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린느

너의 곁에서 《4》 Say you love m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올 해 전국대회 출전 학교가 확정됐다. 대회 개막까지 앞으로 4일. 개최지가 도쿄인 탓에 기간 동안 집을 떠나 있어야 했다. 뭐어, 얘기를 꺼낸 뒤 집에선 얼른 가버리라며 전혀 걱정 같은 거, 하지 않는 기색이었지만. 평소였다면 ‘이야 도쿄. 도쿄까지 가고.’ 하며 오랜만에 유시 녀석도 만나고 좋네라고 생각했겠지만, 한창 도쿄를 향해 달리는 열차의 우리들 쪽 칸은 그다지 밝은 기색이 아니었다. “…응. 역시 전국엔 귀여운 애가 많겠… 제…….” “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일 년에 한 번 있는 대회를 치르기 위해, 전국에서 강호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는 와중에 우릴 긴장 타게 하는 건, 감독도 부장도 아닌 2학년, .. 더보기
[켄히카] 소리, 속삭임 In the Feeling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때때로 당신이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연습을 하다가, 길을 걷다가, 몇 마디 주고받다가, 혹은 그저 보고 있다가도. 당신의 감정은, 때때로 내가 따라가지 못할 만큼 열정적이고, 짚어내지 못할 정도로 다양해서. ⁂ “니 또 뭘 맹하니 있노.” 아…. 언제 왔는지 그늘이 진다. 낯설게 느껴지는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코트에 있었는데……? “어이고.” 라켓을 내 옆에 놓고 그가 미간을 좁혔다. 햇볕에 따스하게 물든 피부색. 인상 좋은 얼굴로 짓는 츳츳 팔짱끼는 표정. “야 임마.” 손이 다가온다. 햇볕에 낙낙히 익은 따뜻한 손끝이 이마에 닿고. 그를 물끄러미 올려다본다. …오시타리 선배, 구나. 조금 뒤늦게.. 더보기
[DMD] 제 15장 [카노스x엘뤼엔] 너란 남자 上 Such a man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너란 놈은 정말……. 눈을 몇 번 깜박이자 신계 특유의 이상하리만치 환한 아침 햇살이 창을 통과해 선명히 방 안 모습을 보여준다. 엘뤼엔 그의 취향을 반영한 방 안은 매우 담백한 디자인 그 자체였다. 중앙을 기점으로 바닥을 포근하게 덮은 양탄자, 그리고 침대. 평소라면 그 외에 어떠한 것도 없었겠지만, 오늘은 다르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여기가 엘뤼엔 방 맞아? 라고 물을 정도로 난장판. 이라고 하면 될까. 양탄자 위에 한가득 널린 것은 그림과 숫자가 그려진 온갖 카드들, 기괴한 모양새의 인형들. 한가득 제멋대로 어질러진 방 안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그러나 힘이 들어간 손을 들어 제 옆에 퍼져 있는 사람을 사심을 담아 내리친.. 더보기
너의 곁에서 《3》 Say you love m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근방에 인가라고는 보이지 않는 야산. 치토세가 옆에 걸터앉아 부채질이나 하고, 감독이 모자를 덮은 채 드러누워 있는 바위. 그 아래 계곡물은ㅡ “으악! 차가워, 차갑다고-!!!” “시라이시, 죽어라-!” “얌마, 킨짱- 으아악!” 한 마리 야생동물과 한 마리 부장님으로 인해 쓰나미를 맞고 있다, 일까. 계곡 곳곳에 흩어져서 더위 식히기에 바쁜 한낮. 내일이면 합숙이 끝난단 점에 다들 라켓을 버리고 피서 기분을 내는 중이다. “킨짱, 나 죽어, 킨짱!? …푸아.” 수고해라 시라이시. 우리 부에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네 덕분에 감독님도, 치토세도, 나도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좀만 수고해라. 두 사람이 난동을 부리고,.. 더보기
너의 곁에서 《2》 Say you love m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점심시간은 대개 부실에서 보낸다. 부실이라고 해봐야 테니스장 가장자리에 있는 재미없게 생긴 건물이지만. 원래 부원이 적은 부의 특성이라고나 할까(지금은 그렇지도 않지만). 지금은 졸업한 정신 나간 선배들의 자리는, 1학년 들짐승과 치토세가 차지해서 넓어져 있었다. “어, 켄야. 니 이기 원래 안 하지 않았나?” 켄지로가 내 오른손 팔목을 보고 한 마디 했다. 야. 너 이제야 발견한 거냐. 이게 말이야……. 괜히 밴드를 내려다보고 속으로 으흐흐 웃었다. “끼고 살 기다.” 자이젠은 킨타로를 적당히 제어하는 치토세 옆에 앉아 무덤덤하게 제 도시락을 까먹고 있었다. 매일 들락거리는 부실은 주변에 시라이시가 가져다 놓은 화분들로.. 더보기
너의 곁에서 《1》 Say you love m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더없이 화창한 날이다. 하늘은 파랗고, 흰구름은 유유히 흘러가고, 당분간 비 소식이 없다는 일기예보에 딱 알맞은. 완연히 내리쬐는 햇빛 아래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단 둘이 데이트라니. 이보다 즐거운 일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그니까 제가 와 선배랑 놀아야 하는데예.” …현실은 그렇게 달콤하지 않다. “나름 내일이 준결승인데 와 변덕이고.” 위기의식이라든가, 긴장감 같은 정상적인 건 선배한테 기대하면 안 되는 겁니꺼. 방금 저가 한 말에 켁켁거리는 내 옆에서, 녀석은 담담하게 주스를 들이켰다. “니도 긴장이라곤 쪼매도 안 해놓고 와 내한테 지랄이고.” “아니거든예. 긴장은 안 해도 생각은 하고 살거든예.” 도무지 한 번도.. 더보기
너의 곁에서 《Prologue》 Say you love m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오늘 녀석은 유난히 멍했다. 방과 후의 코트는 평소와 같았다. 하나같이 시시껄렁한 농담에 웃으며, 그러나 라켓을 쥔 눈빛만은 뜨겁게. 한 번씩 돌아가며 개그도 치고. 가장 가까운 놈들부터 짚어보자면, 근래 관서를 들썩이게 만든(실력으로나, 괴짜 기질로나) 1학년 루키는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아저씨 분위기 물씬 풍기는 감독에게 징징 뭐라 매달리고 있었다. 무슨 바람이 분 건지 연습시간에 제대로 나온 치토세는 여전히 어딘가 무료한 표정으로 부실 외벽에 기대 서서 넋을 놓고 있었고, 오늘도 변함없이 말끔한 얼굴의 시라이시는 그 옆에 서서 부원들을 쳐다보거나, 치토세와 몇 마디 주고받곤 했다. 코하루와 유지도 착 달라붙어선, 개.. 더보기
[켄히카] 빙빙 돌아 한마음 Rain Cloud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저녁식사를 팥죽으로 때운 후였다. 열여덟 살. 센터시험이 끝나고 사흘간 단팥죽만 먹었다. 센터시험이 끝난 직후 결혼기념일을 맞아 며칠간 여행을 간 부모님과, 부부동반 모임으로 조카까지 데리고 여행 간 형 내외. 아무도 없는 고요한 집 거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나는 음악 감상 중이었다. 벨이 울리기 전까지는. “…….” 센터시험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나타난 그 사람을 나는 어제 본 사람인양 단박에 알았다. “야아, 히카루.” 거의 3년 만에 보는 당신이란 사람을. 정말로 한 눈에. “하루만 재워주잖겠나. 내사 갈 데가 없구마.” 한숨을 쉬며 거의 열린 현관문에서 돌아서며 나는 무심하게 말한다. 애써 무심한 척 속내를 어떻게든.. 더보기
천행기 -천인행적토기- (황동영, 진비월) 그림: 카라 / 글: 이윤희 항상 그림과 글 합작 작업을 해왔던 카라/이윤희 님의 두 번째 단행본 천행기입니다. 첫 작품인 마왕일기는 스토리를 담당하셨던 분이 학생이시라 중간에 하차. 급하게 모셔온 분이 이윤희 작가님이시라고 합니다. 이윤희 작가님의 소설 약력은 루실드리아 왕실근위대. 키르라이안 이야기. 이렇게 두 시리즈 완결, 만화 스토리는 마왕일기(중반부부터). 천행기. 두 시리즈 완결에 티아라 진행 중입니다. 크림슨 키즈맷은 연중.. 이 아니라 휴재(!). 카라분들은 마왕일기. 천행기. 리젠드 세 작품을 완결내셨고, 현재 티아라를 연재 중에 있습니다. 리젠드는 이윤희 작가님과 함께 한 작업이 아니고, 우수정 작가님과 함께 했어요. 천행기가 하도 오래 연재시절을 거쳐서(...) 리.. 더보기
미아를 찾습니다 下 Looking for “Beautiful Boy”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정령계. 인간들의 세상, 신의 영역, 마족의 세계와 더불어 차원을 구성하고 있는 차원의 하나. 전 차원의 정령들의 본가(本家)이자 신의 계급에 가까운 정령왕의 영역. 정령이 아닌 그 어떤 존재도 발을 들일 수 없으며 설령 신이라 해도 감히 활개 칠 수 없는, 일종의 불가침의 영역이다. 휘하의 정령들을 제외하면 고작해야 네 명이 거주하고 있는 정령계는, 평소의 느긋함과 평화로움은 온데간데없이 그야말로 한적함 따위는 산산조각 난 채 들썩이고 있었다. “아니, 됐어. 응. 바로 연락할 게.” 어두운 표정으로 감응(엘이 보았다면 ‘전화통화!’ 라고 했을 마법)을 마친 트로웰이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저를 쳐.. 더보기
미아를 찾습니다 上 Looking for “Beautiful Boy”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IFRIT 그러니까 난 별로라고. 처음 봤을 때도 계집애 같던 게 어째 갈수록 이상한 성격까지 맞물려서 점점 더 제멋대로라니까. 이 때다 싶으면 씨익 웃으면서 협박하질 않나, 뭐, 딱히 내가 전에 상단에서 엘뤼엔 문장 받은 거 숨기고 나랑 대화한 것 때문에 이런 소리 하는 건 아니고. 그것 말고도 어쨌든 너랑 마주치면 피곤하다고. 볼 때마다 싸우게 되는데 겁을 상실했는지 어쨌는지 너 말이야 갈수록 떽떽 댄다고. 너 말이야, 너. 엘퀴네스 이 멍충아. 내가 항상 말하지 않았냐? 지금의 널 보면 역대 엘퀴네스들이 혈압 올라서 넘어갈 지도 모른다고. 뭐, 엘뤼엔이야 너한테 콩깍지가 씌어서 아무래도 상관없고.. 더보기
[룬의아이들] 여읍여소 (如泣如笑) Wish for happiness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술이란 좋은 거다. 남들이 보기엔 취객만큼 성가시고 걱정되는 존재가 없겠지만, 적어도 술에 취한 당사자 입장에선 세상에 이보다 좋은 게 없다 싶은 것이, 그야 아무래도 괜찮은 것 같고, 이런 저런 시답잖은 일 그 까짓것 다 별 거 아닌 것 같고,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 빙빙 도는 게 우습기 짝이 없으니까. 마찬가지다. 먹고 사는 거 아무래도 괜찮은 것 같고, 집이고 뭐고 다 어떻게든 될 것 같고,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하늘도 땅도 사람도 집도 빙빙 도는 게 우스울 뿐. 동생들 중 하나는 아무리 배가 고프고 짜증이 나도 술은 못 먹겠다고 토할 것 같다며 우웩우웩 죽상을 했지만 글쎄 아가. 술이란 게 배가.. 더보기
[야규니오] 그만의 파스티초 上 Te Amare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야규. 소리가 많이 바뀐 것 같네?” “……그렇습니까.” 악기는 그대로입니다만 같은 소리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어리숙한 사람이 아니다, 야규 히로시란 사람은. “애인이라도 생겼어?” “아니요. 그렇지는.” 무덤덤하게 대답하고, 악기를 정돈한다. 밤이면 여름향기가 물씬 풍기는 완연한 초여름의 베를린. 타지에서 맞는 두 번째 여름. 악기 연주가 끝난 연습실 안은 잔잔한 침묵으로 물들었다. “벌써 여름이네.” 자신의 오보에를 닦으며, 유키무라는 창밖을 내다봤다. 사방이 고요해지고 나자, 닫힌 창문 틈으로, 문틈으로, 곳곳에서 온갖 선율이 스며들어온다. 음악으로 감싸인 곳, 어딜 가나 악기를 들고 뛰어다니는 학생들이 보이는 음대 안이기에.. 더보기
[아카렌지] 당신을 본 노을 Do I know him ?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온 세상이 너무나 밝다. 막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태양빛은 느릿느릿하게, 그러나 종종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지, 싶게 서서히 잠기고 있었다. 으레 한창 볕이 따가운 정오쯤의 한낮이 가장 밝다고 인식하고 있겠지만, 야나기 렌지에게 있어서 가장 밝은 때는 단연 지금이다. “푸에취!” “분타, 역시 머리에 물 뿌리고 다니지 말라니까.” “막 연습 끝났을 땐 저절로 생수를 붓게 된다고.” 투닥투닥 항상 그랬듯, 항상 그런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이 옷을 꿰입는다. 일반 부원들은 이미 우르르 몰려서 하교한 시각. 오늘 뒷정리를 담당하는 몇 만이 남아 있는 시간이었다. 곧 있을 대회 때문에 레귤러들만 따로 연습 후에 남아 브리핑을.. 더보기
[오시가쿠] 아르바이트 【1】 Love is the source of Strength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야, 점심 먹으러 안 가? 뭘 그렇게 멍을 때리고 있어?”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얼굴. 안경까지 끼고서 샤프를 손에 쥔 채 멍하니 허공을 보는 모습이 뭇 여학생들의 가슴을 들었다 놓는다. 오늘도 여전히 상판 하나는 잘 생겼네, 하고 툴툴대면서 시시도는 정신이 이탈한 상태인 친구를 불렀다. “야?” 그의 친구. 효테이 학원 고등부의 인기남 중 하나인 오시타리 유시의 어딘가 핀트가 다른 면모라든가, 쓸데없이 진지해진다거나 하는 괴짜적인 면엔 그럭저럭 면역이 생겼건만 가끔씩 이렇게 정신을 놓고 있으면 짜증이 솟는다. 귀찮다고. 네가 애냐, 밥시간도 모르고 넋 놓고 있게. 같은 반인 죄로 가장 휘둘리.. 더보기
[오시가쿠] 빗물 아래 온기 I will Always love you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이게 끝이야. 다시는 보지 말자.」 심장이 멈추는 것만 같다, 라고 생각했다. 심장뿐일까. 숨을 쉬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릿하게 자각하고 나서야, 조그맣게 입을 열고, 말을 하려다가 공기를 들이킨다. 상대의 기세만큼이나 차가운 공기가 숨통을, 폐부를 파고든다. 수많은 만남과 수많은 이별을 거쳐 왔지만, 오늘처럼 차가운 날에 이런 이별을 겪은 적은 없었다. 아니, 그걸 떠나서 이렇게 일상적이지 못하고, 그저 한 순간의 열병으로 치부하지 못하는 이별은 그의 인생에서 처음이다. 전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던 일이기도 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물의 얼어붙은 허공으로, 그의 숨결을 따라 약한 입김이 번지고. 그는 가만.. 더보기
[DMD] 제 14장 [카노스x엘뤼엔] 옥루 下 한겨울. 1월. 옆구리 시린 이들이 온기를 찾아와 그냥저냥 매상을 올려주는 평범한 평일 저녁. “얜 어디 가서 안 와….” 여전히 직원과 손님이지만, 나는 여태와 같이 바지런히 그를 챙겼다. 일주일 만에 와서 바에 앉은 그가 삼십 분이 되도록 돌아오질 않음에, 나는 결국 그를 찾아 나섰다. 뻔히 바에 앉은 녀석이 잠깐 한눈 판 사이 사라졌다. 어디선가 갑자기 동행이 생겨 테이블로 이동했나? 나는 가늘게 뜬 눈으로 내부를 훑어 봤다. 깊숙이 있는 테이블은 장식용 관목이나 각도로 잘 안 보여 정확하진 않지만, 적어도 일단 안엔 없는 것 같았다. 잠깐 나갔나…? 엄연히 그도 성인이고, 사정에 따라 돌아다닐 수도 있는 거 안다. 하지만 파악되지 않는 그의 소재가 나는 신경 쓰였다. 그렇다 해도 ‘손님 안 보여서.. 더보기
[DMD] 제 14장 [카노스x엘뤼엔] 옥루 上 I'm into you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네가 우는 모습이 예뻤던 나는 미친놈인 걸까. 하지만 나는, 아직도 울던 너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울음이 사랑스럽다고 느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우는 네가 안타까웠지만, 다신 눈물 흘리게 하고 싶지 않지만, 버림받은 널 보고 나는 참을 수 없이 기뻤었다. 내게도 기회가 오는가, 싶어서. ⁂ “가서 좀 말려 봐, 취한 것 같아.” 동료 형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똑같은 안색, 멀쩡해 보이는 모습. 아, 이런 진짜 취했네. 그는 클럽의 낮은 조명 아래에서 우아한 자세 그대로 새 술병에 손 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연신 힐끔대는 사람들. 좀 아는 사람들은 별 신경 안 쓰거나 ‘저런, 상태가 영 아닌데?’ 하지만 새.. 더보기
[DMD] 제 13장 [라피스x엘] 꽃과 나비 下 “엘∼ 왔구나!” 문 열자마자 튀어나오는 형체를 받아 안으며 엘은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를 맡았다. “트로웰, 여기서 뭐 해?” 검은 머리칼에 늘씬한 소년의 몸으로 해사하게 웃는 이는 라피스의 대부 트로웰. “라피가 엘 오면 밥 챙겨 먹이라고 앉혀 놨어-!” 생긋 웃으며 엘의 손을 잡아끈 트로웰은 식탁에 그를 데려다 놨다. 물수건으로 손을 문지르며 엘이 물었다. “라피는 어딨는데?” “나도 모르겠는데? 어디론가 가버렸어. 늦지 않게 들어올 거야.” 그게 뭐야. 진짜 찾지도 않은 거야? “엘은 잘 놀고 왔어?” 한 술 더 떠 트로웰이 하는 말에 엘은 침울한 얼굴을 했다.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왔어.” 사실 뻥이고 우울하게 웅크리고 있다가 결국 갈 곳 없어서 돌아온 거지만, 엘은 사족을 붙이지는 않았다.. 더보기
[DMD] 제 13장 [라피스x엘] 꽃과 나비 上 Merry me, El ?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솔트레테 제국력 118년. 물의 나라로 유명한 제국은 오십 년만에 내려온 신탁에 술렁였다. 물의 나라지만 너무 강한 물의 기운을 완화하기 위해 불의 용족으로서 제국을 다스리게 한 주신의 뜻에 따라 화룡족을 모시고 있는 국가 솔트레테. 그 나라엔 온 제국민으로부터 사랑 받고 찬양 받는 왕자, 푸른 머리칼의 엘퀴네스가 있었다. 그 아름다움에 홀리고, 향기에 취하며, 마음씨에 반한다는 그는 비단 솔트레테 뿐이 아닌 대륙의 인사였다. 그 엘퀴네스의 궁은 지금, 굉장한 마이너스 기운에 휩싸여 있었다. “왕자님… 우리들의 여신이…….” “어흑. 여신님이 가시면 누굴 보고 살라고…….” 눈물을 쏟는 이들은 궁의 시종과 병사들. 그들은 .. 더보기
[룬의아이들] 무언의 미소 무언의 미소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01 “나야, 여기서 뭐해?” 회색 머리, 잿빛 머리, 소녀는 뒤를 돌아본다. 환한 미소를 품은 그가 서 있다. 동료, 보호자, 동행인, 수식어는 여러 가지. . . . . 고양이가 없어졌다. 그녀가 어릴 때 주워와 기르는 고양이 새끼는 아직 고만고만한 크기로, 그녀를 꽤나 잘 따랐다. 사라진 걸 알아챈 건 마을에 도착해서였다. 워낙 조용히 다니고, 항상 주변으로 떨어져서 오기 때문에 그녀는 같이 이동하는 용병 무리의 싸가지 없는 남자에게 이목을 집중하느라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 사라진 고양이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막막한 기분에 그녀는 일단 무리를 이탈했다. 이탈이랄 것도 없었다. 마을에 도착한 지금은 잠시 그녀에게 자유.. 더보기
[DMD] 제 12장 [데르온x아스] 못난이 200살 Come on, Honey !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주군! 이거 서류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도화지가 아니란 말입니다!” 벌써 15분 째인 실랑이. 마계 공작 중 하나이자 현재 마왕인 아스모델의 심복인 데르오느빌은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혹은 주름살이 는다거나. 물론 한창 나이인 마족이 그렇게 된다는 건 아니고, 말하자면 체감하길 이대로 폭삭 늙어버릴 것 같다, 라고나 할까. 그런 데르온에게 수명의 위협을 주는 이는 바로 그의 주군이자, 정령왕을 대부로 두고 있고, 마신이 내린 왕으로서 무시 못 할 권력을 휘두르는 존재, 아스모델이었다. 겉보기엔 그저 한없이 예쁘신 마왕 전하께서는 숨넘어갈 듯한 데르온에게 그 달콤한 미소 한 번 건네고는 또다시 서.. 더보기
[DMD] 제 11장 [엘뤼엔x엘] 부자유친 下 “아… 망했어, 망했어, 너 시험 잘 봤냐? 아 왜 답이 3번이냐고.” 주변에서 애들이 좋아하거나 절망하거나 어쩌든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엎드렸다. “엘~ 왜 그래? 시험 못 봤어?” “아니… 졸려…….” 졸립기도 졸립지만, 그보단 온통 그에 대한 생각으로 어지러웠다. 방금 본 과목이 쉬웠는지 어려웠는지도 생각이 안 났다. 3교시 간의 시험을 어떻게 봤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문득 정신 차리니까 오늘 시험이 끝나 있었다. 안 돼, 첫 날 시험부터 이러면 어떡해! 늦게 오는 담임 탓에 종례를 늦게 마치고 집으로 갔다. 현관문 도어락을 열려다 드는 생각에 손을 물렸다. 설마, 이 시간에 집에 있진 않겠지? 혹시 그렇다면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벌컥 강하게 연 집 안에서 정적이 흘러 나왔다. .. 더보기
[DMD] 제 11장 [엘뤼엔x엘] 부자유친 上 Be happy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미안, 오늘은 학원 때문에 안 되겠다.” 곤란한 듯 미소 지으며 부드럽게 말하는 친구 녀석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냐, 내일 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하교시간. 닷새 전만 해도 나도 저렇게 웃으며 돌아다녔는데. 왜 이렇게 시간은 빨리 가는 걸까. “아…….” 아직 다섯 시 밖에 안 됐다. 쓸데없이 왜 오늘 같은 날 단축은 하고 난리야. 개학식에도 안 하는 걸. 벌써부터 집에 들어가고 싶진 않지만 딱히 갈 데가 없다. PC방? 아니, 게임 안 한다. 노래방 혼자 가긴 그렇고 오락실도…. 카페도 가기 그렇고… 나는 다시 발길을 돌려 학교 건물로 들어갔다. 도서실에서 잡지나 읽고 가자. 그렇게 마음 먹고 대충 아무거나 꺼내 그.. 더보기
[당신의 꿈은 평안합니까?] [당신의 꿈은 평안합니까?] Written by Rine in Rine's Side ※ 설정은 엘 탄생 이후 현역이었던 정령왕들의 꿈 얘기. 인간은 물론, 정령이 사는 곳이라 해도, 신이 사는 곳이라 해도, 일단 밤은 옵니다. 밤. 이 얼마나 달콤한 단어인지요. 한낮의 활발함도 좋지만, 어딘가 어른스러운 고요함이 내리앉는 그 시간대. 잠 못 이루는 인간도, 자지 않는 정령도, 휴식을 취하는 신도, 모두가 으레 살아온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풀어진 시간입니다. 쉿. 오늘은 당신과 함께. 특별히 '누군가' 의 꿈을 엿보려 합니다. 당신만 괜찮다면, 함께 보는 건 어떠신지? Case 1 현역) [트로웰] 어린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반짝이는 눈동자의 매력적인 정령왕. 분위기를 환기 시키는 어른스.. 더보기