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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短篇]/테니스의 왕자

[오시가쿠] 아르바이트 【1】

 

Love is the source of Strength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 점심 먹으러 안 가? 뭘 그렇게 멍을 때리고 있어?”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얼굴. 안경까지 끼고서 샤프를 손에 쥔 채 멍하니 허공을 보는 모습이 뭇 여학생들의 가슴을 들었다 놓는다.

오늘도 여전히 상판 하나는 잘 생겼네, 하고 툴툴대면서 시시도는 정신이 이탈한 상태인 친구를 불렀다.

 

?”

 

그의 친구. 효테이 학원 고등부의 인기남 중 하나인 오시타리 유시의 어딘가 핀트가 다른 면모라든가, 쓸데없이 진지해진다거나 하는 괴짜적인 면엔 그럭저럭 면역이 생겼건만 가끔씩 이렇게 정신을 놓고 있으면 짜증이 솟는다.

 

귀찮다고. 네가 애냐, 밥시간도 모르고 넋 놓고 있게.

같은 반인 죄로 가장 휘둘리는 시시도는 불러도 대답이 없는 오시타리의 등을 제법 힘을 담아 내려쳤다.

 

밥 먹자고.”

 

시시도가.”

 

이제야 저가 보인 듯, 오시타리가 초점 잡힌 눈을 든다. 그러면서도 그의 눈동자가 어딘가 허공을 더듬는다. 또 뭔 생각에 이렇게 빠진 거야? 벌써 세 번 이상 그를 불렀던 시시도가 슬슬 치솟는 힘줄을 눌렀다.

 

뭘 그렇게 생각해?”

 

시시도니 첫눈에 반한 적 있나?”

 

?”

 

뜬금없이 내뱉는다는 소리에 시시도가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

 

내 말이데이. 어제 진짜, 그기 뭔지 알았다 아이가.”

 

시시도의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지 못 했는지, 아무래도 상관없는지, 오시타리가 턱을 괴고 다시 정면을 봤다. 아니, 정면을 향한 채 기억을 더듬었다.

학교 제일의 카사노바가 한다는 말이 아주 가관이라, 시시도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웬 헛소리야?”

 

내 여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첫눈에 반한다는 게 뭔지 어제 첨 알았데이. …… 심장이 떨려서 숨을 못 쉬겠구마.”

 

뭐요?

 

이젠 아주 심장 떨린다고 한숨까지 쉬어가며 혼자 딴세상에 빠져 있는 모습에 시시도는 결국 삐딱하게 팔짱을 꼈다.

 

아 예. 이 지역 최고의 카사노바님께서 지금 첫눈에 반하신 사람 생각 때문에 밥도 못 먹겠다고요?

 

누구더라, 오오카와? 걔보다 좋아?”

 

어디 갸랑 비교를 하노!!!!!!!!!”

 

현재 사귀고 있다는 여자 이름을 떠올려 운을 띄우자 즉각적으로 소리를 지른다.

아니, 어디 소리만 지르나.

두 손을 그대로 제 책상에 쾅! 내려치기까지 한다.

 

얼씨구?

 

확실히 보통 때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반응이긴 한데…….

시시도는 이 바람둥이가 그게 그거지, 하고 코웃음을 치며 곧 도로 제 상태로 돌아와서 또 허공에 넋을 놓고 있는 그를 때렸다.

 

그래서 밥 먹을 거야, 안 먹을 거야?

 

 

 

 

 

 

어서 오세요~ 세 분이세요?”

 

도쿄 역 근처 번화가에 있는 한 건물의 1.

어두운 저녁나절, 부드럽고 환한 채도의 조명이 유리창 밖으로 나오는 카페.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는 실내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직원 중에서도 특히나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조명 아래서 유독 눈에 띄는 붉은 머리카락.

어깨 위의 머리칼도, 앞머리도, 모두 똑바르게 일직선으로 살랑거린다.

붉은 앞머리가 살랑 드리워진 이마 아래로는 차분한 회청안이 동그랗게 생기를 담고 있고, 나고 자라면서 한 번도 태양 빛을 쬔 적이 없는 것마냥 하얀 피부의 작은 얼굴의 이목구비는 고양이 같이 새초롬하면서 귀여웠다.

 

녹차 빙수 나왔습니다~”

 

종종거리며 바쁘게 카페 내를 돌아다니는 그의 이름은 무카히 가쿠토.

고등학생이라고 본인이 밝히기 전에는 누구나 중학생 취급을 한다는 키와 저주 받은(본인 왈) 동안(타인 왈) 탓에 하루에도 열 댓 번씩 모르는 사람한테 귀여워!’ 라는 반응을 받는 소년이다.

 

라떼 하나, 핫초코 하나요? 곧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손이 바쁜 저녁 시간대의 역 근처 카페에서 일한지는 3개월 째.

사근사근한 성격과 서비스업의 가장 중요한 점인 스마일로 무장한 그는 오늘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테이크아웃이 아닌 서빙제라서 다른 일보다 힘들지만 그만큼 다른 카페보다는 보수가 세다. 인근 공립학교를 다니면서 저녁엔 아르바이트를 하는 패턴이 몇 년 째.

막 들어온 손님 쪽을 보며 습관적으로 생긋 웃고 자리를 잡는 손님한테 다가간다.

 

메뉴판이요,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익숙하게 앞치마 앞주머니에 꽂아놓은 메뉴판을 뽑고 테이블 위에 올린다.

오오, 잘 생겼네?

남청빛 머리카락에 근사한 신체 비율. 안경을 낀 모습이 그야말로 지적인 미남이다.

 

누구지? 엄청 인기 많겠는데. 하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겉모습은 그야말로 미소 뿐.

메뉴판을 올린 사이에 저를 부르는 소리에 잠시 다른 테이블로 다녀오자 메뉴를 결정했는지 저를 올려다본다.

 

주문하시겠어요? 그 말에 남자가, 소년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드립 커피 하나 주이소.”

 

?

순간 표정 무너질 뻔 했다.

 

저렇게 세련된 사람 입에서 너무도 스스럼없게 나온 말이 칸사이벤.

사투리라서 웃긴 게 아니라 저렇게 시크한 남자가 말했다는 데서 터질 뻔한 무카히가 입꼬리를 붙들고 대답했다.

 

핸드 드립 하나 주문 받았습니다.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메뉴판을 회수하고, 주방 바로 향하며 뒤돌아서고 나서야 무카히는 파들파들 올라가는 입꼬리 관리하던 힘을 풀었다.

 

, 푸훗…….”

 

소리를 죽여서 웃음을 눌러 참으며 주방에 오더를 넣고, 뒤돌아서서 킥킥댄다. 혹시 어깨 떨림이 보일까 괜히 정리하는 척 냅킨을 만지작거리며.

 

맙소사. 저렇게 시크한 남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투리.

언뜻 지적이고 차갑고 세련되다 정도로 살피고 있었던 무카히는 금세 귀여워!’ 로 생각을 전환했다.

 

. 너무 귀엽다. 어떡해.

 

. .”

 

웃지 말아야지. 막 나온 쟁반을 들고 라떼와 핫초코를 서빙하고, 다시 돌아와 커피 내리는 누나를 쳐다봤다. 오오, 손놀림이 예술이야.

 

무카히, 뭘 그렇게 웃고 있어?”

 

바쁘게 바 너머로 돌아다니던 직원 누나가 시선에 돌아보며 생긋 웃는다. 무카히는 또다시 생각이 나서, 작게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

 

~청 귀여운 사람을 발견해서.”

 

헤에, 여자?”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하는 누나에게 무카히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아냐, 손님. 남자야.”

 

난 또 무카히가 누구한테 반했다고. , 얼른 갔다 와.”

 

카페용 도자기 컵을 쟁반 위에 올리고, 주문서를 확인한다. 능숙하게 테이블을 찾은 무카히는 둘이서 온 여자 손님들에게 각각 라떼와 핫초코를 서빙하고, 저를 부르는 다른 테이블에 가서 시럽을 달라는 주문을 들은 뒤 바로 돌아왔다.

 

역 근처라서 항상 손님이 많지만, 그래도 오늘은 평일이라 늦어질수록 손님이 적어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현재 시각 9. 10시까지 여는 가게 방침상 앞으로 적어도 한 시간 반 정도면 퇴근이다. 저녁 시간대가 페이도 좋고 평일 5일을 전부 투자하니 벌이도 괜찮지만 역시 마감조는 익숙해지질 않는 노동이다. 무카히는 시럽병을 가져다주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 팔을 쭉쭉 뻗어 스트레칭을 하면서, 무카히는 가게의 유리창 밖을 쳐다봤다.

어둑어둑했던 아까와는 확연히 다르게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 주변의 네온사인 덕에 사리분간은 되지만 골목 쪽에만 가까이 가도 겨우 물체 분간이나 되는 밤이다.

 

그래도 봄이고, 앞으로는 점점 낮이 늘어날 테니까 상관은 없지만

 

무카히, 드립 커피.”

 

, .”

 

커피잔을 나무 쟁반에 올리고, 냅킨을 올리고, 돌아서는 사이 네 명의 여자가 가게문을 열고 나간다. ‘안녕히 가세요~’ 하는 인사를 내뱉으며, 무카히는 출력된 영수증의 테이블 번호를 눈에 익혔다.

 

5. 이라면 그 소년이다.

 

주문하신 커피입니다~”

 

말 한 마디 나눠본 적 없는 사이인데 방금 전의 어필로 호감도가 쭉쭉 상승한 무카히가 가득 환한 웃음을 담고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평소에도 좀처럼 기운 없는 일이 없고, 미소가 끊이질 않지만 지금, 정확히는 방금 전 저 소년이 들어온 이후부턴 텐션이 그야말로 업 된 상태다.

 

가식 없이 화사하게 웃음을 머금고 무카히는 테이블 세팅을 끝내고 필요한 것 있으면 불러주세요~’ 하는 서비스 멘트를 날리고 돌아섰다.

 

과하게 친절한 직원 아니야? 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생각만 해도 귀여운 걸. 무카히는 속으로 다시 한 번 피식피식 웃으며 바로 돌아갔다.

 

얘 오늘 이상하네? 갑자기 뭐 잘못 먹었니?”

 

나이 상 제 누나와 동갑. 일본인치고 우월한 165cm의 같이 일하는 누나가 막 서빙을 마치고 바로 돌아와 쟁반을 반납하면서 무카히를 이상한 눈으로 응시했다.

백 번 이해가 가면서도 다시 한 번 터진 웃음을 멈출 수가 없어서 무카히는 손사래를 쳤다.

 

아냐. 귀여운 사람 봤거든.”

 

귀여운 사람? ?”

 

우웩.”

 

이 녀석. 바로 입을 가리고 웩웩 하는 모션을 취하는 모습에 옆으로 다가온 누나가 가볍게 무카히의 관자놀이에 주먹을 먹이는 시늉을 해보였다.

누나의 장난기 어린 화난 표정에 무카히는 아 누나, 잘못 했어~’ 하고 얼른 손을 피하고 애교를 부렸다.

 

한 두 번이 아니지만, 볼 때마다 참 선덕하게 한다며 누이가 눈을 흘기며 손을 내렸다.

 

마감 얼마 안 남았으니까 좀만 더 힘내.”

 

바 안에서 떨군 커피자국을 지우며 다른 알바생이 둘을 말린다.

 

여기요-”

 

네에~”

 

손님의 소리에 투닥거리던 표정은 어디로 치웠는지, 생긋 웃으며 서빙 누나가 돌아서고 무카히는 어깨를 으쓱했다.

 

오늘 많이 어두우려나.”

 

어제랑 비슷하고, 엊그제랑 비슷하겠지. ?”

 

아니. 아무래도 밤은 좀 그러니까.”

 

하긴. 넌 삥 뜯기기 좋게 생겼지.”

 

나 힘 세거든?”

 

. 그렇다고 쳐줄게.”

 

누나!”

 

그래그래, 밤이 무서운 무카히군. 어서 가서 저 테이블이나 치우세요~”

 

그거 아닌데…….”

 

 

 

 

 

 

 

 

# 1,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