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Years latter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그래서 말인데, 유키무라.”
“응?”
어쩌면 좋을까? 곰곰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기울인 채 고민하던 유키무라는 눈을 들었다.
야나기가 평소와 같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봤다.
피아노 보면대에 놓인 악보를 정리하는 손가락은 곧고 단정했다.
한 손에는 펜을 든 채 자신을 바라보는 유키무라에게 야나기가 말했다.
“추천, 받나.”
“…야나기 렌지의 추천이라니 기대할게.”
어떤 인재인지 궁금해지는데?
그렇게 말하며 유키무라는 정말로 흥미 어린 표정을 지었다.
유키무라, 시시도, 야규 세 사람과 플루트 주자인 선배. 이렇게 네 사람으로 구성된 목관악 콰르텟 앙상블은 해가 바뀌면서 새로운 바람을 맞이했다.
그들보다 선배인 플루트 주자가 석사 마침표를 찍으면서 멤버에 공백이 생긴 것을, 유키무라가 누구를 영입해야 하나 꽤나 고민 중인 가운데 야나기가 꺼낸 말은 적절하면서 뜬금없었다.
“플루트 전공자야? 내가 아는 사람?”
“플루트 전공이지만 모를 거다. 올해 입학한 신입생이니까.”
대답하면서 야나기는 흘리듯 덧붙였다.
“녀석이 붙은 건 믿기지 않지만, 실력은 확실하니까.”
“…뭐야. 그거.”
유키무라는 뜬구름 잡는 말에 눈을 흘겼다.
“야나기가 나 말고도 친구가 있었어?”
다시 묻는 말은 유치한데다 짓궂기도 했다. 유키무라의 유치해지는 면을 이미 너무 많이 보아온 야나기는 자연스럽게 무시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설마 그렇게 요란하진 않을 테니 아마 들어올….”
들어올 거다, 라고 말하려던 말이 끝맺어지지 못하고 끊겼다.
이미 대여가 끝난 그들의 연습실 문을 요란하게도 열어젖힌 사람은 생기 있는 곱슬머리에, 강렬한 눈빛을 지닌 남자였다.
아니, 남자라기엔 아직 좀 어린데. 여기 학생인가?
“학생이라기엔 본 적이 없는데…….”
과가 다르더라도, 학생 수가 넘쳐나게 많은 것도 아니고, 마당발인 그가 모를 리가… 신입생인가?
유키무라가 가늠하듯 고개를 기울이고 있는 사이 먼저 입을 연 것은 야나기였다.
아니, 한숨을 내쉬었다.
“아카야. 예의가 없구나.”
“야나기 선배 친구가 설마 앙상블 사람이었습니까?”
성격을 보여주듯 목소리가 크고 빨랐다.
검은 머리의 ‘아카야’는 그도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아닌가? 여기에 있다고 했는데. 브레드레스.”
“응 맞아. 잘 찾아왔네.”
그의 앙상블을 지칭하는 말에 유키무라가 나섰다.
곱게 웃는 얼굴을 돌아본 남자가 물었다.
“당신이 유키무라 세이이치?”
“오보에 전공의 유키무라 세이이치야. 친구들과 앙상블을 하고 있고.”
악수라도 청할까 아주 잠깐 생각했지만, 친목을 다지러 온 것 같지는 않은 눈치라 유키무라는 그저 웃는 얼굴로 인사만 건넸다.
검은 머리의 남자는 유키무라를 똑바로 쏘아보며 말했다. 매우 단도직입적이었다.
“브레드레스가 목관악부 우승팀이라지? 내가 당신을 이기고 여길 접수하겠어.”
“……으음 혹시 오보에 전공?”
“아니. 플루트.”
“음…….”
으응………?
이거 참, 기운이 넘치는 아이네. 유키무라는 신경 쓸 가치가 없다싶어 웃으며 자상하게 물었다. 갓 입학한 학생을 대하는 착한 선배의 표본 같은 모습이었다.
“신입생이야? 플루트 전공이면 오며가며 많이 보겠다. 앞으로 잘 부탁해.”
그러나 상대는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난 키라하라 아카야. 당신을 이기고 목관악부를 제패할 사람이다!”
“뭐지, 야나기? 아는 사이 같은데 어떻게 좀 해봐.”
유키무라는 야나기를 돌아봤다.
야나기는 키리하라가 난입한 순간부터 침묵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소개해주려던 게 키리하라였다만.”
“하?”
“대학생이 됐다면 대학생답게 굴어라, 아카야.”
“정정당당하게 선전포고하고 있잖슴까.”
야나기가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내가 가르쳤던 학생인데, 호승심이 너무 강해서 라이벌로 점찍었다 싶으면 보는 족족 붙자고 하는 애라…. 덕분에 큰 무대에서도 긴장 안 하지만.”
“희한한 애네.”
본인을 앞에 두고도 유키무라의 대답은 거침없었다. 기실, 유키무라는 저 꼬맹이가 대체 뭘 하는 걸까- 정도의 흥미 말고는 관심도 없는 상태였다.
“유키무라는 오보에 전공인데 무슨 승부를 내자는 건지 모르겠군. 아카야. 마침 잘 됐다. 브레드레스 플루트 주자가 공석인데 가입하지 않겠나?”
쓸데없는 짓 그만 하란 의미를 담아 화제를 전환하자, 키리하라는 곧 넘어가 흥미를 보였다.
“내가?”
“그래. 안 그래도 네 얘기 중이었다.”
본인이 제 발로 온 김에 일을 마치면 좋겠다는 생각의 야나기였지만, 그의 머릿속에서 이 일이 훈훈하게 여기서 마무리될 확률은 대략… 5% 내외였다. 때문에 그는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다. 유키무라로 말하자면, 아무래도 좋고, 정말 다혈질에 톡톡 튀는 애네- 정도의 생각 중이었고.
“그건 그거고, 어쨌든 내가 브레드레스의 리더를 먹어야겠어!”
아. 어쨌든 그래야한다고…….
아무래도 야나기의 생각보다 더, 키리하라는 목관악부에서 떠도는 유키무라의 이야기를 많이 수집한 모양이었다. 저렇게나 혼자 열을 내는 모습이라니.
“정말 떠들썩하네.”
그래서 우린 무엇으로 승부를 내면 돼?
유키무라가 물었다. 같은 전공이 아니니 경연도 마땅치 않고, 싸움질을 할 것도 아니고, 키리하라가 말하는 ‘승부를 낸다’는 게 대체 뭔지 그로서는 정말 감이 안 잡혀서 묻는 말이었다.
“…곧 도전장을 보내주마.”
그거까진 생각하지 않고 쳐들어왔던 건지, 키리하라가 몸을 돌렸다.
연습실을 바람처럼 빠져나가는 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야나기와 유키무라가 서로를 마주봤다.
“우와. 정말 처음 보는 타입인걸.”
“실력은 나쁘지 않으니까.”
“그러게. 향상심이 큰 사람은 쉽게 주저앉지 않지. 단순해서 놀리면 귀여울 것도 같고. 좋은데?”
그래서 마음에 든 건가……. 야나기가 말을 아꼈다.
.
.
.
.
조금은 조용하게 굴러가던 그들의 학교생활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장편 [長篇] > Music Hall Ser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카렌지] 다가오는 타란텔라 【2】 (0) | 2018.01.22 |
---|---|
[아카렌지] 다가오는 타란텔라 【1】 (0) | 2017.09.23 |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Outro】[完] (0) | 2017.08.30 |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6】 (0) | 2017.02.05 |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5】 (0) | 2017.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