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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長篇]/Music Hall Series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1】

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 타리! ! ! ! !!!!!”

 

누가 날 이래 불러쌌노.

한참 벤치에 앉아, 양 손에 쥔 잡지를 뚫어져라 읽고 있던 오시타리 유시가 고개를 들었다.

불이라도 났드나?’ 평소의 그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얼굴에, 여태까지 그를 불렀던 시시도가 강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허탈한 한숨이 아니라, ‘나 지금 짜증났음, 그것도 너 때문에라는 것을 단적으로 표출할 정도로 강한 한숨. 늘어진 그의 갈색 머리카락이 순간 위로 치켜 올라갔을 세기였다. 뭔 일 났냐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안경 너머의 멍청한 눈동자에 시시도는 허리에 양 손을 짚었다.

 

내가 지금 너 몇 번 부른 줄 아냐? 아니, 들리긴 했어? 내가 저-기서 걸어올 때부터 불렀다고.”

 

미안타. 내 쪼매 요것 좀 읽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가.

그렇게 말하며 펼치고 있던 잡지를 슬쩍 앞으로 보인다. 무심결에 시선이 향한 곳에 있는 글자가 너무도 익숙한 것이어서 시시도는 고개를 갸웃했다.

 

일본어? 일본 잡지야?”

 

아아. 프랑스 일본 교포들하고 어디 교포들하고 같이 내는 유럽 거주 교포 잡지라 카든데. 일본어로 써 있어서 시간 때울 겸 봤데이.”

 

아주 종이 속으로 들어갈 것처럼 보던데. , 황금비율 미녀라도 나왔냐?”

 

코웃음을 치며 묻는 말에 오시타리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명백한 비웃음을 지었다. 되로 도발해놓고 말로 돌아오는 반응에 시시도가 표정을 일그러뜨린다.

그것을 빙글빙글 웃으며 일부러가 분명한 골려대는 어조로 오시타리가 대답했다.

 

시시도, 니 아무리 한창이래도 그런 말만 하고 다니면 안 된데이. 안 그래도 솔로 인생인데 동기들이 뭐라 카겠노?”

 

누가 누구한테 훈계를 하냐 지금!!!”

 

웃기지 마! 시시도가 소리쳤다.

 

쵸타로가 그렇게 충고하면 몰라도 너나 아토베가 하는 말은 전-혀 신용도 안 가고, 듣고 싶지도 않거든?!”

 

. 아토베가 그런 말 하믄 당연히 놀리려는 거제. 하여튼 내는 아니데이. 이게 다 진심에서 우러난 우정의 충고 아인교, 우정.”

 

우정 얼어 죽는 소리 하고 있네. 그래서 뭐 보고 있었는데?”

 

오시타리의 말에 노골적으로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대응하며 시시도가 주제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그 말에 오시타리가 여태 쥐고 있던 잡지를 펼친 그대로 시시도에게 돌려 읽을 수 있도록 한다.

 

인터뷰, 5인조 밴드?”

 

밴드 아 하나 나와서 인터뷰 한 내용이데이. 내사 이 보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이가. , 뭔 아가 이케 예쁘게 생겼노? 가스나 뺨치게 이뻐서 놀랐데이.”

 

진짜 여자애 같이 생겼네. 흐음언더에서 활동하는 밴드. 프랑스에 공연차.”

 

대충 눈에 띄는 단어들을 읽어 내리며 시시도가 입 밖으로 중얼거렸다.

눈 높은 오시타리가 칭찬하는 얼굴이기에 뭐 얼마나 잘났나 했더니, 과연 옆에 같이 나온 사진 속 소년은 여자애 아니야?’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락없이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거 키도 작은 것 같은데여자애 아니야?”

 

아이다. ‘5인조 남성 밴드라 써 있잖노. 내도 처음엔 가시나인 줄 알았다가 다시 읽고 놀라서 몇 번이나 다시 봤다 아이가.”

 

그렇게 말하니까 또 남자애 같기는 한데……. 진짜 남자애면 정말 예쁘게 생긴 거다.”

 

그제? 말도 요래조래 잘 하고. 키보드라니 한 번 보고 싶은데.”

 

키보드면 건반, 피아노잖아. 네 전공도 아닌데 뭐가 보고 싶어?”

 

저 혼자 보고 싶네 어쩌네 떠드는 오시타리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며 시시도가 물었다.

그의 시선을 죄다 무시한 채 오시타리는 제법 열성적으로 말했다.

 

피아노는 음악 아이가! 니 그리 안 봤는데 시시도, 악기 차별 하면 안 된데이.”

 

내가 언제 차별 했다고…….”

 

어지간히 흥미가 동했는지 저 혼자 여태까지 뚫어져라 들여다본 잡지를 또다시 들여다보는 모습에 시시도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바보가 바보 짓 하고 앉았네.

 

, 그러고 보니…….”

 

확 생각이 안 났는데, 생각났다.

5인조 밴드니 뭐니 하는 이름, 어디서 봤나 했더니 며칠 전 얻은 티켓에 있는 이름이다.

사실 티켓이라고 해봐야 언더 공연이고, 소소한 지역민 파티(?)라서 일단 명목상이지만 어찌 됐든 간에.

 

나 그거 티켓 있는데.”

 

참말?”

 

. 난 딱히 필요 없는데, 타키가 시간 있냐고 그래서 가보겠다고 하고 받았는데. 두 장인가, 세 장인가? 쵸타로랑 가려고…….”

 

내도 한 장.”

 

.

 

능청을 넘어서 뻔뻔함으로 무장하고 손을 내미는 모습에 아무 생각 없이 말을 잇던 시시도가 잠시 멈칫, 말을 멈췄다.

이내 그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싫은데?”

 

순식간에 기세등등해져 있는 모양새에 오시타리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괜히 놀렸나. 상황이 반전될 줄이야.

같은 앙상블의 대표격이자 대학 내에서도 유명인사인 어느 누구의 평소 표정과 비슷한 싱크로에 오시타리는 그 순간에도 역시 친구는 닮는 기가…….’ 하는 딴 생각을 잠시 했다.

 

안 줄 거다.”

 

그 뒤에 풉, 하고 일부러가 분명한 비웃음 소리를 뱉어주고, 시시도는 처음 오시타리를 마주 했을 때 짜증내던 모습과는 정반대로 콧노래를 흥얼거릴 기세로 돌아섰다.

잘 됐다 이 바보야.

 

시시도, 시시도, 니 진짜 매정하게 이럴 끼가?!”

 

안 들려. 안 들려. 아까 누가 그랬던 것처럼 안 들리네~”

 

기회는 이 때다.

모처럼 오시타리가 무조건 지는 상황인데 쉽게 넘겨줄까 보냐.

시시도는 발걸음도 가볍게, 아무리 방음이 되고 있다 해도 은은하게 교정을 머무는 각양각색의 악기 소리를 들으며 연신 저를 부르는 누군가를 무시했다.

 

오늘 날씨 좋고~

 

 

 

 

 

# 1,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