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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短篇]/정령왕 엘퀴네스

《내일은 크리스마스 !》

 

I wanna wish you a Merry Christmas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 어른팀: 엘뤼엔, 트로웰, 카노스, 미네르바(페르데스), 시벨리우스

아이팀: 엘, 아스모델, 이프리트

 

 

 

 

 

옛날 옛적, 푸른 머리와 푸른 눈을 가진 엘이라는 소년이 공기 좋고 물 맑은 청정자연에서 아빠와 유니콘, 얼마 전 데려온 아이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엘~ 놀자, 얼른 나와~”

 

집 밖에서 들려오는 옆집 형, 트로웰의 목소리에 엘은 크게 답하곤 스토리상 동생인 아스모델의 손에 장갑을 끼워 주었습니다.

 

“아빠! 나 놀다가 올 게!”

 

문을 여니 보이는 건 새하얀 반짝임.

 

때는 바야흐로 은빛 머리의 산타 여왕이 나타난다는 겨울. 12월 25일이라는 날짜를 목전에 두고 한적한 전원은 아이들의 목소리로 맑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엘은 어리지만 파괴력 있는 스윙의 동생 아스와 절친한 친구 트로웰과 함께 눈사람을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깟 거 왜 만드냐? 어린애들이란.”

 

갑자기 나타난 옆집 소녀 이프리트가 틱틱대며 엘이 뭉친 눈을 발로 툭툭 건드렸습니다.

 

“에잇.”

 

그러자 언제 날린 건지. 굉장한 속도로 날아온 눈 두 덩이가 이프리트의 몸을 퍽 쳤습니다.

 

“이이…!”

 

주범 1인 옆집 오빠 트로웰은 생긋 웃으며 보란 듯이 손을 탁탁 털었습니다. 그 옆엔 주범 2인 아스가 불퉁한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강렬한 붉은 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 이프리트가 부들부들 몸을 떨었습니다.

 

곧 그녀가 폭발할 것을 잘 아는 셋은 두 손을 들어 자신의 귀를 막았고, 한 치의 벗어남도 없이 노호성이 조용한 산마을을 들썩거리게 했습니다.

 

“헥… 헥… 아 힘들어.”

 

어느새 시간은 흘러 해가 넘어간 뒤. 그들은 마을 사람들 모두가 모인 트로웰의 집의 방바닥에 뻗어 있었습니다.

 

낮 시간 내내 눈싸움을 했더니 온몸이 피로로 축축 늘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라는 기념일답게 아까부터 거실이며 부엌에서 나는 음식냄새는 아이들을 좀비처럼 일지언정 수마에서 벗어나게 했습니다.

 

거실에 온 동네 사람이 모여(그래봐야 아이들까지 쳐도 스물이 안 되는) 술잔을 부딪치고 웃고 떠들기를 몇 시간.

 

거진 열두 시가 다 되어 가는 무렵. 갑자기 집의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

 

누구도 찾아오지 않을 시각에 눌린 초인종.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다물었습니다.

 

빠르게 내려앉은 정적에 졸던 아이들이 오히려 놀라 일어났습니다. 눈을 비비고 아빠를 찾은 엘이 작게 말했습니다.

 

“누구야?”

 

그 말에 누구도 답하지 못 했기 때문에, 거실은 더욱 더 조용해 졌습니다.

 

좌중이 침묵에 싸여 있던 잠깐, 갑자기 온 방 안이 형형색색의 불로 물들었습니다.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게 정신 사납고 현란한 불빛이 거실을 뱅글뱅글 돌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눈을 감거나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아빠, 아빠-”

 

엘 역시 과도한 빛무리에 눈을 찡그리고 옆에 있던 아버지의 옷소매를 잡았습니다.

 

서늘한 외모의 아버지가 아들의 모습에 당장 이 발광의 근원을 찾아 잡아 죽여야겠다고 마음먹은 찰나, 유치한 효과음이 쩌렁쩌렁하게 울렸습니다.

 

- 냐하하 온 세상의 인간들은 무릎을 꿇고 이 몸을 찬양해라, 나는 천상의 독보적인 존재 산타니라~

 

억지스러운 조명과 유치한 팡파레.

거기에 채신머리없는 웃음소리까지. 멍청함이 뚝뚝 떨어지는 등장에 사람들이 난데없이 거실 중앙에 나타난 사람을 쳐다봤습니다.

 

그 뜨거운 관심을 제멋대로 해석한 붉은 모자에 붉은 자루를 든 해맑은 청년이 싱긋싱긋 웃었습니다.

 

“으음? 눈빛이 다들 반짝반짝한 게 아주 바람직하구나. 자아, 좀 있으면 크리스마스란 걸 다들 아느냐?”

 

냐하하, 내지는 캬하하 웃은 청년은 얼빠진 채 바라보는 사람들을 쓰윽 한 번 훑어보고는 거만하게 얼굴을 들었습니다.

 

“이 위대하신 산타님이 특별히 너희들에게 선물을 주마. 영광스럽지? 감격이지? 좋아 죽겠지? 냐하하 난 자비로우니 10초간 울게 해주마.”

 

물론 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싸한 방 안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검은 머리의 청년은 후훗 웃었습니다.

 

“아주 귀여운 아이구나. 뭘 갖고 싶니? 장난감? 책? 뭐든 주마. 대신 나한테 시집오지 않겠…….”

 

“…….”

 

퍼억

 

유괴범 같은 말을 던지던 남자는 엘을 보던 허리 숙인 자세에서 뒤로 쓰러졌습니다.

 

“으억…”

 

강렬하다… 남자가 차인 복부를 한 손으로 어루만지며 주춤주춤 일어섰습니다.

 

“죽고 싶군.”

 

그런 그의 앞에 싸늘히 선 이가 있었으니, 바로 친엘파의 총수인 엘뤼파파였습니다.

 

정신 사나운 청년의 기운을 냉막하게 내리 누르는 고고한 표정의 남자, 엘뤼엔은 불한당, 혹은 ‘인간이 아닌 무언가’를 보듯 일어서는 청년을 쳐다봤습니다.

 

케이오의 위기에서 일어난 검은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엘뤼엔을 보길 약 1분 여.

 

어느 새 모두들 이 배틀을 구경하는 자세로 돌입해 주변에 앉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산타는 개뿔 사기꾼이 말했습니다.

 

“…나한테 시집올래?”

 

 

 

 

 

 

 

 

 

 

 

 

 

 

“잘 피하네.”

 

태평하게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때리고 피하고 때리고 피하고 결국 엘뤼엔이 남자를 깐 요상한 상태를 구경하던 트로웰이 감탄 했습니다.

 

엘뤼엔이 우위를 점했지만 대략 요상하게 돌아가는 자세에 놀라는 건 아빠사랑 엘뿐이었습니다.

이프리트는 그런 엘에게 언제 엘뤼엔이 싸워서 다친 적 있냐고 쏘아 붙였습니다.

 

그리하여 느닷없는 사기와 전투씬에 아무도 모르는 채로 12시, 크리스마스가 찾아 왔습니다.

 

“근데 저 사람은 대체 누굴까?”

 

“정신병자나 한 몫 잡으러 온 사기꾼? 아무리 좋게 봐도 병원 탈출한 미친놈인데.”

 

트로웰은 과자를 오물거리는 아스와 엘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시벨리우스(:유니콘)는 도대체가 제대로 정신 박힌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는 마을이라며 투덜거렸습니다.

 

이프리트는 그런 시벨에게 조용히 하라고 쏘아 붙였고, 트로웰은 ‘그럴지도… 하지만 재밌는 걸.’ 하며 위기감 제로의 대사를 내뱉었습니다.

엘뤼엔에 의해 바닥에 내리 눌려 무장 해제된 상태에서도 검은 머리 남자가 웃고 있는 걸 시벨은 질린 눈으로 보았습니다.

 

“왜 그래? 성탄절은 사랑과 사랑으로 가득 한 날인데 폴인러브 하는 게 바로 로맨스의 축복 아니겠어? 후후훗.”

 

심지어 간만에 찾아온 손님(외부인이라는 점에서 볼 때)마저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어쩐지 내가 이상한 것 같잖아… 시벨은 침울하게 고개를 돌려 버렸습니다.

 

자꾸만 엘뤼엔과 미친놈을 붙여 놓으려는 것에서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음심의 검은 기운이 드러나는 것만 같은 착각에 시벨은 오소소 돋은 소름을 쓸어 내렸습니다.

 

“으음. 사랑이 가득한 크리스마스 좋지요.”

 

여성스럽고 차분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리자 구경꾼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렸습니다.

 

“한 해도 저물어 가는 마당에 사랑을 선물해 주는 것도 좋은 일 같군요.”

 

은회색의 긴 머리카락과 무심한 표정. 우아하게 소파에 앉은 여자가 그들을 돌아보며 안 그렇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산타 여왕…….”

 

진짜 최종보스의 소리 소문 없는 등장에 엘은 불안함 깃든 얼굴로 말했습니다.

 

“아빠가 다치면 어떡해요. 말려 주세요, 네?”

 

그렁그렁 울 듯 큰 눈으로 앞에 선 엘에, 산타여왕은 엘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습니다.

 

“사랑을 선물해 줄 생각이랍니다. 이 반지들을 두 분께 드리세요.”

 

엘은 머리를 끄덕이고 종종 걸어갔습니다.

 

그 뒷모습을 미소 지으며 보는 여왕을 보며 시벨은 질린 눈으로 보았습니다.

이 동네는 산타도 제정신이 아닌 가 봐.

 

“저거 커플링 아니…….”

 

트로웰은 엘한테 들릴 까 말을 흐렸습니다.

 

“커플링이 되게 하는 반지죠.”

 

그게 그거… 여왕은 가만히 웃었습니다.

 

한 해도 저무는 마당에 반지 끼워 주고 싶어서요. 라며.

 

‘아 그래요?’ 일동은 엘이 해맑게 웃으며 두 남자에게 반지를 내미는 것을 묵묵히 지켜봤습니다.

 

어쩐지 뭔가 한 방향으로 착착 몰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무시 했습니다.

 

조용한 눈마을에 어둠과 사랑이 내립니다.

 

 

 

 

 

Merry Christm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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