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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長篇]/Dear my Darling

[DMD] 제 10장 [트로웰x엘] 흑기사 上

Creamy Gam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어느 무료한 날, 때는 과거에서 돌아와 노엘을 만나기 전 어느 한가한 날.

 

우리는 에바스 에덴에 모여 앉아 사대 정령왕 배 제 1회 시식대회(?)’를 개최했다.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먹기대회랄까.

, 먹기대회라고 미친 듯이 먹는 그런 게 아니라 랜덤으로 선택한 상자에서 나온 음식을 먹는 거다.

 

상자 안에 있는 것들은 우리가 아크아돈을 다니며 맛집이라 불리는 곳들에서 사온 거지만 우리에겐 거북한 지뢰일 뿐이었다.

 

으으아자!”

 

상자를 열며 긴장한 이프리트의 얼굴이 환해졌다. 잘하면 그나마 무난한 게 나오기도 하는데, 이프리트처럼 액체인 경우 말이다.

 

이건 먹을 수 있지, .”

 

벌컥벌컥 마셔버리는 이프리트. 참고로 못 먹을시 벌칙도 있다.

 

벌써 엘뤼엔에게 아버지하면서 안기기’, ‘이프리트한테 엄마라고 부르기(이틀)’ 등의 두 개의 벌칙을 벌써…….

 

그런데 이프리트는 이렇게 쉬운 게 나오다니!

 

어째서! 저 녀석의 평소 행동으로 보자면 최고급 송아지 요리가 나와야 하건만!

 

가뿐하게 다 먹고 기분좋게 웃는 이프리트를 보며 나는 쳇쳇 소리를 연발했다.

 

이건 말도 안 돼, 어째서 너한테 그렇게 쉬운 게 나오는 거야.”

 

내 볼멘소리에 이프리트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역시 나처럼 착한 정령은 뭘 해도 되는 거야. 내가 좀 착하냐.”

 

그러자 미네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그건 아닙니다. 이건 전적으로 우연일 뿐이죠, 엘이 그런 소리를 했다면 믿겠습니다만 이프리트가 말하니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군요.”

 

또박또박하게 반론하는 미네의 말에 이프리트는 흥분 해 버렸고, 트로웰은 대견? , 재밌다는 눈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난,

 

미네, 정말 최고야. 나 감동 먹었어.”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에 미네의 손을 꼭 잡고 붕붕 흔들었다.

 

뭐가 어째? 너희 걸리기만 해봐라, 내 노예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씩씩대며 외친 이프리트의 말에 순간 굳어버렸지만.

 

노려보는 이프리트의 눈은 흡사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보여 나는 무심결에 뒤로 물러났다.

 

아하하하벌써 벌칙이 이렇게 쌓였는데 신이 양심이 있다면(구체적으로 운명의 신) 설마 나한테 배신감을 안겨 주진 않겠지.

 

, 괜찮을 거야 엘.”

 

슥슥. 옆에서 트로웰이 생긋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트로웰을 덥석 껴안았다.

 

어라, 갑자기 왜 이래?”

 

트로웰이 조금 당황한 어조로 내 등을 차분히 토닥인다. 나는 거의 울듯 그에게 부탁했다.

 

트로웰내 미래 좀 봐주면 안 될까? 볼 수 있지, ?”

 

내 말에 트로웰이 난감한 기색으로 볼을 긁적였다.

 

볼 수야 있지만, 게임할 땐 열지 않거든. 미리 알아버리면 재미가 없잖아. .”

 

어른스럽게 토닥이는 말에 나는 결국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인사는 나눴냐? 얼른 골라.”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뽑기를 독촉하는 이프리트의 말에, 나는 제발을 되뇌이며 가까이 있는 상자 하나를 골랐다.

 

 

 

 

 

 

 

 

 

안다.

 

나도 내가 운이 없다는 걸.

 

인간이었을 때 고심해서 찍은 답 틀리고, 고친 답 틀리고, 고치면 틀릴까봐 그냥 놔둔 답 틀리곤 했으니!

 

그래도 여기와선 별로 운을 믿을만한 일이 없어 잊혀 졌지만 원래 사람마다 꼭 안 되는 일이 있다.

 

각기 다른 눈으로 쳐다보는 녀석들 사이에서 조심스레 상자 뚜껑을 열고,

 

우와.”

 

엘은 천재입니다.”

 

휘황찬란하게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초콜릿 케이크.

 

이럴 수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나는 구석에 웅크리고 앉았다. 아담하게 앉아 있는 저것이 그렇게 무서워 보일 수가 없었다.

 

다 이긴 것처럼 신나게 웃고 있는 이프리트가 보이지만 뭐라 할 의욕도 들지 않는다.

 

어떡, 어떡해!

 

옆에서 위로하는 미네의 말을 건성으로 들으며 나는 케이크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손바닥만한 게, 죽는 셈 치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충동적으로 케이크에 손을 가져가 한 입 물었다.

 

그리고,

 

우욱…….”

 

케이크를 무시한 죄(?)로 나는 오만상을 지으며 허리를 굽혔다. 우웩. 죽을 것 같아.

 

그 와중에 이프리트의 깔깔 대는 웃음소리가 들려 눈물을 훌쩍이면서(거북함 때문이다, 절대로!) 조막만한 케이크를 원망했다.

 

씨잉. 저 까짓것 때문에! 암울한 미래에 한숨만 쉬고 있던 그 때, 트로웰이 말했다.

 

내가 엘 흑기사 해줄래!”

 

한순간에 우리의 시선을 끈 트로웰은 생글생글 웃어 보였다.

 

언제나와 같은 미소를 얼굴 가득 띤 채 말을 하는 트로웰 말고는 모두들 입을 다물고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 트로웰은 다들 왜 그래?’하며 고개를 갸웃, 어리둥절한 눈으로(그러나 입이 웃고 있었다.) 우릴 보기만 했다.

 

무슨 놈의 흑기사야! 안 돼!”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이프리트였다. 모처럼 나를 부릴 수 있는 기회를 훼방 놓는 트로웰을 이글이글 탈 듯한 곱지 않은 눈으로 보며 크게 소리친다.

 

그러나 트로웰은 이프리트보다 더한 마이페이스였던 것이다.

 

~ 그래도 괜찮지? ?”

 

반짝반짝하게 바라보는 트로웰의 눈을 보며 나는 속으로 삐질 땀을 흘렸다. , 이 무슨 상황이다냐.

 

옆에선 이프리트가 바락바락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 트로웰, 너 뭐하자는 거야!”

 

엘한테 점수 따기.”

 

이건 용납 못 한다고 날뛰는 이프리트와 생글생글 웃는 트로웰. 그리고 흑기사는 규칙위반이 아닙니다.’의 말을 하는 미네 사이에서 나는 아하하 웃었다.

벌칙 하나 가지고 세상을 멸망시키자는 주장을 토론하는 것처럼 격렬하게 구는 우리를 하급정령들이 저 멀리서 불안에 찬 얼굴로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아하하 갑자기 이 녀석들(특히 이프리트)과 같이 있는 게 좀 창피해 지려하네? 나는 결국 상황정리에 나섰다.

 

그만, 조용히 좀 해 봐!”

 

국회의원 싸움질 하는 것마냥 목청을 키우던 이프리트가 입을 다물고 나서야 겨우 조용해졌다. 나는 트로웰에게 물었다.

 

나 흑기사 해준 다고?”

 

. 대신 엘은 내 부탁 하나 들어주기~”

 

하트가 붙은 것 같은 말을 하며 트로웰이 선량한 표정으로 웃었다.

 

미네, 흑기사 해주는데 문제가 없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미네에게서 시선을 돌린 나는 삐딱한 표정의 이프리트를 쳐다봤다.

 

세 명 중 두 명이 동의했으니 포기해, 이프리트.”

 

최종 보스다운(?) 거만함을 풀풀 풍기는 이프리트에게 난 일차 권고를 했다.

 

. 적당히 물러나렴, 이프리트.

 

굉장히 현실적이고 사실성 가득한 지적에 이프리트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어쩐지 이대로 가다간 기차 화통 같은 목소리를 낼 듯 한…….

 

웃기지마! 흑기사는 무슨 얼어 죽을안 돼! 쓸데없는 모의 하지 말고 얌전히 벌칙이나 받아!”

 

역시. 나는 최대한 부드럽게 표정을 지으며 이프리트에게 달라붙었다.

 

한 번만? ? 한 번만 봐줘, 이프리트. 쪼잔하게 굴지 말고, ?”

 

후후후. 꽤나 정신적 데미지가 강했는지 이프리트는 제대로 된 말을 뱉어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내가 속으로 후후 웃고 있던 중 누군가가 뒤에서 매달려 왔다.

 

우왓!”

 

너무해, . 흑기사는 내가 해주는데 애교는 이프리트에게 부리는 거야?”

 

? 애교? 트로웰이 아쉬움이 한껏 담긴 어조로 툴툴 대서 순간 나는 이 애교그 애교인지 헷갈렸다.

 

아니, 트로웰. 애교는 애교인데 이건 짜증나라고 하는 거거든? 일종의 비아냥이라고 해야 하거든?

 

소리 내어 하지 못해 못 알아들은 건지 트로웰이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 치사해.”

 

크헉! 치사라니!

부루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와 시선을 맞추는 트로웰을 보며 나는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 트로웰이건 그런 애교가 아니라니까아니 왜 이런 걸 부러워 해?”

 

다행히 난처한 상황은 계속 되지 않았다. 이프리트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기 때문이었다.

 

! 자꾸 얘기 딴 데로 새게 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