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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長篇]/T University

《후도미네 Intro》 후도미네 학생회 막내, 이시다 테츠

후도미네 대학교 (학장: 공직)

 

부지를 십자 표시로 네 구역으로 나누었을 때 중앙 영역에 위치한 대학교.

역사가 가장 짧은 신생 대학교로 짧은 역사에 비해 활발한 학술활동 및 논문활동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선후배 관계가 돈독하다.

총학생회장은 이형마법학부 4학년 타치바나 킷페이. 부총학생회장은 이형마법학부 3학년 카미오 아키라.

학생회 구성원은 현재 8명이다.

(세부 임원: 총무 교지편집위원회 대표 이형마법학부 3학년 이부 신지

서기 축제수행위원회 대표 정신마법학부 3학년 타치바나 안

졸업준비위원회 대표 원소마법학부 3학년 이시다 테츠

학생복지위원회 대표 원소마법학부 3학년 사쿠라이 마사야

총동아리연합회 대표 이형마법학부 3학년 우치무라 쿄스케

학술활동위원회 대표 이형마법학부 3학년 모리 타츠노리)

 

 

 

Peaceful Peaceful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 신지.”

 

안녕.”

 

후도미네 대학교 중앙도서관의 현관 앞.

각양각색의 차림새를 한 학생들이 저마다 삼삼오오 뭉쳐서 지나다니는 와중에 남색 머리카락의 남학생이 보인다.

 

이시다 테츠는 익숙한 친구의 모습에 그쪽으로 다가가며 그를 불렀다. 신지가 고개를 돌리고는 담담하게 인사했다. 오늘도 고저 없이 평온한 목소리에 평온한 얼굴.

. 좋은 오후다.

 

오늘 하루도 평화로울 것 같은 기분에 이시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 형인 서쪽 학교의 마법사보다는 수다스럽지만 후도미네에선 그래도 제법 조용한 축이다. 물론 눈앞의 이부 신지 만큼은 아니지만.

 

, 저기 이부군……!”

 

한껏 긴장해 높아진 톤의 목소리가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두 사람이 쳐다보자 더욱 익어버린 얼굴로 우물쭈물 선 여학생이 보인다. 긴 머리칼에 핀을 꽂아 내린 귀엽다, 싶은 여자였다.

 

, , 주말에 시험 끝난 기념으로 놀자는데 올 건지…….”

 

-히 쳐다보는 신지의 눈에 여자의 얼굴이 점점 익어가다 못해 눈을 못 마주치고 고개를 푹 숙인다.

이시다의 눈에 흥미와 놀라움이 어렸다.

이부 신지한테도 여학생 팬이 있었다니. 그건 어쩐지 형님이 리본 공예를 좋아한다는 것 같이 매치하기 힘든 조합이라 생경하기만 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학생은 열심히 손을 꼼지락거리며 신지의 눈치를 살피는 중이었다.

 

과에서?”

 

? 으응, 3학년들만주말 저녁에 간단히 술이라도 마시자고…….”

 

난 됐어.”

 

단번에 거절. 그러면 그렇지. 이시다는 혼자 고개를 주억거렸다.

신지의 냉담한 반응에 여학생은 마치 고백했다 차인 것 같은 모양새로 풀이 죽었다.

 

, 그래. 언제든 마음 바뀌면 말해줘. …….”

 

제대로 인사도 못 하고 돌아서서 가버리는 모습을 쳐다보다가 신지에게 고개를 돌리니 이쪽은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더없이 평온하다. 그 모습이 너무도 그다워서, 이시다는 뭐라 지적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고 나란히 학생회실로 향했다.

 

과에서 놀자는데, 가보지 그랬어.”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가긴 무슨. 가봐야 내도록 술밖에 더 먹나? 술 먹고 나면 죄다 시끄러워질 거고. 술 핑계로 치근덕대는 것도 귀찮아.”

 

그의 트레이드마크와 다름없는 투덜거림이 이어진다. 아아. 역시 오늘도 평화롭군.

그 평화로움은 학생회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산산조각 났다.

 

뭐어?! 카미오! 넌 아직 3학년이야!”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안짱!? 그냥, 그냥 영화…….”

 

아무튼 그 변태는 절대 반대야!”

 

변태긴 하지만 나름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난 절대 반대야! 카미오군이 훨씬 아깝다고!”

 

…….”

 

또 싸우네. 신지가 심드렁하게 중얼거렸다. 학생관 중앙 계단 앞에서 붉은 머리의 비대칭 컷의 남학생과 갈색 단발머리의 여학생이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누가 보면 사랑싸움이라도 하는 것 같은 모양새지만 안타깝게도 남학생은 이미 애인이 있고, 여학생은 말하자면 위원회의 누나 포지션인지라 패스.

 

대화 주제는 한 줄만 들어도 척 감이 오는 것으로, 이시다는 아토베가 주말에 만나자고 했나 보군하고 읊조렸고, 옆에서 신지가 그런 것 같네하고 대꾸했다.

 

양 손을 허리에 척 얹고 널 절대 그런 변태한테 보내줄 수는 없어! 이 누나가 어떻게 키웠는데!’ 비슷한 말을 소리치는 안을 보고 카미오가 할 말을 못 찾은 채 입만 뻐끔거렸다.

이시다는 한숨을 쉬며 끼어들었다.

 

안짱. 카미오도 어른인데 심야 데이트 정도는 괜찮잖아. 아토베도 나름 카미오를 배려하는…….”

 

카미오는 귀여워서 언제 어떤 놈이 잡아갈지 모른단 말이야! 그건 너희도 마찬가지고! 무엇보다 왜 하필 아토베냐고! 다 괜찮은데 왜 하필!”

 

연애가 마음대로 되는 거야? 어쩔 수 없잖아. 제 팔자지.”

 

신지가 무심하게 옆을 스쳐지나가며 하는 말에 안이 씩씩대면서도 결국 한숨을 내쉰다. 이내 네 사람은 계단을 올라갔다. 카미오는 기세를 진정시킨 안의 모습에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이시다는 연신 맘에 안 든다, 카미오가 훨씬 아깝다, 등을 중얼거리는 안을 달랬다.

 

T University 중앙운영위원회 임원 중 유일한 여자인 타치바나 안은 후도미네 총학생회장인 타치바나 킷페이의 여동생으로, 학생들에게서 자상함과 리더십으로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학생들 왈, 타치바나 선배는 마치 보살 같다고) 그와 비슷하지만 좀 더 똑부러지는 성격이었다.

 

타학교 학생들과도 잘 지내지만 유일하게 잘 지내지 못하는 사이는 효테이 총학생회장인 아토베 케이고와 릿카이 총동아리연합회 대표인 키리하라 아카야.

전자는 편입 초창기 부딪혔던 앙금으로, 후자는 제 오빠와 부딪힌 앙금으로.

 

같은 임원이자 친구인 카미오가 그 학생회장과 열애 중이란 사실을 고백했을 때부터 안의 걱정은 하루도 가실 날이 없었다. 대개 카미오가 아까워’ ‘왜 하필이면등등.

카미오는 저를 걱정하는 안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는지 아토베를 감싸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하는 중. 벌써 몇 달째 사귀는 모습에 안도 이젠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지만 가끔 이렇게 폭주하는 일이 있어서, 위원회 임원이자 친구사이인 그들은 이제 놀라지도 않았다.

 

조금 있으면 체육대회 때문에 바쁘잖아. 어휴.”

 

안이 위원회실 문을 열며 한숨 쉬듯 말했다. 위원회실 안에는 학생회장인 타치바나 킷페이와 학술활동위원회 대표인 우치무라 쿄스케가 있었다.

좋은 오후라며 인사하고, 시끌벅적 해지는 사이로 모두에게 녹차 마실 거야?’ 하고 물으며 안이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마주쳤다.

 

그러고 보니까, 류자키랑 오사카다가 이번 주 토요일에 요 앞 시네마에서 영화 보지 않겠냐고 했는데.”

 

정문 앞에?”

 

. 정문 앞 광장거리에 있는 AB 시네마. ?”

 

카미오가 고개를 도리질 쳤다. 입을 꾹 다문 모습이, ‘아무래도 영화관이 겹친 모양이군이시다는 카미오를 배려해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늦지 않게 들어와, .”

 

. 그럴게. 오빠 주말에 집에 갈 거야?”

 

. 그러려고. 늦게 되면 연락해, 데리러 갈 테니까.”

 

알겠습니다~ 일찍 들어올게요~”

 

안이 타치바나의 당부에 웃으며 대답하고 모두에게 녹차를 건네고서 테이블 의자를 빼고 앉았다. 타치바나는 학생들의 건의사항을 확인하고 있었고, 카미오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연신 키패드를 터치. 신지, 모리와 우치무라는 노트를 꺼내들었다.

 

오빠. 체육대회 회의 때문에…….”

 

그러고 보니, 곧 체육대회군.”

 

올 해는 무조건 이겨요!”

 

우치무라와 모리가 눈을 반짝 빛냈다. 이 날을 위해 일 년을 굴렀다며 이를 간다. 떠올리고 나니 왜 생각하지 못 했지? 싶을 정도로 체육대회가 가까워져 있었다. T University 내의 모든 행사(체육대회, 문화제, 학술경연 등)는 연합으로 이루어진다.

 

보통 시기는 1학기 중간고사 끝나고 기말고사를 얼마 안 남겨 놓은 애매한 시기. 그렇다면 체육대회 따위, 대학생씩이나 돼서 누가 하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놈의 대학생 마법사들의 승부욕이란 범인과는 달라서 누가 뭐래도 기말고사보다 중요한 시즌이다.

 

릿카이의 삼연패를 깨고 전년도 우승을 한 게 세이슌. 왕좌가 뒤집어 진 마당에 다들 올 해의 승부에 열이 오른 것은 당연지사. 참가는 분명 자율이지만 사전신청 때 불참의사를 밝히는 사람이 학교 당 5% 미만이기에 명실상부 1학기 최고의 축제다.

 

우승 해야지.”

 

……다만 보통의 학교와는 다르게, 마법의 개입이 이루어지는 체육대회임을 숙지하자.

당연히 서로의 마력 상성과 이해도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정신계열이랑 데즈카는 넘사벽이라고.”

 

말하자면 누가 와도 못 이기는 사람이 있는 법.

그나마 정신계열 마법사는 희귀하고, 있다 해도 남들보다 배는 까다로운 컨트롤에 흐지부지 한 실력을 보유하기 마련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역 학생회장에는 신의 재능을 받았다는 정신계열 마법사가 한 명 버티고 있었다.

 

유키무라 세이이치는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을 거고.”

 

그 뿐만 아니라, 시텐호지 학생회에도 한 명.

 

그 예지 마법사도 여전할 거고. 효테이 오시타리 유시? 그 놈도.”

 

야마부키의 센고쿠 키요스미라는 녀석도.”

 

그나마 아쿠타가와나 히요시가 아직 미숙해서 다행이지.”

 

장소 상황 불문하고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게 정신마법이라 일반인들은 물론 마법사들도 정신계열 마법사들을 일종의 최종 보스로 여기긴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약점은, 보유하고 있는 본인도 컨트롤이 너무 어려워서 감을 못 잡고 헤맨다는 것.

 

그래도 전국에서 가장 유망한 대학 부지 안에 있는 학생들답게 널린 정신마법사들과는 기량이 다르지만 그건 다른 마법사들도 마찬가지라 웬만한 마력은 마력량 차이로 누르거나 회피한다. 하지만…….

 

데즈카나 무카히는 무리라고.”

 

정신마법사 중 톱이라는 유키무라 세이이치와 비등한 데즈카 쿠니미츠라든가, 마력부정성 결계사인 효테이의 꼬마라든가, 하는 두 사람은.

모리와 우치무라가 서로를 마주보고 어떡하지?’ 하다가 이내 한숨을 내쉰다. 이시다는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해보지도 않고 겁먹는 것이 어디 있어.”

 

이시다 말이 맞다. 상성이 안 맞는다 해도 마법사가 사람인 이상 절대 승자는 없지.”

 

타치바나가 침착하게 저들끼리 패닉을 일으키는 두 사람을 현실로 끌어내렸다. 신지가 한심하게 뭐야하고 중얼거리는 것을, 카미오가 친구한테 뭔 소리냐고 타박한다.

 

그런 의미로, 타치바나 안이 이끄는 여자 부는 절대 지지 않겠습니다!?”

 

안이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 활기를 얹은 목소리로 눈을 찡긋했다.

모리와 우치무라가 아- 그러고 보니, 하고 말을 이었다.

 

안짱도 정신 학부였지?!”

 

너희들…….”

 

혹시 바보 콤비? 안은 그 말을 삼켰다.

 

어쨌든 연습이야 열심히, 하면 된다고. 다들 거의 매일- 연습했잖아? 실제로 작년보다 훨씬 늘었어. 그러니까 그렇게 기 죽지 말라고.”

 

안이 덧붙이는 말에 이젠 회복했는지 평소대로 돌아와서 !’ 하고 대답하는 두 사람을 놔두고, 이시다는 처음에 안이 타치바나 쪽으로 밀었던 서류를 살짝 들여다봤다.

 

개최 예정일은 보름 뒤인가…….”

 

……보름 뒤?

 

잠깐만, 우리 아직 각 부서 선수 차출도 안 했지 않나?”

 

이시다가 떨떠름하게 물었다. 그의 눈은 총무인 신지를 향했다. 신지가 아- 하고 평소 표정 그대로 말했다.

 

깜박. 하지만 예산 처리라든가, 관련 부분은 다 끝냈어. 최종 승인은 오늘쯤 받으려고 했고.”

 

일 처리 제대로 한 건 고맙다만, 신지…….”

 

타치바나가 말을 흐렸다. 표정도 흐려진다. 이시다 역시 흐려졌다. 임원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신지만 평온했다.

 

왜 이렇게 갑자기 일이 터지는 건데?!?!!”

 

테이블을 내리치며 소리친 건 부회장인 카미오 아키라 군이었다나.

 

 

 

 

후도미네 대학교 원소마법학부 3학년, 사쿠라이 마사야는 늘 그랬듯 힘차게 위원회실 문을 열어젖혔다.

 

…….”

 

살며시 닫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방금 전의 오순도순 한 모습이 눈에 맺히지만 설마 그럴 리가- 라고 생각하며 심호흡을 하고, 힘차게 손잡이를 다시 잡은 뒤, 한 번 더 문을…….

 

어째서 다들 공부 중인데?”

 

열었지만 조금 전과 바뀐 거라곤 하나도 없다. 항상 그랬듯 차분하게 개인 책상에 앉아 서류 작업을 하는 학생회장님을 제외하고는 죄다 중앙 테이블에 모여 앉아서 노트 필기며 전공 서적을 꺼내들고 손에는 펜을 하나씩 들고 있다.

 

범위 어디지?”

 

카미오 문자 그만 해. 신경 쓰이잖아.”

 

닭살 돋아.”

 

핸드폰하고 떼어놔, .”

 

공부나 해!!!”

 

여어 사쿠라이, 왔냐? 이시다는 주춤거리며 눈을 깜박거리면서 문에서 움직이질 못하는 사쿠라이에게 어설프게 웃어보였다.

그 사이 우치무라가 카미오에게 일침을 놓고, 신지가 퉁명스럽게 덧붙이고, 모리가 킥킥대면서 카미오에게 달려들어 핸드폰 쟁탈전을 벌이고결국은 카미오가 소리 지르고.

 

이상하네. 녀석들 맞는데 왜 오늘은 죄다 노트 펼치고 앉았지?

하루 종일 라켓을 들고 있다면 이해가 가는데 이렇게 모여 앉아서 공부라니. 중간고사가 끝난 게 실은 나 혼자 꿈이라도 꾼 건가?

 

아아아아 망했어도대체 교수님은 무슨 정신으로 이런 과제를 내주는 거지?”

 

미리미리 했으면 됐잖아. 떠들 시간에 손은 놀리세요, 이 사람들아.”

 

주섬주섬 빈자리에 와서 앉는 사쿠라이는 무슨 일이야? 하고 이시다를 쳐다봤다.

 

이형마법학부 전공 교수님이 내일까지 마감이라는 과제를 내줬다는데, 이형 패밀리가 다 까먹고 있었지, 보다시피.”

 

과연.

이형마법학부 네 사람이 난동을 부리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나마 차분한 게 신지. 특유의 표정 없는 얼굴로 볼펜을 쥔 채 초안을 마무리하는지 사각사각 종이를 뒤져가며 뭔가를 흘려 쓴다.

 

전공 필수라면 점수에 중요한 거 아닌가?

네 사람 다 까먹고 있었다니(신지의 경우 말을 하지 않은 것 같지만) 이건 다 같이 망하자는 모임인가, .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며 사쿠라이와 이시다는 녹차 티백을 타서 홀짝였다.

그래도 나름 모여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어딘가 훈훈한 게…….

 

어이! 놀지 마! 놀지 말라고!”

 

노는 거 아닌데.”

 

어쨌든 옆에서 여유 부리지 말란 말이야!”

 

남들 노는 꼴 보기 싫다는 놀부 심보로 삿대질을 하는 우치무라와 모리의 외침에 오히려 두 사람이 여유만만 한 미소를 지은 채 두 손으로 따뜻한 컵을 감싸 쥔다.

 

제길! 배알 꼴려! 꼴린다고!”

 

시끄러워.”

 

낙제나 해버려라. 옆에서 신지가 담담하게 말을 끊었다. 의욕 없는 목소리에 덩달아 분노가 식었는지 두 사람이 연료가 떨어진 엔진처럼 푸쉬쉬 테이블 위로 늘어졌다.

힘이 완전히 다 한 게 아니었는지 이젠 죽어가는 목소리로 흑흑 거린다.

 

내일이 마감이라니난 그동안 뭘 하며 살아온 거지?”

 

아무리 분량이 적다지만 내일이 마감이라니. 흑흑.”

 

이미 제 몫을 끝내고 참고문헌을 살피고 있던 신지는 눈 하나 깜짝 않은 채 제 영역까지 흐느적 늘어진 우치무라의 팔을 잡아 홱 옆으로 밀쳤다.

 

! 신지! 이 매정한 놈아!”

 

……왜 멀쩡한 애한테 화풀이야. 그 시간에 얼른 한 글자라도 쓰세요, ?”

 

고스란히 옆에서 보고 있던 안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렸다.

좋게 타이르는 모양새지만 한 번만 더 시끄럽게 하면 한 대 갈길 테다같은 기세에 결국 우치무라는 징징거리면서도 몸을 바로 세우고 펜을 쥐었다.

 

안은 한숨을 쉬고, 타치바나는 징징거리면서도 제법 공부랍시고 다들 앉아 있는 게 기특했는지 아버지 같은 미소를 짓고, 카미오는 눈치 보아가며 연신 문자를 쳐대는 가운데,

 

이시다는 다시 한 번 녹차 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느릿하게 눈을 깜박였다.

 

 

 

 

 

오늘도, 평화롭구나.

 

 

 

 

 

 

# 후도미네 Intro후도미네 학생회 막내, 이시다 테츠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