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남색 머리카락에, 콧대에 걸친 안경, 키도 큰데다, 옷 스타일도 어른 같다.
표정 없이 서 있으면 차갑고 냉정해 보이는 저 남자는 사실 내 앞에서 늘 부끄러운 소리만 한다.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이냐고! 여러 번 외쳐도 듣는 둥 마는 둥.
“달다.”
“달지.”
크림이 왕창 올라간 커피를 먹은 소감은 으으으음 달아. 맛은 있지만 뭔가 내 입맛엔 미묘.
조심히 먹었는데도 묻은 것 같은 느낌에 혀로 입가를 핥고 고개를 돌리자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눈과 마주쳤다. 저 녀석, 나보다 훨씬 커서 항상 저렇게 내려다본단 말이야.
“뭐. 뭐. 왜.”
“예뻐서.”
“너 그런 말 하지 말랬지.”
순간 정강이를 걷어찰 뻔 했다. 이 주책맞은 놈을 어떡하지?
“내 뭐 고래고래 소리 지른 것도 아니고.”
“조용히 말하는 것도 하지 말라고!”
천연덕스럽고 자랑스러운 얼굴에 소리를 지르게 되는 건 결국 내 쪽이다.
원래도 다혈질이란 소리 많이 들었는데, 남들은 애틋하다던 장거리 연애에서도 이럴 줄은 나도 몰랐다.
“어이쿠, 조심해야제.”
손엔 커피를 들고 녀석을 쳐다보며 걷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내가 휘청거리기 무섭게 팔을 붙잡은 녀석이 커피까지 받아들었다.
“아으. 순간 미끄러웠어.”
어제 비가 왔다던 거리가 아직 축축했다. 추울 지도 모르겠다며 옷 좀 챙겨오라고 연락한 말을 들을까 말까 고민하다 캐리어에 넣어온 가디건이 제몫을 했다.
“음. 달아.”
붙잡아주며 들고 간 커피를 홀랑 한 입 들이킨다. 그래놓고는 달다고.
“내 꺼잖아!”
“간만에 먹어보네. 내 돈 주곤 안 먹어서.”
“왜 뺏어먹어!”
“맛있어 보였거든.”
이익, 이걸 뭐라고 받아치냐고.
능글맞기가 아주 아저씨 수준이다.
“내 놔!”
도로 커피를 빼앗아와 괜히 한 입 홀짝이니 녀석이 또 요상하게 웃었다.
왜, 왜 또.
“내가 입 댄 자리네.”
“너 진짜 죽어!!!!”
부끄러워서 못 살겠어 오시타리 유시!!!
“가쿠토 마 진정해라.”
온갖 부끄러운 소리를 잘도 떠들어대는 녀석의 말에 의하면 내가 그의 운명이라던데, 내가 보기엔 네가 내 인생에 운명으로 다가온 것 같은데 말이야. 네가 들이댄 얘길 들어보면 다들 내 손을 들어줄 거다. 물론 이 말은 여태 절대로 하지 않았다. 그랬다간 지금보다 더 요상한 웃음으로 더 부끄러운 말을 하겠지. 상상만 해도 내가 부끄러워.
저 녀석이 내 이름을 부른 지도 벌써 몇 개월.
내 메일함이 망할 ‘유시’로 가득 찬 것도 몇 개월째.
우리는 독일의 거리를, 일본의 거리를, 종종 함께 걸었다.
그대를 위한 광시곡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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