긋 웃었다.

 

그래서 오늘 부로 에치젠 위원회 시켜주려고.”

 

?”

 

 

 

 

우웩-!”

 

새파랗게 질린 안색으로 입가를 틀어막고 급하게 학생회실 문을 열고 뛰쳐나가는 에치젠의 뒤를 데즈카는 묵묵한 표정으로 응시했다.

카이도는 불쌍한 후배의 모습에 고개를 돌렸고, 키쿠마루는 처음 이누이가 병을 꺼냈을 때부터 짓고 있던 일그러진 표정으로 으엑, 하고 덩달아 신음했으며, 모모시로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불쌍한 놈하고 중얼거렸다.

 

됐지?”

 

오로지 후지만이 상쾌한 표정으로 데즈카를 돌아보며 묻는다.

데즈카는 무뚝뚝하게(어쩐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지는 , 역시 맛있어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웃었다.

 

서기인 카와무라는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괜찮은 걸까하며 꾹꾹 글씨를 썼다.

 

 

세이슌 대학교 사회봉사위원회 대표: 에치젠 료마 (원소마법학부 2학년)

 

 

달랑 이틀 주고선 위원회 임원 이름 올리라는 일처리 방식은 여전히 맘에 안 들지만, 그래도 덕분에 재밌었네.”

 

후지가 특유의 시큰둥한 표정도 무너뜨리고 필사적으로 달려 나간 에치젠이 사라진 문가를 보고 한 번 더 미소 지었다.

 

기실, 에치젠이 입학하고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이누이 즙을 맛보게 된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뜬금없이 학기 시작한 와중에 국가에서 마법사 학생들의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과 활동 증진이라는 명목으로 사회봉사위원회를 시범 운영하라는 공문이 내려왔고, T University 내에서 시범 운영으로 선정된 게 세이슌과 효테이, 시텐호지였고, 덕분에 날짜상 이번주 토요일까지. 유효시간으로 금요일이 마감인 가운데 위원회 임원들이 합의한 인물이 에치젠.

 

사회봉사위원회라고는 해도 올 해는 말 그대로 시범 운영이고, 학생들에게 홍보도 안 된 상태에서 인원을 끌어오기도 뭐 하고, 무엇보다 제대로 운영이 될지 안 될지 위원회도 모르는 상황에 다짜고짜 데려올 수는 없으니 일단 공문은 올리자는 합의점이 도출 됐다.

 

그래서 서류상 대표에 희생양으로 지목된 게 선후배가 위원회 임원에 걸쳐 있고 사건사고로 얼굴 도장 확실하게 찍은 채 어울리는 2학년 에치젠 료마.

 

거기까진 카와무라와 오오이시를 제외한 누구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고 잘 풀렸는데 문제는 어떻게 대표를 맡기느냐였다. 본인 의사 무시하고 잘 진행되던 회의지만 아무리 서류상이라도 공식 서류에 이름을 남기는 데 본인 의사도 없이 막무가내로 올리기엔 데즈카가 고지식했다.

 

귀찮은 거 싫어하는 성격 다 아는 판에 어떻게 에치젠을 회유하냐가 문제였던 때, 후지가 나섰다.

 

. 내가 에치젠 넘어올 거라고 했지?”

 

아아. 역시. 에치젠의 평소 성격으로 볼 때 도발에 걸려들 확률 98%.”

 

이누이가 안경을 치켜 올렸다. 후지가 에치젠에게 근성 승부랄까? 그 유명한 이누이 즙을 더 많이 마시는 쪽이 이기는 건데. 못 해?’라고 물었을 때 이미 핼쓱해져서, 당장이라도 말려야 하나 고민했던 키쿠마루는 에휴, 한숨을 쉬었다.

 

꼬맹이, 이누이 즙으로 후지랑 배틀 뜰 생각을 하다니 아직 멀었다냥.”

 

에치젠은 이누이 즙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카와무라가 하하 웃었다. 주섬주섬 남은 이누이 즙이 든 병을 학생회실 냉장고에 넣는 이누이를 보며 키쿠마루가 기겁을 했다.

 

그걸 왜 거기 넣느뇨, 이누이!”

 

한 병쯤 기부를 할까 하고.”

 

됐어! 절대로 됐으니까 가져가!”

 

기겁해서 나서는 키쿠마루와 모모시로. 말은 않지만 카이도도 열렬한 눈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가운데, 후지가 의자에 앉은 데즈카를 내려다 봤다.

 

데즈카. 뭘 그렇게 생각해?”

 

딱히. 뭐냐, 후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저를 빤히 바라보는 모습에 어쩐지 또 장난기가 어려 있어서, 데즈카는 묵묵히 한숨을 삼켰다. 한껏 심술을 부린 후인데도 저렇게 반짝거리는 푸른 눈이라니.

오늘의 후지는 지나치게 기분이 좋았다.

 

아니야. 배고프네, 밥 먹으러 가야 하지 않아? 수업 없잖아.”

 

동기로 지낸지 4년차. 학부는 다르지만 어울리는 무리가 같아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낸 데다, 기숙사 룸메이트에 위원회 동료다. 그리고 그보다는 더 깊은 이름의 사이도.

상대방 시간표 정도는 금방 생각해 내는 사이.

 

그렇군. 에치젠이 돌아오면 같이 움직이도록 하지.”

 

과연 밥맛이 날까 모르겠네? 에이지의 말로는 세상이 노랗게 보인다던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전혀 공감을 못 해서. 그렇게 말하며 낮게 흥얼거리는 게, 역시 하이 텐션이다. 데즈카는 부디 후지가 이대로 장난기를 잠재워서 제2의 희생자가 나지 않기를 내심 바라며, 그러나 오늘 안에 키쿠마루가 또 후지는 마왕이다를 외치겠군, 하고 단정 지으면서 이누이를 말리는 데 성공한 키쿠마루와 모모시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슬슬 점심 먹어야 하지 않아?”

 

후지가 물었다. 키쿠마루가 당장에 눈을 반짝인다.

 

맞아. 배고프다뇨, 밥 먹자!”

 

에치젠 언제 돌아오는 거지그 전에 살아 돌아오기는 할까?”

 

카와무라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연신 문을 힐끔거렸다. 그의 걱정이 더해지기 전, 다행스럽게도 복도를 걷는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꼬맹이! 살아 돌아왔구나!”

 

비켜요. 울렁거려…….”

 

오늘 아침과 급격히 대비되는 안색으로 에치젠이 손사래 쳤다. 진이 다 빠진 모양새로 의자에 무너지듯 앉는 모습이 공감이 가서 키쿠마루는 혀를 찼다.

 

점심 먹으러 갈 건데, 괜찮겠냐, 에치젠?”

 

모모시로의 말에 에치젠이 무언가 괴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먹긴 하는데, 갑시다. 점심.”

 

일어서면서 눈이 마주친 후지의 모습에, 질렸다는 얼굴을 한다. ‘사람이 아니라는 게 진짜였어하고 중얼거리면서. 말은 그렇게 하면서 혹시나 후지가 들었을까봐 얼른 문 밖으로 나가는 모습에…….

 

후후, 에치젠.”

 

후지가 눈웃음을 지으며 기대고 있던 몸을 바로하며 미소 지었다는 건 사족.

 

 

 

 

헤에~ 후지냥! 후지냥! 졸업 논문 주제 뭐로 할 거야?”

 

아직 못 정했는데. 그러게, 슬슬 정해야 할 시기구나.”

 

제 성적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키쿠마루가 한 손으로 볼펜을 돌렸다. 다른 손으로는 턱을 괴고 있는 채로 묻는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후지가 노트를 보던 시선을 들었다.

 

우와. 졸업 논문이라고 하니까 졸업반이라는 느낌이 팍 오네요.”

 

과제가 밀렸다며 한동안 열심히 펜을 놀리던 모모시로가 끼어들었다. 그 말에 키쿠마루가 어깨를 으쓱한다.

 

나도 안 믿긴다니까. 1학년 같은데 벌써 4학년이라니.”

 

그러는 에이지, 너야말로 논문 주제 정한 거야?”

 

아니. - 귀찮아. 딱히 연구하고 싶은 주제가 없어. 관심 가는 건 있는데, 정작 정하지를 못 하겠어.”

 

그러는 오오이시는? 키쿠마루가 옆에 앉은 그를 쳐다봤다. 오늘도 성실하게 복습을 하고 있던 그가 으음, 대답했다.

 

의료에 관한 걸로 할 거야. 마력과도 연관되는 주제고, 관심도 있고.”

 

귀찮다. 난 내가 4학년이라는 게 안 믿겨. 물론 이 성적표가 내 성적이라는 것도.”

 

그러면서 제 앞에 놓았던 성적표를 잡아 허공에서 팔랑팔랑 움직인다. 이 자리에 데즈카가 있었다면 당장에 살벌한 눈빛을 받았을 학점이 줄줄이 기재된 성적표였다.

 

그러게 에이지, 조금 더 시험공부에 신경 쓰지 그랬어.”

 

그렇지만 그 교수 싫어. 여름 방학에 수업을 듣겠어, 차라리.”

 

그 땐 계절 학기 강사가 오겠지? 키쿠마루가 의욕 없는 태도로 대꾸했다.

 

T University Site 내에 있는 세이슌 대학교.

대학교 역대 가장 강한 마법사인 학생회장이 있는 중앙운영위원회의 독특한 임원진들이 늘어져 있는 위원회실 안으로 달콤한 봄의 꽃내음이 물씬 들어왔다.

 

본인들도 믿기지 않는 졸업반과, 3학년과, 오늘 막 위원회에 얼렁뚱땅 합류한 세이슌 슈퍼 루키까지. 9. 올 해도 세이슌 대학교, 이상 무?

 

 

 

 

 

 

# 세이슌 Intro세이슌 학생회 막내, 에치젠 료마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