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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短篇]/단편

[쿠로바스] [자빙] 농구 부실의 1월

Crunching the boy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아츠시?”

 

각자의 집에서 설을 지내고, 남은 학기를 위해 나온 학교는 들뜬 분위기로 달콤했다.

라커룸에 모인 요센 남자 농구부는 모두들 입에는 찐빵을 물고 손에는 물통을 든 채 왁자지껄했다.

마찬가지로 입 안 가득 찐빵을 문 무라사키바라의 손엔 타코야키맛 우마이봉이 들려있었다.

그는 막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웃음을 터뜨린 히무로를 내려다봤다.

시선을 눈치 채고 돌아본 히무로의 부름은 한 귀로 흘린 채, 입에 문 찐빵만 우물우물하는 모양새는 방학 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보랏빛 머리의 2m가 넘는 소년은 히무로 옆자리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연습이 끝나고 번갈아 씻고 나오는 라커룸은 어수선하고 시끄러웠다.

대화에는 한 마디도 참여하지 않은 채, 무라사키바라는 찐빵을 씹어 삼켰다.

추운 날씨 속을 지나온 찐빵은 상자를 열 때부터 물이 맺혀 있던 터라 먹어치우기는 쉬웠다.

세 번여 만에 씹어 넘기고 우마이봉을 하나 뜯는 동안 라커룸은 서서히 한산해졌다.

 

키는 2m를 넘기는데, 얼굴엔 앳된 티가 보이는 소년은 머리를 말리고 수다를 떨며 웃는 히무로를 곁눈질로 내려다봤다.

마르는 중인 머리카락이 바삭바삭해 보인다.

 

무로칭, 바삭바삭.

 

옷을 입으며 다시 목에 건 목걸이 줄이 흰 목에서 움직이는 모양이 맛있어 보인다.

정확히는 그 목걸이를 걸고 있는 흰 목덜미가 부드러워 보인다.

 

아츠시?”

 

히무로가 옆에서 느껴지는 또렷한 시선에 고개를 올렸다.

그럼 내일 보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부원이 문을 열고 나갔다.

히무로는 빙긋 웃었다.

 

우리도 그만 갈까? 다 먹었지? 이제 일어나자.”

 

과자를 먹느라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히무로가 먼저 일어서며 말했다.

그게 맞지만, 무라사키바라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를 쳐다봤다.

연달아 까먹은 우마이봉의 잔해를 바닥에 툭 떨구고 손을 쭉 뻗었다.

 

,”

 

그 자체로 긴 손이 금세 히무로를 붙들었다. 주춤 앞으로 쏠린 히무로가 입을 열든 말든 무라사키바라는 그의 머리카락 끄트머리를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무로칭.”

 

아츠시?”

 

바삭바삭해.”

 

뭐라고 반응을 할 틈이 없었다. 마구잡이로 당겨진 몸이 무게중심을 놓치고 쓰러졌지만 체격은 완성된 보라색 머리 소년은 전혀 개의치 않고 제 몸으로 받친 채 히무로의 귀 끝을 물었다.

 

아츠시!”

 

귓가에 날카롭게 올라간 소리가 닿을 듯 다가왔다 사라졌다.

안 들-리는-- 귓바퀴를 입술로 가볍게 물고 목적했던 머리카락 끝으로 입을 옮겼다.

생기 찬 머리카락은 혀를 간지럽히고 물기가 가시지 않은 목덜미는 이를 절로 간지럽게 했다.

몸을 일으키기 위해 어깨를 짚는 손을 잡아 고정한 채 느른한 눈으로 입을 움직였다.

 

물리는 곳을 머금고, 핥고, 깨물기를 얼마간.

입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가기 위해 떼지는 때를 노려 히무로가 등짝을 갈겼다.

 

아프…….”

 

아프잖아.”

 

반쯤 감겨 있던 눈이 제 나름의 원망을 담아 히무로를 응시했다.

히무로는 수건을 집어들어 목덜미를 쓸었다.

 

아츠시. 사람은 먹으면 안 돼. 그리고 그렇게 손대거나 입대는 거 아니야. 실례라고.”

 

난데없이 봉변을 당한 히무로가 그를 타일렀다.

매섭게 갈긴 손과는 다르게, 아프다는 원망이 배였음에도 조곤조곤한 목소리였다.

그런 히무로 앞에서 무라사키바라는 냉큼 대꾸했다.

 

알아.”

 

안다고?”

 

무로칭 내가 몇 살인 줄 아는 거야. 안다니까.”

 

으스대듯이 조금 목소리를 높인 무라사키바라를 보고 히무로는 수건을 그 옆에 내던졌다.

헛웃음을 짓는 그를 무시하며 기분이 좋아졌는지 무라사키바라는 흥얼흥얼 스포츠백을 걸쳤다.

히무로는 그를 따라 제 가방을 찾아 들면서 물었다.

 

모르고 저지른 것보다 알고 하는 게 더 나쁜 것도 알아?”

 

몰라~”

 

아츠시 이리와 봐. 부드러운 목소리를 뒤로 하고 무라사키바라는 성큼성큼 거리를 벌렸다.

바삭바삭한 무로칭~

 

이리 와보라니까?”

 

바삭바삭한 무로칭~”

 

바삭바삭 밟아줄테니 거기 있어라, ?”

 

무로칭 깡패래요~ 폭력범~

불분명한 발음으로 외치며 앞서 가는 무라사키바라의 뒤에서 히무로는 막 잠근 부실 문고리를 잡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저 거대한 애를 어쩐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