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b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무, 무로칭 폭력은 나쁜 거구……,”
히무로 타츠야의 웃는 모습이 하얗다. 접히는 눈가가 새초롬하다.
덩치는 산만한 사내애가 팔 휘젓는 게 결코 귀여울 것 같지는 않지만, 무라사키바라는 의식하지 못한 채 양손을 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모처럼 올라온 도쿄고, 두 사람이 쓰는 방이기에 현장에는 두 사람 밖에 없었다.
그래 둘뿐이다. 두근두근한 둘뿐이다가 아니라, 공포영화의 범인과 나뿐이다!
“아츠시도 나쁘고.”
“안 나빠…… 억!”
대꾸하자마자 퍽 느껴지는 충격에 단말마가 터졌다.
히무로는 움직이지도 않은 것 같은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을 구부렸다 폈다.
그 모습을 코앞에서 고스란히 보며 무라사키바라는 다급한 마음에 끙끙대지도 못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무, 무로칭…….”
“그래 아츠시.”
틀렸어. 듣고 있지 않다.
지금이라도 돌아서서 도망가는 게 낫지 않을까? 역시 아픈 거 싫구.
잠시만 근데 무로칭 화난 지 얼마나 됐지? 슬슬 폭발할 것 같은데.
“무로칭 저기…, 억, 악, 아프구! 사, 살려줘!”
⁂
“너 얼굴이…….”
“닥쳐, 미네칭.”
왜 저래?
아오미네 다이키는 눈치가 느렸다. 반면 쿠로코 테츠야는 굉장히 빨랐다.
사실 이 멤버 중 눈치가 느린 건 아오미네와 무라사키바라가 쌍벽을 다투니 아오미네 혼자 눈을 굴리고 있는 건 그다지 이상한 것은 아니다.
아카시가 비웃듯 짓는 미소에 아오미네가 지레 바보 취급하냐고 소리 지르는 사이 모모이가 무라사키바라에게 말을 건넸다.
“뭇군, 과자 줄까?”
“어이 사츠키. 얼음주머니가 더 필요한 거 아냐?”
“그치만 뭇군은 과자면 회복할 테니까.”
아 하긴. 그쪽이 더 회복에 빠르려나. 아오미네가 킬킬 웃는 소리에 무라사키바라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험악하게 인상을 찡그리고 팩 돌아보는 모양새가 길거리 불량배를 족칠 태세였다. 아오미네는 그 모습에 더욱 웃어댔다.
“저 깡패 같은 얼굴을 보고 누가 감히 때렸는지 진심 궁금한데.”
“히무로군한테 작살나게 맞았다고 합니다.”
쿠로코가 끼어들었다.
“뭐? 그 하얀 게 쟤를 저렇게 패놨다고?”
“히무로군은 무라사키바라군의 외양에 겁먹고 물러설 만큼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일전에 카가미군에게 들은 대로면 잘못은 무라사키바라군이 한 것 같으니 맞아도 싸지요.”
“난 그 손으로 저 덩치를 반죽해놨단 게 안 믿긴단 거야.”
“카가미군 말로는 히무로군이 상당한 싸움꾼이라고 하던데요. 말하면서 오한에 떨기도 했습니다.”
하, 뭐어?
영 믿기지 않는 양 아오미네가 얼굴을 구겼다. 미도리마가 일침 했다.
“아오미네. 네가 더 험악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아, 키쨩? 올 때 약국에서 스프레이 좀 사올래?
모모이가 키세와 전화하는 소리가 곁들여졌다.
“야, 야, 너 진짜 맞았냐? 그 히무로인지 뭔지한테?”
아오미네가 깐죽대는 말에 무라사키바라의 침울한 표정이 짜증으로 바뀌었다.
진짜? 너 싸움 못하냐? 뭔 잘못을 했는데?
세 마디 이상 더 붙이자 결국 무라사키바라가 입을 열었다.
“무로칭 진짜 세구. 미네칭 따위 두 대면 죽을 거야. 손이 빨라서 보이지도 않는 다구.”
“웃기시네.”
“진짠데. 처음에 주먹으로 배부터 때리고 시작하는데 진짜 보이지도 않았구, 너무 정확히 때려서 몸 구부리자마자 딱 이만큼 맞았구.”
무라사키바라는 자기를 폭행한 상대가 얼마나 대단한지 떠들기 시작했다.
분명 자기가 얻어터진 건데도, 말하는 모습이 꼭 그를 닮아 있었다. 그, 잘 나가는 깡패 형을 둔 남동생이 깡패 형 자랑하는 것을.
물론 맞은 건 억울한지 자랑은 궁시렁으로 이어졌다.
“무로칭 너무하구. 그냥 ‘무로칭 재능 없잖아? 그만 두고 센터시험 준비나 하구.’ 했는데 이렇게 때렸어어ㅡ”
“무라사키바라군이 잘못했네요.”
쿠로코가 깔끔하게 투덜거림을 종결지었다. 무라사키바라가 눈썹을 치켰다.
“왜? 나름 무로칭 생각한 건데. 센터시험 준비 빨리 시작할수록 좋은 거 아냐?”
“발전했네요, 무라사키바라군. 다섯 살에서 여섯 살로.”
“쿠로칭도 짜증나구.”
이얍, 저 왔슴다!
키쨩? 멍에 뿌리는 스프레이로 사오라고 했잖아!
에엑? 아님까? 어, 아… 그냥 스프레이 달라고만 했슴다. 건네주는 대로 계산하고 왔어요…….
키쨩 가서 교환해와!
모못치이…… 저 덥슴다…….
⁂
“어, 아츠시?”
“여.”
느릿한 눈매가 상대를 위아래로 훑었다. 울컥 튀어나오는 심보를 그냥 찡그리는 걸로 대신한 카가미가 어깨를 으쓱했다.
“잘 익었네.”
“너 뭐야.”
평소보다 말이 더 불퉁하다. 히무로도 카가미도 웃어넘겼다.
노골적으로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무라사키바라가 손을 뻗었다. 쾅. 의도치 않았지만 유스 문이 얼얼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무라사키바라는 저도 모르게 찔끔했다.
“아츠시 화났어?”
“무로칭이랑 말 안 할 거구. 무로칭, 폭행범.”
“이런.”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면서도 히무로의 얼굴엔 미안한 낯빛이 역력했다.
터덜터덜 소파에 널브러진 무라사키바라는 전혀 몰랐지만.
“하여튼 손맛 어디로 안 가. 저 덩치가 저렇게 불쌍해보이게 하다니.”
카가미가 혀를 찼다. 히무로는 선량한 얼굴로 손을 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카가미는 말을 이었다.
“말이야 항상 저 녀석이 못되게 하지만-. 아, 네가 나빴단 건 아니야 타츠야.”
“괜찮아. 타이가.”
뭐가 괜찮기는, 무로칭이 잘못했구. 내가 뭘 어쨌다고. 하루 종일 온갖 수군거림의 제물이 되었더니 이젠 눈물까지 나려고 한다. 진짜 무로칭 성격 돌변하는 것 같구, 괴물인가.
“괴물 같은 무로칭.”
“뭐?”
“암 말도 안 했구.”
과자 먹어야지. 갑자기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카가미가 헛웃음을 지으며 쳐다봤다.
문을 부서져라 닫고 들어온 주제에 카운터가 아니라 히무로부터 살피는 모습에 이어지는 과자 타령은 좋게 봐줘야 일곱 살?
파트너 아니랄까봐 쿠로코랑 비슷한 생각을 잠시 한 카가미가 이내 자리를 털었다.
“하여튼 그럼 내일 봐.”
“잘 가, 타이가.”
히무로는 카가미에게 인사한 뒤 바로 무라사키바라를 따라나섰다.
과자 먹겠다며 문을 휘적휘적 나서는 그는 히무로가 발을 맞추는 걸 알면서도 아는 체 하지 않았다.
과자를 그 큰 손으로 그것도 양 손 가득 잡고 나서야 무라사키바라는 입을 열었다.
“무로칭 너무하구. 완전 알록달록 됐는데. 삭신이 쑤시구 아프구 진짜 나빠. 무로칭 괴물?”
“아츠시가 말을 밉게 했잖아.”
히무로가 부드럽고 단호하게 말했다. 투덜거리던 소리가 쏙 들어가게 하는 목소리였다.
무라사키바라는 마지막 반항인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폭력 나빠.”
“응. 나도 좀 더 부드러운 사람 되도록 노력할 테니까 아츠시도 나쁜 말하는 버릇 고쳐줘.”
“알았다구- 그보다 무로칭 싸움도 그만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안 싸우는데? 귀국하고 나서 한 번도.”
“역시 괴물?”
“아츠시?”
“난 과자나 먹을래.”
형이나 누나한테도 맞아본 적 없는데. 엄마한테도 어릴 때 외엔 없다구.
무로칭 사실은 미국에서 농구 안 하고 농구장 영역 싸움만 하고 다닌 거 아니야?
과자와 히무로를 번갈아 눈을 굴리면서도 무라사카비라는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지금은 이렇게나 온화하게 옆에 서 있는 히무로를 또 건드렸다간- 됐어, 안 하면 되잖아.
그다지 장한 생각도 아니면서 입을 부루퉁하게 내민 채 큰 손이 과자 봉지를 뜯었다.
요센의 더블 에이스가 만난 지 일 년이 되어가던 때였다.
'단편 [短篇] >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605번지 초콜릿 우편 (0) | 2017.02.13 |
---|---|
[쿠로바스] [자빙] 농구 부실의 1월 (0) | 2016.01.19 |
[룬의아이들] 여읍여소 (如泣如笑) (0) | 2013.03.06 |
[룬의아이들] 무언의 미소 (0) | 2013.01.15 |
[룬의아이들] 도토리 빌라 케이크 소동 (0) | 2012.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