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딱 한 번 찾아왔던 학교의 문을 통과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이 나라는 요리는 그렇게 못 생겼으면서 건물은 다 예술이네. 무카히가 홀로 혀를 내둘렀다.
오시타리는 맨날 놀고먹는 백수처럼 굴더니, 오늘은 레슨이 겹친다며 만약 먼저 도착하게 되면 어딘가 앉아 있으라고 했다. 자리 잡고 문자만 해주면 튀어나가겠다고.
이제 막 도착한 교정에 서서 오가는 학생들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재밌었다.
하나같이 무언가를 들고 있었는데, 큼지막한 악기 케이스에 더해 가방을 하나 더 멘 학생을 보았을 땐 저도 모르게 도와주고 싶어 움찔거렸다.
언어의 장벽이 입을 막았지만. 무카히 그 자신만큼이나 말라 보이는 남학생은 익숙하다는 듯 가방도 악기 케이스도 씩씩하게 메고 지나갔다.
“확실히 학교는 학교구나…….”
문자로는 마치면 연락하라고 보내두고, 그는 혼자 걸음을 옮겼다.
건물은 고풍스럽고 조경은 생기발랄했다. 나무 한 그루도 오래되어 보이는 곳이었다.
“이런 거 정말 멋있다.”
어디를 가도,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음악 소리가 들렸다.
누가 노래를 부르는지 사람의 노랫말도 있고, 현악기 소리도 있고, 관악기 소리도 있고.
이제 막 새로운 곡을 나가는지 더듬더듬 좀처럼 나가지 못하는 선율도 있고, 능숙하게 연주하는 선율도 동시에 있었다.
적당한 방음을 거쳐 흘러나온 소리들이라 은은하게 교정 내에 퍼지고 있었다.
구석구석 음악으로 가득 찬 곳에 와있는 기분.
몹시 즐거운 기분으로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선율을 흥얼거리며 걷는데, 담쟁이가 얽힌 건물의 아치형 입구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이목구비가 어쩐지 일본인 같아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잿빛 머리칼을 가진 잘 생긴 남자가 자부심 넘치는 기백으로 도도하게 서 있었다.
무카히와 눈이 마주친다. 어? 그의 오른쪽 눈가엔 눈물점이 있었다. 신기하네.
“……아.”
전화 왔네.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의 진동에 허둥지둥 폰을 들어올렸다.
“응. 나 여기 아치형 건물 앞인데…… 어? 뭐야 여기 있었어?”
마지막 물음은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기보다는 앞에 대고 말한 것과 같았다.
무카히가 쳐다보던 건물 입구에 오시타리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여 있었네. 어? 아토베.”
“네 손님이냐?
남자가 입을 열었다. 오시타리와 아는 사이인 듯했다. 무카히는 그 자리에 서서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어. 이쪽은 무카히 가쿠토. 일본에서 온 밴드 키보디스트데이.”
“아, 시시도가 혀를 찬 그?”
아토베라는 남자는 무카히를 한 번 보고는 고개를 까닥였다.
저거 인사야? 무카히는 떨떠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저도 고개만 까닥였다.
“맞다. 무카히. 여는 내랑 같은 앙상블 하는 친구. 비올라 주자고, 이름은 아토베 케이고.”
“아, 안녕하세요.”
“오시타리를 기다리고 있던 거였나. 좀 더 얘기해보고 싶었는데.”
“…?”
언제 얘기했다고……. 아토베는 관심 없다는 듯 벽에 기댔던 몸을 세웠다.
무카히가 갸우뚱한 얼굴로 그의 모습을 쫓았다.
오시타리는 안경을 밀어 올렸다.
“둘이 뭐했나?”
“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휘적휘적 사라진 이를 뒤쫓지는 않았지만, 오시타리는 무카히를 돌아보곤 성큼성큼 다가섰다.
“니 쟤랑 뭐했나?”
“하긴 뭘 해, 인사도 한 적 없는데.”
뭔 말을 애매하게 흘리고 가서 헷갈리게 해. 순간 아는 사람인가 했네.
그렇게 종알대며 무카히가 물었다.
“넌 갑자기 왜 달려와?”
“아니 뭐…….”
말을 못 잇는 그를 올려다본 무카히가 뚱하게 물었다.
“너 설마 바람피운다거나 그런 어설픈 착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바람이라니, 내 그런 염치없는 생각 안한데이.”
“그래?”
점잖게 선을 지키는 오시타리의 모습이 웃긴지 무카히가 돌연 말했다.
“근데 이제 질투해도 되는데.”
반 보 떨어졌던 오시타리가 다시 달려들었다.
이번엔 어깨까지 붙든 채였다.
“아 깜짝이야.”
“어쩐다고?”
“음.”
너무 뜬금없었나. 하지만 오늘 애초에 이거 말하려고 결심하고 나온 건데.
무카히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생각했던 타이밍이 아니지만 어쨌든 그에게 진심을 다해 답해줄 때였다.
누군가의 진지한 마음에는 진지한 마음으로 응한다. 고지식한 그의 성격 그대로였다.
“많이 생각해봤는데. 계속 생각해보고. 장거리 연애가 될 거고 무엇보다 남자지만.”
여기서 무카히는 ‘대체 내가 호모포비아면 어쩌려고 대책 없이 달려든 거야?’ 묻고 싶은 것을 잠시 참았다. 이건 나중에.
“열심히 해보자.”
나는 자신 있다며 무카히가 단호하게 말했다.
“니 정말 사랑스럽단 거 아나.”
“……이익 그딴 소리 하지 마! 아…?”
남색 머리칼이 순간 시야를 가렸다.
흥분해 소리 지르는 무카히를 잡아 뺨에 가볍게 키스한 오시타리가 빠르게 다가온 것처럼 빠르게 떨어졌다.
“내도 자신 있다.”
아무도 없다며 웃는 오시타리의 앞에 서서, 무카히는 당황과 부끄러움을 담아 그의 정강이로 발을 뻗었다.
“어째서 이런 멍청이를……!”
무카히 가쿠토가 귀국하기까지 며칠 남지 않은 날, 베를린에서의 일이었다.
# 6, Fin.
그대를 위한 광시곡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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