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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長篇]/Music Hall Series

[오시가쿠] 그대를 위한 광시곡 【2】

You are my First lov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 활짝 피어서 화려하게 춤추자. 자존심은(Pride)는 벗어 던지고[각주:1]

 

근사한 정원이 딸린 저택.

프랑스 국경 교외지역에 위치한 한가로운 마을의 한 저택은, 오늘만큼은 화려한 불을 이곳저곳에 켜고, 듣는 이의 심장을 연신 박동하게 하는 앰프로부터의 소리가 연신 흐르는 파티의 장으로 변모해 있었다.

 

- 긍지 높게 마음을 불태워라. 거짓된 색으로는 진짜가 될 수 없으니

 

정원의 각각 조도가 다른 조명 아래에 따스한 여름 햇살을 받으며 곳곳에 앉아 다정스럽게 연인간의 대화를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에게 반가움을 표하며 비주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고,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 저택 안, 클럽으로 디자인을 바꾼 가장 큰 홀에는 검은 색 계통의 머리색과 눈동자 색을 가진 다수의 사람들이 열렬히 환호하고 있었다.

 

- 긍지 높게 마음을 불태워라. 끝나지 않는 여행으로. 불쌍할 정도로 가슴을 불태워라

 

한창 환호성과 비트가 강하게 번지고 있는 홀 안, 일시적으로 바뀐 인테리어와 더불어 일시적으로 바뀐(그렇다 치기엔 퀄리티가 꽤 상급인)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인물은 꽤나 눈에 띄는 미남이었다.

 

- 끌려 미칠 듯 하면서도 아름다워져라 거짓된 색으로는 진짜가 될 수 없으니

 

아니. 그 뿐만이 아니다. 물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출중한 외모에 출중한 눈웃음, 출중한 노래 실력으로 좌중을 사로잡는 그지만 양옆과 뒤로 흩어져 곡을 연주하는 다른 이들도 어디 내놓아 빠질 인물들은 아니었다.

 

가만히 있어도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줄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몰두해 있는 모습은 가뜩이나 달아오른 이 공간을 폭발 직전까지 몰아넣는 데에 일조하고 있었다.

 

노래를 하는 쪽도, 듣는 쪽도 얼마나 정신을 놓고 휩쓸렸을까.

절로 난 땀에 살짝 젖은 흰 머리칼의 보컬이 노래를 막 끝내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막 끝낸 연주에 지금은 일렉 기타 혼자만 분위기를 맞추는 멜로디를 뱉어내고 있었다.

 

에에에에에-!

나이 지긋한 중년의 부모뻘 되는 이들도 몰려 있지만, 공연 마감과 동시에 오늘 파티가 슬슬 정리해야 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일러주는 보컬의 멘트에는 다들 동시다발적으로 떼를 쓰듯 말꼬리를 늘였다.

 

끊어지는 일본인 특유의 발음으로 앵콜을 소리 높여 외치는 틈에서 사람 좋은 미소로 능숙하게 진행을 해나가는 보컬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 오시타리 유시는 2층 난간에 기댔다.

연신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홀. 분위기에 취해 술을 들이마시고, 들이붓고, 열기가 끝날 줄 모르고 치솟는다.

 

한가득 찬 사람들을 무심한 눈동자로 훑어보는 그의 남색 눈동자가 뚫어져라 향하고 있는 곳은 무대 위였다. 무대 위, 그 중에서도 한 사람.

 

채도가 낮은 붉은 머리카락을 단발로 내린, 흰 피부에 옅은 보랏빛 눈동자를 지닌 누군가를 연신 쳐다보는 그의 상태를, 같은 대학교의 알아주는 이론 수석이 보았다면 시선 처리 중 한 상대에게 향한 시선 집중 99%’ 이런 식으로 숫자를 떠들지도.

 

이게 아니면 다른 곳을 본 확률아 이건 말이 안 되나. 몰라.

애초에 무시무시한 미스터리 두뇌 수석의 생각을 짐작해낼 수 있다면 이론전공으로 갔겠지, 기악과가 아니라.

 

결국 밴드 멤버들과 사인을 주고받으며 서로 상태를 살피더니 새벽이 터올 때까지 달릴 셈인지 마이크를 다시 손에 쥐는 리드보컬과 연주의 신호를 올리는 화려한 일렉의 선율이 심장께를 간질이는 것을 들으며 오시타리는 난간에 팔을 대고 몸을 기댔다.

 

여기, 얼마 전 잡지 인터뷰를 보고 쫄래쫄래 친구한테 빌붙어 프랑스 교외의 일본인 교포 파티장에 와 있는 남자를 제대로 소개하자면, 그의 이름은 오시타리 유시.

짙은 남색 머리카락에 잘 빠진 신체비율과 마스크. 본인은 매력을 올려주는 아이템이라 생각하는 안경(사실 딱히 틀리진 않다)을 멋으로 끼고 다니는 일단 외모에서 길거리 여자의 반의 시선을 붙들어 놓을 남자.

 

현재 직업은 베를린 음악대학교 기악과 학생으로, 전공은 바이올린.

그의 특기는 섬세하고 날카로운 기교와 더불어 애간장을 녹이는 잔잔한 표현력으로, 한 번 쳐다본 뒤에 바이올린까지 연주했다면 여성의 절대다수는 이미 홀린 뒤라고 할 수 있다.

 

장점은 사근사근한 성격, 단점은 사근사근한 성격으로 여자 갈아치우기.

예비 음악학교에서부터 만난 친구 바그너 빠돌이(아토베 케이고. 비올라 전공), 쇼팽 빠돌이(오오토리 쵸타로. 바이올린 전공), 베토벤 빠돌이(데즈카 쿠니미츠. 첼로 전공) 네 사람과 교내 앙상블 팀에 속해 있다.

 

- 시간은 어둠을 가르고 흘러나와 손바닥에서 숨을 쉬어 starlight don't be afraid trying[각주:2]

 

분위기는 점화를 지나 달려가고, 밴드도, 관객도 서서히 뜨겁게 뛴 가슴을 조금은 쉬게 하며 여전히 홍조를 달고 있다.

 

- 어떤 내일도 선택할 수 있는 강함을 품고 가자. 목표로 삼은 곳에 going to fly

 

키보드 무카히 가쿠토, 일렉기타 카미오 아키라, 베이스기타&작곡 자이젠 히카루, 드럼 오시타리 켄야, 리드보컬 사에키 코지로.

원래는 리드보컬인 사에키와 키보드인 무카히가 서브보컬로 노래를 하고, 라이브를 제외한 프로젝트 앨범에선 켄야가 메인보컬 급으로 노래를 하기도. 어쨌든 보컬로 투입할 만한 인재는 셋이지만 두 사람이 악기에 매진 중이라 라이브 땐 사에키가 거의 다 부른다. 라고.

 

과연.

 

열정적으로 무대를 이끈 사에키가 후련한 얼굴로 마이크를 손에 쥐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목소리가 살짝 무리가 간 게 단박에 느껴진다.

그래도 표정 봐서는 후회 없다는 것 같지만, 확실히 혼자 노래를 거진 다 소화해내는 건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힘들겠지.

 

드디어 장내를 정리하려는 듯 진정되어가는 사람들에(이미 놀 때까지 놀아서 더 놀 기운도 없는 거겠지만) 오시타리는 난간에서 몸을 떼고 계단으로 향했다.

끝까지 남아서 무대도 다 봤겠다, 이제 하나의 목적이 남았다.

 

오늘 이곳으로 걸음하게 한 누군가.

그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

 

아직도 휘파람 소리를 내는 이들에게 답례하듯 손을 들어 보이면서 쾌활하게 각자의 전공 악기를 꼼꼼히 살피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오시타리는 훌쩍 무대 뒤로 다가섰다.

무대라고 해봐야 어쨌든 일회용. 철제 계단을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한창 바쁘니 건들지 않고, 내려오면 말을 걸어봐야지(구체적으로 번호 딴다고 한다)- 라고 생각하고 삐딱하게 서 있던 찰나.

 

너나 내일 목소리 나올까 걱정이나…… 우와악!”

 

“?!”

 

무카히?!”

 

불쑥 계단 위로 목소리가 가까워진다 싶더니 어느 순간 붉은 머리카락이 눈앞에 떨어져 내리듯 아래로 푹 꺼진다. 허공에 발을 내딛는 순간 터져 나온 짤막한 비명에 번뜩 고개를 돌린 오시타리가 굉장한 반사 신경으로 떨어지는 몸을 다짜고짜 받아들었다.

 

무카히!”

 

순간 철렁한 심장이 밖으로 나올까 입을 꾹 다물고 오시타리는 덥썩 팔 안에 안긴 몸을 받은 채 천천히 일으켰다. 무카히. 여태 그가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아야아…….”

 

놀랐는지 질끈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뜨면서 본능적으로 오시타리의 옷소매를 잡아 쥔 손이 꾸욱 힘을 준 채로 몸을 바로 한다.

코앞에 확 들어온 자그마한 얼굴에 오시타리는 눈 깜박이는 것도 잊고 멍하니 상대를 껴안은 채로 멈춰 섰다.

 

무카히, 괜찮아?!”

 

네가 저주해서 그렇잖아!”

 

, 괜찮아?!”

 

뒤에서 바로 따라 계단을 내려온 다른 이들이 뭐라뭐라 외치는 것 같은데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위잉- 하고 진공음만 통과되는 귓가.

오시타리의 눈은 주변 모든 것을 배제한 채 오직, 눈앞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한 사람에게 고정된다.

 

저기, ?”

 

눈앞의 그가 입을 연 후에야, 오시타리는 정신을 차렸다.

 

 

 

 

아니. 정신을 잃기 시작했다고 해야 맞을 지도 모른다.

눈앞의 운명적인 그대에게.

 

 

 

 

# 2, Fin.

 

  1. 테니스의 왕자 OVA 전국대회편 1기 OP 《FLOWER》 [본문으로]
  2. 테니스의 왕자 2기 OP 《Driving Myself》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