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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短篇]/정령왕 엘퀴네스

미아를 찾습니다 上

Looking for “Beautiful Boy”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IFRIT

 

그러니까 난 별로라고.

처음 봤을 때도 계집애 같던 게 어째 갈수록 이상한 성격까지 맞물려서 점점 더 제멋대로라니까. 이 때다 싶으면 씨익 웃으면서 협박하질 않나, , 딱히 내가 전에 상단에서 엘뤼엔 문장 받은 거 숨기고 나랑 대화한 것 때문에 이런 소리 하는 건 아니고.

그것 말고도 어쨌든 너랑 마주치면 피곤하다고. 볼 때마다 싸우게 되는데 겁을 상실했는지 어쨌는지 너 말이야 갈수록 떽떽 댄다고.

너 말이야, .

엘퀴네스 이 멍충아.

내가 항상 말하지 않았냐? 지금의 널 보면 역대 엘퀴네스들이 혈압 올라서 넘어갈 지도 모른다고. , 엘뤼엔이야 너한테 콩깍지가 씌어서 아무래도 상관없고 라피스 자식도 어영부영 괘념치 않지만 어쨌든 간에, 넌 모두들 품고 있는 역대 엘퀴네스의 상징성을 그대로 파탄 내는 존재란 말이다.

내가 이렇게 투덜거리는 것도 다 거기서 기인한 거야. 네가 어딜 봐서 엘퀴네스냐고.

순둥순둥 멍충멍충 멍청이도 이런 상 멍청이가 어딨어. 그것도 정령왕이란 녀석이.

넌 입 한껏 내밀고 나만 구박해이러는데 말이지. 그럼 내가 트로웰을 구박 하겠냐, 저 표정 고장 난 미네를 구박하겠냐?

어쩌겠어. 동기라고는 한 시대에 4명이 유지되는 종족인데 유난히 멍청한 네가 동시대에 태어나 줬으니 예쁘게 구박해 줘야지.

불만이지? 짜증내고 싶지?

그럼 어서 튀어나오기나 하라고. 너 없으면 나.

진짜로 하루 종일 한 마디도 할 일이 없단 말이야. 그게 얼마나 꿀꿀한 건지 모르지, 이 자식아?

 

 

 

MINERBA

 

. 미네입니다.

방금 전까지 이프리트가 찾아와서 온갖 짜증과 추측을 난무하는 걸 트로웰과 함께 달랬습니다만. 차분히 혼자 앉아 있으니 역시 걱정이 되는 군요.

물론 엘이기 때문에, 정령계에 온종일 있으리라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만, 어쨌든 간에 정말로 어디에서도 당신이 느껴지지 않으니 걱정에서 불안감까지 피어나 이프리트 만큼은 아니어도 가만히 있지는 못할 기분입니다.

어디 간 건지 말도 없는데 이렇게 자리를 비우다니 당신답지 않지만, 그래도 엘이니까 하는 마음으로 일단은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아침이면 부디 환히 웃는 얼굴로 미네하고 불러주세요.

저는 당신의 웃는 모습도, 웃음 가득한 목소리도, 또한 당황하거나, 울상 짓거나, 호기심 어린 그 모든 모습 하나하나에 생생함과 생경함을 느낍니다.

말해놓고 보니 신기하다고만 말하는 것 같지만.

말재주가 없어서 그렇지만. .

저까지 불안하게 만들지 말고, 부디 얼른 돌아와서 이프리트가 뭐야 왜 걱정하게 만들어!’ 하고 소리치는 늘상 보았던 광경을 묵묵하게 지켜보게 해주세요.

마음 한 구석엔 안도감을 품고, 저도 조금은 풀어진 채로 함께 자리할 테니까.

.

돌아와 주세요.

 

 

 

TROWELL

 

말이지,

?

 

어디 있는 거야.

이프리트가 길길이 날뛰는 듯한 소리를 지르는 거엔 곧 돌아오겠지라고 무심한 척 대답했지만,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어서, 머리 한구석에선 계속 걱정이 돼서, 결국 헐레벌떡 나답지 않게 정령계로 귀환했어.

에바스 에덴에도, 물의 영역에도 너는 정말로 보이지 않더라.

네 기척도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아.

미네가 차분히 옆에서, ‘아크아돈 어디에서도.’ 라고 덧붙이기 전부터 난 이미 아크아돈을 훑고 있었어. 미네가 말해주고, 내가 감지한 뒤에도 반복적으로 계속해서.

지금도 거의 3분 간격으로 아크아돈과 정령계를 짚어보고 있어.

그런데도 너는 어디서도 느껴지지 않아.

과거로 돌아갔나, 아니라면 영혼이 이탈했나, 설마하니 차원 사이의 틈이라든가, 하는 몇 개 안 되는 다른 가설을 일일이 점치고 셈해 보면서.

. 설마하니 또 어딘가로 사라져서, 우리를 이번엔 한 천 년 정도 마음 졸이게 하려는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난 이번엔 기다리지 않아. 무조건 쫓아갈 테니까.

네가 어디에 있건 쫓아갈 거야.

네가 없었을 땐 어떻게 살았는지 의아할 정도로 난 너에게 물들어버렸으니까.

너의 당황스러운 엉뚱한 질문이나, 어린아이 같은 활기를 알아버렸으니까.

나뿐만 아니겠지만, 네가 없는 세상은 단 몇 백 년이었는데도 그 어떤 때보다도 고통스러웠으니까.

절대로 기다리거나 손 놓고 있지 않을 자신 있으니까.

어찌됐든 엘. 너무 멀리 가버리지 말아줘.

가급적이면 지금 당장 눈앞에 나타나 주면 좋겠지만.

혹여 새로운 인연을 위해 어딘가로 잠시 가더라도, 너무 멀리 가지는 말아줘.

우린.

나는.

당장이라도 널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