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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長篇]/Dear my Darling

[DMD] 제 2장 [트로웰x엘뤼엔] 무난한 사이

Romantic earthquake ♡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헤에, 지금 생각해 보니깐 트로웰은 우리 넷 중에 제일 연장자잖아.”

 

그것은 어느 화창한 날, 모처럼 사대 정령왕이 모두 모여 에바스 에덴을 웃음꽃으로 물들이고 있던 때 문득 나온 주제였다.

 

“그렇군요, 트로웰. 아이 모습과는 정반대로 말입니다.”

 

엘이 손을 마주치며 하는 말에 미네 역시 그 특유의 차분한 말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트로웰은 갑자기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엘에게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갑자기 왜 그래, 엘, 미네. 새삼스럽게.”

 

트로웰이 볼을 긁적이며 하는 말에 엘이 흥분해선 말했다.

 

“트로웰은 전대 역사의 산증인인 거야! 과거로 갔을 때 보긴 했지만 그래서 더 궁금한 걸. 다른 정령왕들 얘기 좀 해줘.”

 

엘의 말에 무료함이 가시는지 이프리트와 미네가 덩달아 재촉이 담긴 시선으로 트로웰을 응시했다.

 

“음… 그다지 재밌는 것도 없는데…….”

 

“아. 그럼 엘뤼엔은 어땠어? 전대 불의 정령왕과는 사이가 나빴던 것 같지만… 트로웰이랑은?”

 

결국 궁금한 건 엘뤼엔이었구나? 트로웰은 엘에게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그렇기도 하지만… 궁금하단 말이야!”

 

“아 귓청 떨어지겠네. 엘, 왜 갑자기 소리는 질러?”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소리를 빽 지른 엘에게 이프리트가 인상을 쓰고 타박을 주자, 미네가 변호한다.

 

“그러지 마십시오. 엘은 수줍은 소녀의 마음으로…….”

 

“미네! 그건 아니야!”

 

아니긴 뭐가 말입니까? 다시 대꾸하려는 미네와 점점 얼굴이 달아오르는 엘, 자기 말이 무시됐다고 짜증을 내는 이프리트.

점점 복잡해져 가는 상황에 트로웰은 난감한 미소를 짓고 상황 중재에 나섰다.

 

“자자, 다들 그만 해. 이프리트, 엘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타박하면 안 되지. 미네, 엘은 그런 말 인정을 못 해서 그런 거야.”

 

여기까지 말하고 트로웰은 숨을 돌렸다.

 

“그리고 엘. 나랑 엘뤼엔 사이는… 음… 무난한 사이… 라고나 할까.”

 

트로웰은 마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만 같은 느낌에 피식 미소를 걸었다.

다들 흥미가 당기는지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트로웰은 말을 멈추고 에바스 에덴의 수많은 보석 꽃들을 바라봤다.

 

 

무난한 사이.

 

 

그것만큼 잘 맞는 설명이 없다고 생각하며, 쓴 웃음을 지은 트로웰의 사고가 잠시 과거의 기억 속으로 돌아갔다.

 

 

 

 

“와아, 엘퀴네스. 이프리트랑 또 한 판 붙었다면서?”

 

미네르바의 영역에서 심심함을 달래려 이렇다 할 주제가 없는 수다를 풀어놓고 있던 트로웰은 갑자기 미네르바가 놀란 눈을 하는 것에 뒤를 돌아봤다.

 

옷자락에 얼음결정이며 물이 흠뻑 묻은 모습의 이프리트가 굉장히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둘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딱 보기에도 엘퀴네스와 한 바탕 한 모습에 트로웰은 물의 영역으로 공간이동 했다. 역시.

 

엘퀴네스는 무료히 밖을 응시하며 앉아 있었다. 트로웰의 말에 힐끗 시선을 돌린 그는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주변에 냉기가 감도는 듯한 모습에도 트로웰은 다시 말을 걸었다.

 

“이번엔 왜 그런 거야? 이프리트가 뭐라고 설명하긴 했는데 너무 흥분해서 횡설수설 했거든. 못 알아들었어.”

 

“네 잘난 능력으로 알아보던가.”

 

“…우와, 삐딱한 대답.”

 

쌀쌀맞은 대답에 트로웰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프리트와 엘퀴네스가 싸우면 자연스럽게 그에게 말을 걸고 대화(라기엔 너무 무성의 한) 할 기회가 생겨 좋지만(어차피 엘퀴네스는 다치지 않고), 가뜩이나 차가운 상대가 평소보다 더 냉막해 진다는 게 흠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그다지 기꺼워하지 않는다. 누구도 들이지 않는 그의 성격도 성격이지만, 트로웰 그가 땅의 정령왕이라서 더욱 가리는 것도 있었다.

 

엘퀴네스한테 혜안 쓴 적은… 거의 없는데. 엘퀴네스는 모를 터였다. 단지 그가 싫어한다는 것 때문에 바로 관두는 이 정령왕을.

 

“귀찮으니까 그만 꺼져라.”

 

어쩐다 이 차가운 이를. 정말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는 엘퀴네스에게 트로웰은 그저 미소만 지어 보였다.

 

그리곤 마냥 아쉬운 인사를 건넨다.

 

“그럼 나 간다, 엘퀴네스. …나중에 봐.”

 

끝내 ‘죽을’ 때까지 한 번 웃어준 적, 고운 말 해준 적 없는(오히려 말도 없이 명계로 떠나려 했던) 엘퀴네스를 떠올리자, 이제는 사라진, 한 때 꽤나 앓았던 감정이 잠시 떠오른다.

 

 

 

 

“트로웰, 무슨 생각 해?”

 

엘이 부르는 소리에 트로웰은 회상에서 깨어났다.

 

“응?”

 

“무난한 사이야?”

 

트로웰이 방금 한 말을 엘이 물어봤다.


트로웰은 부드럽게 웃었다.

 

“응, 그런 사이야.”

 

 

 


# 2 무난한 사이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