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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長篇]/Music Hall Series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5】

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독일은 참…….”

 

?”

 

음식 갖고 장난을 안 치는 구나.”

 

일본 국적 밴드의 보컬 겸 키보디스트 무카히 가쿠토는 감자튀김을 포크로 찍으며 중얼거렸다.

손에 맥주를 쥐고 의자 등받이에 편히 기대 있던 오시타리는 이미 포기한 자의 여유 있는 미소만 지었다.

 

허례허식이 없어. 정직하네.”

 

심플이즈베스트라고 생각하지 뭐!

그렇게 말하며 감자튀김을 밀어 넣고 맥주를 들이키는 모습을 쭈욱 쳐다보며 오시타리는 제 맥주를 들이켰다.

 

뭐야 왜 자꾸 쳐다봐.”

 

먹는 것도 이뻐서.”

 

지랄…….”

 

미간을 좁히며 무카히가 물었다.

 

너 근데 이렇게 맨날 나랑 놀아도 돼? 나야 타지에서 좋은데…….”

 

니랑 놀 시간도 없으면 사는 긴가.”

 

테이블 위로 몸을 기울이며 답하는 말에 무카히가 천연덕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어제 들어가면서 열차를 탔는데, 웬 남자애들이 우르르 타더라고. 경기를 보러 가는 건지 축구 축구하던데 말이야. 손에 맥주병을 하나씩 들고 있었어.”

 

그런데?”

 

기울인 그대로 오시타리가 물었다.

이 자식은 악기 연주자면서 목소리가 그윽하고 난리지? 이걸 겉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그 말을 들은 오시타리가 지을 신난 얼굴이 절로 상상이 가서였다.

 

~ 경기 보면서 술 먹다니 역시 독일~ 싶었는데 잘 보니 그 친구들, 맥주 궤짝을 나눠 들고 있더라고.”

 

그 말에 오시타리가 소리 내서 웃었다.

 

아니 정말 너무 놀랐단 말이야. 뭔가 예기치 못한 깨달음……?”

 

아이고. 따라는마라. 그케 퍼마시고 난동 부리는 것들 꽤 있데이.”

 

축구에 대한 열기와 술에 대한 열기 모두를 깨달을 수 있었지.”

 

열심히 말하면서 열심히 먹는 무카히를 보며 오시타리는 맥주잔을 든 채 웃어댔다.

눈을 동그랗게 뜨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말하는 내용이 엉뚱해 웃기기도 한 터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카히는 아 목소리 좋아. 말하지 말아야지 코가 하늘로 솟겠어따위의 생각을 감자와 함께 밀어 넣었다.

 

오늘로 이틀째.

현지 가이드를 자처한 오시타리와 그의 고객 무카히는 베를린과 그 주변을 돌아다녔다.

아무 일 없어 보이지만, 오시타리의 구애는 계속되고 있었다.

듣는 척도 하지 않는 것 같은 무카히는 사실 다 인식하고 있었다.

허탕만 치는 것 같은 오시타리는 사실 전략을 바꿨을 뿐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중이었다.

 

배부르다. 완전 고탄수화물이야.”

 

플레이팅(Presentation)이라고는 모르는 투박한 독일 식사를 마친 무카히가 식기를 내려놓고 맥주잔을 집었다.

 

오늘 어땠나?”

 

내는 천국 있는 것 같았는데.

덧붙이자 무카히가 바보 같은 소리 잘도 한다며 맥주를 들이켰다.

그 말에 짐짓 슬픈 표정을 지어내자 마시던 와중에도 눈썹을 치켜 올린다.

예쁘게 생긴 얼굴과 다르게 매우 털털한 성격. 오시타리가 싱글벙글 웃으며, 내는 이래 생겨선 로맨티스트니 천생연분이네 우리-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무카히는 전혀 모를 것이다.

 

포기한 것도 자중하는 것도 아니다.

가쿠토는 고백을 받아준다거나 밀어내는 확실한 제스처가 나오기 전까진 진행형인 타입.

즉 받아줄 때까지 대시해야 한다. 계속해서 어필하고, 가쿠토의 답을 기다리는 수뿐이다.

진지하게 생각하고 내리는 가쿠토의 결론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종의 노력이었다.

모든 노력을 쏟을 만큼 값진 존재는 정정당당한 성격만큼이나 진지하고 분명하게 대답을 돌려줄 사람이었다.

 

그의 운명을 사로잡는 방법은 생각하고 노력하고 기다리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의 음악과 똑같았다.

 

즐거웠어. 날씨도 좋고. 오늘도 고마워. 고생만 하네. 넌 어디 가고 싶은 곳 없어? ……왜 그렇게 웃는 거야.”

 

별거 아냐, 내 운명.”

 

……그게 지금 여기서 할 말이냐!”

 

아무도 못 알아듣지만. 으으 너 정말 느끼해.

무카히가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얼굴을 가린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정말로 견딜 수 없는 모양이었다.

 

미안타. 일어날까?”

 

진정할 시간을 주기 위해 먼저 일어섰다.

계산하러 가는 것은 또 어찌 알아챘는지 무카히가 달려와 그를 붙들었다.

 

내가 낼 거야.”

 

.”

 

왜긴 왜야. 내가 얹혀 다니면서 니 돈 쓰게 할 일 있냐.”

 

무카히가 직원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잠시 두 사람을 보던 직원이 무카히의 카드를 받아들었다. 오시타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유럽 물가가 을마나 비싼데.”

 

거기서 생활하는 게 너거든?”

 

나야 여가 학교니까.”

 

난 그냥 관광객이니까.”

 

그래서 돈을 막 쓸 거라네~ 카드를 받아든 무카히가 돌아서서 흥얼흥얼 음율을 붙였다.

알 수 없는 즉흥곡이었다.

 

내일은 뭐하고 싶나.”

 

? 내일도 괜찮아?”

 

뭐 그런 당연한 말을. 낼은 어데갈까.”

 

그럼…… 내일은 네 학교에서 보는 건 어때?”

 

학교 보고 싶다고?”

 

. 나 학교 구경할래.”

 

안 돼? 가게 문을 나선 무카히가 돌아보았다.

오시타리는 문을 잡아주며 웃었다.

 

안 되다니. 기쁜데. 내 성심성의껏 안내해주께. 학교 진짜 예쁘데이.”

 

그래 보이더라. 그럼 내일은 학교에서 보자.”

 

그러고 보니까, 너 강의는 없어? 이렇게 맨날 봐도 돼?

웃던 것도 잠시 무카히가 눈을 치켜떴다.

그보다 아래쪽에 있는 무카히의 얼굴이 한껏 위를 바라보았다.

 

괘안타.”

 

아무렴.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미심쩍다는 표정이지만 딱히 할 말은 없어, 무카히는 포기하고 돌아섰다.

어깨동무는 괜찮겠지? 생각하기 무섭게 손이 턱하니 어깨로 올라갔다.

 

무거워…….”

 

…….”

 

대꾸하지 않는 오시타리가 의아했는지 몇 걸음 옮기지 않고 무카히가 그를 올려다봤다.

오시타리는 입을 다물었다가 조심스레 열었다.

 

내 긴장돼 죽겠다.”

 

……아 그러세요.”

 

어디 긴장해 죽어보라며 무카히가 왼손으로 어깨에 걸쳐진 오시타리의 팔을 붙잡았다.

꾸욱 쥐는 힘이 아파야하건만 하나도 아프지 않은 것은 그보다 큰 것에 정신이 팔려서겠지.

오시타리는 답지 않게도 붉어진 뺨을 식히기 위해 입을 꾹 다물었다.

 

뭐야. 진짜 설레고 있나보네.”

 

오시타리로부터 어떠한 호들갑도 없자 무카히가 앞을 본 채로 중얼거렸다.

그의 팔을 잡았던 손을 떼고 앞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오른손은 입가에 올라가있었다.

 

…….”

 

…….”

 

두 남자는 서로 다른 곳을 본 채 얼굴을, 열기를 식히기 바빴다.

 

 

 

 

 

# 5,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